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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영주人터뷰 [29] ‘이끼 키우는 이장님’ 이끼팜 영농조합법인 우성락 대표
- 기자명 표서우 기자
- 입력 2024.04.12 18:15
- 수정 2024.04.13 11:27
- 호수 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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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직접 이끼 재배하는 농장 설립
환경 회복과 마을 발전의 미래 이끼로 승부
코로나19가 막대한 피해와 혼란으로 전 세계를 뒤흔들다 마침내 지난해 공식적으로 종식됐다. 2020년 1월 코로나19 국내 발생 3년 4개월 만이다. 우리는 이제야 완전히 회복된 일상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이번 팬데믹은 세계적으로 미치는 사회적, 경제적 영향도 막대해 대공황 이후 가장 큰 불경기라고 평가받는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답답한 일상에서 탁 트인 숨을 쉬기 위해 ‘반려식물’이 유행하는 안타까운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반려식물’이 시사하는 바는 생각보다 크다. 이는 팬데믹으로 인한 불안과 스트레스로 많은 이들이 심리적 지원을 필요로 했고, 사회적 거리가 벌어지자 자연적 거리를 좁히며 심신의 안정을 취하고자 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 반려식물로 주목받았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이끼’이다. 밀폐된 유리그릇이나 입구가 작은 유리병 안에 작은 식물을 재배하는 테라리움이 인기였는데, 이끼는 지친 현대인의 유리병 정원 속 가장 필요한 식물이었다.
국내 최초의 이끼 재배 농장
우리 고장 영주에 이런 이끼에 사활을 걸고 인생을 투자한 사람이 있다. ‘정겨운 농촌 마을’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재현해 놓은 듯한 안정면 봉암리 골목을 굽이굽이 들어가다 보면 예쁜 집 하나가 많은 비닐하우스를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끼 재배를 농산물품질관리원에 최초 등록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농장에서 직접 이끼를 재배하고 있는 ‘이끼팜’ 영농조합법인 대표 우성락(54)씨의 보금자리이자 이끼 농장이다.
우성락 대표는 영주 태생으로 생계를 위해 성인이 되고 난 후 타지 생활을 시작했다. 타지에서 여러 사업을 시도했지만 열정과 욕심이 많았던 그가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진 못했다. 그러다 문득 고향에서 느꼈던 정취가 그리워 시골로 돌아왔다. 농사를 배우면서 이끼에 관심이 생겨 먼저 안동에서 재배를 시작했다. 이윽고 2015년에 영주로 온전한 귀향을 이뤘다. 영주에 국내 최초의 이끼 재배 농장을 만들며 제2의 인생이 시작됐다.
지구에 가장 먼저 적응한 식물, 이끼
우 대표가 처음 이끼 재배를 시작했을 때는 아무도 이끼에 관심이 없을 시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우 대표가 이끼에 전념한 지는 벌써 22년째. 당시만 해도 이끼는 국가나 지자체에서도 시선을 주지 않을 만큼 소외된 자원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그를 “이끼로 도대체 뭘 할 수 있겠냐”고 질타했다. 그럼에도 그가 이끼를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그저 이끼 그 자체였다.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육상생활에 적응한 식물이 바로 이끼다. 이끼는 양지바른 곳이 아니라 그늘지고 습한 곳에 주로 자라며 수분을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다. 또 남·북극 빙하 지역에서도 살 정도로 혹독한 환경도 잘 견디는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사막화로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는 현대 사회에 이끼는 분명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우 대표는 확신했다. 무엇 하나를 시작하면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그에게서 이끼의 강한 생명력이 보였다.
이끼에서 뿜어져 나오는 초록의 지속가능성
이끼는 습기가 많아 실내 공기정화에 효과적이고 휴면기를 가지고 있어 추운 겨울에 동해 위험이 적다. 이끼의 뿌리는 양분과 물이 지나가는 관이 따로 없고 단지 물체를 땅에 붙이는 역할을 하는데, 이것은 곧 뿌리가 어디에 부착돼 있어도 잎만 살아있다면 생존의 문제가 없어 응용하기 편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고목에 이끼로 한껏 모양을 내거나 이끼만으로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녹색조형물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이끼는 탄소 저감 효과도 뛰어나다.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산소 농도를 늘려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생물다양성을 유지하고, 식물의 자생을 돕는 등 생태계 유지에도 한몫한다.
게다가 지구에서 이끼 서식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3%이지만 식물의 산소 배출량 가운데 30%를 담당한다고 알려져 있을 만큼 이끼는 가성비가 뛰어난 식물이다. 환경과 기후의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필수재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이끼 산업은 청정에너지 생산과 지속 가능한 농업뿐만 아니라 친환경 건설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어 상품성 또한 뛰어나다.
이처럼 장점이 많은 식물임에도 이끼를 대량 생산하는 곳은 없었다. 생산 시간 대비 수익이 저조했기 때문이다. 녹화와 조경에 이용될 수 있을 만큼의 이끼를 생산하는 시간은 우리나라 벼농사와 맞먹는다고 한다. 때문에 이끼가 필요한 곳에는 인조이끼를 쓰거나 자연에서 불법채취한 이끼를 사용해 왔다. 이끼가 그동안 빛을 발하지 못했던 이유다.
우 대표는 이런 이끼 불모지에서 이끼 농장을 열었다. 하나를 진득하게 붙잡고 늘어지는 성격이 지금의 농장을 만들어 냈다. 이제는 이끼가 소득사업으로서 지자체에서 권장하는 추세라고 한다. 우 대표는 그에 대한 감사함을 표했다.
연구하는 생산자를 꿈꾸는 이끼 농부
우 대표는 이런 이끼의 장점을 모두 활용하고자 하는 의욕을 보였다. 그가 이끼 재배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꿈은 다채로웠다. 지난 6일 해남에서 이끼마을 조성이 확정돼 군관계자와 주민자치위원회가 농장을 방문하며 실질적 운영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미 2021년에 약 25억 원의 국비 예산을 지원받아 이끼정원과 체험장 설비 작업에 돌입해 사업의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주시의 지원으로 약 1천5백 평 규모의 정원을 준비 중이며, 우 대표는 이에 그치지 않고 개인적으로 약 3만 평 규모의 정원을 함께 준비하고 있다. 그는 현재 서울 남산이나 경남 산청, 제주 등 전국적으로 이끼정원이 많아진 추세지만 이처럼 대규모로 조성한 곳은 없다며 자부심을 보이기도 했다.
“생산자가 제품을 연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 대표가 이끼산업의 다양한 방향을 제시하며 덧붙인 말이다. 그는 이끼를 생산하는 것만큼 배움에도 진심이었다.
이끼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일본에 견학을 다니면서 이끼에 대해 깊이 배우며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2023년 일본 교토에 위치한 이끼정원에 방문했을 때 관광객 중 한국인의 비중이 큰 것을 알아차리고 지금 진행하고 있는 이끼정원 조성에 확신을 얻었다.
이끼를 재배하고 마을을 조경하다
우 대표는 지난 1월부터 봉암리 이장직을 맡게 됐다. 몸이 열 개였으면 좋겠다며 호탕하게 웃는 그에게서 절대 식지 않을 열정이 뿜어져 나왔다. 그는 재작년인 2022년, 안정면 주민자치위원회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으로 마을을 위해 일하기 시작했는데, 지역사회 중심에서 활동하고 진행되는 사업을 관찰하며 빠르고 넓은 시야를 갖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장은 전달자의 역할을 하는 사람인 것을 깨달았다는 우 대표는 얼마 되지 않은 기간이지만 다양한 관점에서 지역사회를 볼 수 있게 됐다. 서로 간 소통 조절의 중요성에 대해 깨달으며 소외된 면민을 품어주고자 하는 또 다른 욕심도 생겼다. 그래서인지 그가 매일 아침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날씨를 확인하며 마을 곳곳의 안전을 챙기는 일이다.
그는 더 나아가 안정면을 관광마을로 구축하고 싶다고 열망했다. 관광객을 끌어들일 만한 관광자원 조성과 관련 사업 시행으로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은 물론, 일자리 창출 및 외지인 유입 효과까지 내다보고 있다. 귀농·귀촌 인구를 끌어들이고자 하는 열정이 가득했다.
우 대표는 이 모든 것이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해준 고향, 영주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더불어 현재 아내 김선삼 씨와 함께 사업을 꾸려나가고 있고 후에 아들에게 사업을 물려주고 싶다며 돈독한 가족애도 함께 드러냈다.
“저는 자면서도 이끼 생각을 해요. 이끼 꿈을 꾸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제 인생 자체가 이끼입니다”
이끼의 삶을 살고 있는 우 대표는 이끼의 강한 생명력과 다채로운 매력으로 이끼를 재배하고 조경 상품을 연구하는 것은 물론, 사업을 키우며 우리 고장까지 조경하고 있는 듯하다. 이끼의 강인함이 우리 고장에 탁 트인 산소와 전경을 선물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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