[종로학원과 함께하는 실전논술] 2013 연세대 인문계열 논술 기출문제 <상>

입력시간 : 2013.10.07 21:03:06
  • 관련사진
8일부터 매 주 교육면에 주요 대학들의 입시에 출제된 논술문제에 대해 학생의 예시답안을 분석해 실전 대비 능력을 키우는 실전논술을 연재합니다. 종로학원의 논술 강사가 논술문 분석과 조언을 맡습니다.

제시문 (가), (나), (다)의 공통된 주제어를 찾고, 이를 바탕으로 제시문 (가), (나), (다)를 비교하시오.(1,000자 안팎, 50점)

◆제시문 (가)
강녕의 용반, 소주의 등위, 항주의 서계는 모두 매화 산지이다.

어떤 이는 "매화는 휘어져야 아름답고 곧으면 맵시가 없으며, 틀어져야 아름답고 똑바르면 볼품이 없으며, 성기어야 아름답고 빽빽하면 자태가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 하지만 문인화가들은 마음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러한 기준으로 천하의 매화를 평가한다고 큰 소리로 분명하게 말하지는 못한다. 또한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곧은 것을 베고 빽빽한 것을 쳐내고 똑바른 것을 잘라 매화를 병들게 하고 매화를 빨리 죽게 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 돈을 벌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중략)

◆제시문 (나)
무량수전은 고려 중기의 건축이지만 우리 민족이 보존해 온 목조 건축 중에서는 가장 아름답고 가장 오래된 건물임이 틀림없다. 기둥 높이와 굵기, 사뿐히 고개를 든 지붕 추녀의 곡선과 그 기둥이 주는 조화, 간결하면서도 역학적이며 기능에 충실한 주심포의 아름다움, 이것은 꼭 갖출 것만을 갖춘 필요미이며 문창살 하나 문지방 하나에도 나타나 있는 비례의 상쾌함이 이를 데가 없다. 멀찍이서 바라봐도 가까이서 쓰다듬어 봐도 무량수전은 의젓하고도 너그러운 자태이며 근시안적인 신경질이나 거드름이 없다.(중략)

◆제시문 (다)
르네상스 시대 궁정의 여성에게는 무엇보다도 '우아함'이 요구되었다. 우아하게 보이기 위해 가장 조심하고 피해야 할 것은 '꾸민 듯함'이다. '꾸민 듯함(아페타티오네)'은 '아무런 티도 안 냄(스프레짜투라)'과 대비된다. '우아함'을 훌륭하게 연출하는 최대의 요령은 이 '아무런 티도 안 냄'에 있다.(중략)

★제시문 전문은 한국아이닷컴(www.hankooki.com)에서 볼 수 있습니다.

[예시 답안]

(가)(나)와 (다)는 인위적 아름다움과 자연적 아름다움 중 어느 것을 선호하느냐로 나뉜다

제시문(가), (나)와 제시문 (다)는 인위적인 아름다움과 자연적인 아름다움 중 어느 것을 선호하느냐에 따라 나뉜다. 제시문 (가)는 인위적인 아름다움보다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선호한다. 왜냐하면 인위적인 것은 오히려 대상의 아름다움을 파괴시키기 때문이다. 이는 제시문 (가)에서 설명된 옛 문인들이 곧게 뻗은 매화의 가지를 잘라 결국 매화를 병들게 했다는 일화에서 잘 알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제시문 (나) 또한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인위적인 아름다움보다 선호한다. 왜냐하면 순리의 아름다움은 건축물이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고 자연을 돋보이게 만들면서 조화를 이룰 때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는 제시문 (나)에서 주위 배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건축물을 예찬하는 것에서 유추해 낼 수 있다. 이에 반해 제시문 (다)는 인위적인 아름다움을 자연적인 아름다움보다 선호하고 있다. 제시문(다)에 따르면, 주체가 연기하는 아름다움은 타자의 시선에 의해 구성된다. 즉, 아름다움이 타자의 시선에 맞게 인위적으로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이를 볼 때 제시문 (다)가 인위적인 아름다움을 자연적인 아름다움보다 더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시문 (나)와 (다)는 인위적인 아름다움을 만들려는 노력을 표면적으로 드러내야 하는가에 따라 나뉜다. 제시문 (나)는 인위적인 아름다움을 만들려는 노력을 표면적으로 드러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시문 (나)에 따르면 건축물의 기둥의 높이와 굵기, 문에 나타나는 비례와 지붕의 곡선 등은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역할을 한다. 이들이 겉으로 볼 때 자연과 조화가 이루어 졌을 때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이에 반에 제시문 (다)는 인위적인 아름다움을 만들려는 노력을 표면적으로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진정한 아름다움은 아무런 티도 안내는 것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시문 (다)에 따르면 '우아함'은 기교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 아무런 노력이나 생각도 하지 않은 채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게 할 때 가장 잘 드러난다. 윤수빈∙경기 고양시 백석고 졸

[문제 분석과 답안 총평]

자연적 미에 인위적인 노력을 더해 만들어진 대상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관점 제시

3자 비교 문제다. 연세대는 전통적으로 1번 문제에서 3개의 제시문을 비교하는 문제를 출제해왔다. 다만 이번 논술에서 변화된 점은 3개의 제시문에 나타난 공통된 주제어를 먼저 찾으라고 한 것이다. 주제의 공통점을 찾으라는 것으로 제시문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내는 비교하기의 전형적인 유형이다.

이번 논술 문제는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문제다. 우리는 흔히 자연이 만들어 낸 일출이나 석양을 보는 것은 아름답다고 여기면서도 인위적으로 만든 도시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식의 허를 찔러 자연적 미에 인위적인 노력을 더해 만들어진 대상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관점을 제시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즉 인위적으로 아름다움을 창출하려는 노력도 인정받을 수 있고 인위적으로 만든 아름다움도 충분한 미적 가치가 있다는 시각을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연세대 인문계열 논술은 총 2문제를 2시간 내에 써내야 한다. 글자 수는 총 2,000자 내외이다. 주제는 철학적 사고에 기반을 둔 인문학적 주제가 자주 출제된다. 그 주제를 크게 분류하면 '나, 너 그리고 우리'라고 보면 된다. 쉽게 말하면 인간의 개인적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현상들을 철학적 주제로 엮어 출제한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연세대가 출제한 대표적인 사례로 죽음, 기억, 아름다움, 웃음, 늙어감 등을 들 수 있다. 인간만이 가지는 고유한 특징이라고 생각하는 것들, '나, 너, 우리'라는 인간에 관련한 철학적 주제를 던진다. 이런 주제에 잘 대비하기 위해서는 평소 논술 잡지나 인문학적 주제를 담은 책을 읽는 것이 필요하다. 배경지식을 쌓는 차원에서 언어영역비문학 지문을 꼼꼼하게 읽는 것도 좋다. 대신 내용을 읽되 암기하려 하지는 말아야 한다.

학생의 예시 답안에 대해 전반적인 평가를 하면 논술의 기본 역량이 갖춰진 우수한 답안에 속한다. 다만 형식적 차원에서 따져볼 때 비교하기의 문장 구성에 아직 불안한 감이 있다. 첫 3개 제시문 내용을 동시에 비교하는 문제에서 1 대 1 대 1 방식을 채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교하기 문제의 특징은 3개를 먼저 2 대 1로 두 묶음으로 나눈 후 한 묶음으로 분류된 2개의 제시문 내용을 다시 비교해야 한다. 학생의 답안은 이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첫 단락에서 (가), (나)를 묶고 (다)를 하나로 분류했다. 그렇다면 다음에는 다시 (가)와 (나)를 다시 비교하여 그 내용을 분석해야 한다. 다만 학생은 새롭게 (나), (다)를 비교하고 있다. 이것은 제시문 2개 비교하기를 2번 작성한 것으로 제시문의 요구사항인 3개의 제시문을 비교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가), (나) 대 (다)로 2개를 비교한 꼴이 되고 그 다음에 다시 (나) 대 (다)를 새롭게 비교한 셈이기 때문이다.

3개의 제시문을 비교하는 문제는 까다롭다. 3개를 비교하는 기준을 찾는 것보다는 지금처럼 2개만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을 찾는 것이 쉽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의 경우 대개 '1 대 1 대 1로 비교'하거나 '2 대 1로 비교한 후 2개를 다시 1 대 1로 비교'하는 방식이 많이 쓰인다. 후자의 방식으로 2번 비교를 하지 않고 위 학생의 답안처럼 한 번만 비교하면 내용이 허술해지거나 비교가 아닌 제시문 요약처럼 보일 수 있다.

사소한 것을 하나 지적하자면 첫 문장 이후에 문단을 다시 시작하였는데, 첫 문장 뒤는 문단을 나누지 않는 것이 글자 수 낭비를 막을 수 있다. 더불어 일반적으로 한 문단은 여러 개의 문장으로 구성되며 특별한 경우에만 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한 문단을 쓴다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 또한 '만들어 진다'와 '이루어 졌을 때' 하나의 단어이므로 띄어 쓰지 않고 '만들어진다'와 '이루어졌을 때'로 붙여 써야 한다. 김경석∙종로학원 논술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