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입시
“삼성이 대학 서열화 조장” 대교협 ‘총장 추천제’ 비판
정대연·송현숙·강현석 기자 hoan@kyunghyang.com
ㆍ내달 총회서 논의 ‘공동대응’
ㆍ호남권 대학들도 공개 반발

삼성그룹이 올해부터 신입사원 선발에 적용하기로 한 대학 총장 추천제 후폭풍이 거세다. 4년제 대학의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다음달 5일 정기총회에서 삼성의 대학총장 추천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안건으로 올려 공동 대처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대교협 관계자는 이날 “삼성이 자의적 기준에 따라 추천인원을 배정해 대학 서열화를 조장하고 있다는 대학총장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있어 다음달 5일 열리는 대교협 정기총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호남지역 대학은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전남대 지병문 총장은 이날 오전 열린 간부회의에서 “전남대에 영남권 대학의 절반도 안되는 인원을 배정한 것은 분명한 차별”이라며 대학 차원의 대책 마련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전남대는 그동안 삼성에 입사한 학생 수를 파악하는 등 삼성이 밝힌 배정 이유를 반박할 근거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전북대 관계자도 “전체 학생의 절반 이상이 이공계생인데 30명을 배정받았다”며 “삼성이 밝힌 기준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광주시의회는 “대학 서열화, 지역 및 여성 차별화에 대한 우려가 높다”는 성명을 냈다. 강운태 광주 시장도 “삼성의 대학총장 추천제는 배려와 균형, 특히 사회 약자에 대한 공생정신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대학은 다른 대기업으로 확산돼 서열화를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중앙대 관계자는 “로스쿨 정원, BK21 사업체의 규모를 가지고 대학끼리 다툰 거랑 뭐가 다르냐”며 “변호사, 사법시험, 방송사, CEO 배출자 등등 한국 사회의 서열화에 삼성이 가세해 사실상 공대 순위를 발표한 것”이라고 했다. 또 “각 대학의 차별화 요소는 무시하고 공대가 강한 대학이 좋은 대학인 것처럼 보이게 했다”며 “다른 재벌 그룹에 전파되지 말란 법도 없다”고 말했다.

10~30명을 배정받아 ‘여성 차별’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서울지역 주요 여대들은 공개적인 입장 발표를 미루거나, 삼성의 잣대를 받아들이겠다는 분위기였다. 이화여대는 총장 출장을 이유로 입장 발표를 미뤘다. 숙명여대 관계자는 “인원이 다소 적어 아쉬운 면은 있지만 내년에 좀 더 많은 인원이 추천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각 대학 취업 관련 협의팀에서 다음주 중에 공동으로 삼성을 항의방문하는 데는 참여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1인 시위를 한 한지혜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총장 추천권을 더 얻기 위해 대학들이 삼성을 상대로 로비에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삼성의 시각에 따라 대학이 서열화되는 현실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성희연 이대 총학생회장(23)은 “학생들이 문제라고 느끼고 있어 조만간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인터넷 포털 다음 실시간 검색어에는 ‘삼성 + ○○대학’이 1~10위를 차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