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농업과 재미농업의 수익 모델-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3-10-26 07:48:57

[전남인터넷신문] 농업이 세분화되고 있다. 세분화되고 있는 농업의 배경에는 기존 생산 중심 농업의 한계, 소비문화 변화와 수요의 다양화 등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의 필요성에 의해서이다. 사회적 공헌 농업, 치유농업, 수직농업, 스마트팜 등이 그러한 사례이다.

 

새롭게 등장한 농업 중 생산이 아닌 소비자 참여형 농업들은 농업의 다원적 가치 실현과 농업을 매개로 한 소비자들의 행복이라는 관점에서 필요도가 높으나 치유농업처럼 공급 주체의 수익 모델이 불명확한 것들이 많다.

 

치유농업에서 치유(治癒)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것, 또는 그것을 주는 능력을 가진 존재의 속성이다. 치료랑 비슷한 의미로, 병을 치료하다는 뜻도 있으나, 치료는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준다는 의미는 없다. 농업은 토지를 이용하여 인간에게 유용한 동식물을 길러 생산물을 얻어내는 활동이다.

 

그러므로 치유농업은 농업을 매개로 해서 실리적 안정감 등 치유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가능한데, 농업은 수단이며, 치유는 목적이 되는 것이다. 농업이 갖는 치유 효과는 과거부터 많이 알려져 있고, 과학적인 연구도 많이 되어 있으므로 치유농업의 효과를 부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필요도는 더욱더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치유의 종류와 양의 정량화 그리고 정량화된 자료를 금전적 가치로 환산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또한 설사 금전적 가치로 환산이 된다고 해도 그것을 돈으로 지급해야 하는 수요자들의 절실성, 필요도 및 이해도가 낮고, 시스템화가 되어 있지 않다. 공급자 입장에서도 생산성이 기존의 농작물 재배나 가공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는 점이다.

 

치유농업은 치유 목적을 해결해야 달성이 되는데, 참가자들이 위와 같이 농작물의 생산물에 해당되는 치유라는 목적(결과물)의 절실성이 낮고, 정량화나 돈으로 바꿀 수 있는 가치 및 방법이 쉽지 않아 생산성이 우수한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치유농업의 확산에 장애가 되고 있다.

 

참가자들에게 치유라는 목적 대신 재미를 목적으로 대입하면 참가자들의 폭이 넓어지고, 목적 달성이 쉬워진다. 재미삼아 텃밭을 일구고, 난초를 키우고, 분재나 야생화 분경 등을 만들고 있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재미삼아 농업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장애가 되는 것은 목적보다는 농업에 관한 지식, 재배장소와 시설, 관리 방안 등이다. 이것들은 정량화가 가능하고, 금전적 가치의 기준이 설정되어 있으므로 비용 지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해도가 높고 거부감이 적은 편이다. 

 

따라서 재미 농업 공급자들은 참가자들에게 장애가 되는 것을 해소하는 것 자체가 수익 모델이 될 수 있고, 재미 농업의 발전에 동력이 될 수가 있다.

 

가령, 200평 정도의 연동 하우스를 가진 다육식물 재배 농가가 재미농업을 한다고 했을 때 100평은 참가자들에게 1평씩 임대공간으로 활용하고, 100평은 재료를 놓는 곳, 공동 작업장, 사무실, 모델로 만든 다육식물 화분의 진열, 종묘와 판매용 다육식물의 진열 공간으로 활용하면서 참여자들을 지원할 수가 있다.

 

참여자 100명에게 1평에 월 6만원 씩 받고 임대를 하게 되면 공급자는 월 600만원의 고정 조수입이 발생된다. 공급 농가는 이것으로 인건비, 냉난방비, 관리비 등으로 활용할 수가 있다. 게다가 참가자들에게 자재 등을 판매해서 일부 수입을 올릴 수가 있다.

 

참가자들은 월 6만을 지불하고 이 하우스를 방문해서 기술지도를 받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분경을 만들고, 키우면서 재미 농업을 실현할 수가 있다. 그리고 농원 사무실에 리본 글씨 프린트기가 있다면 자신이 가꾼 것에 축하 리본 등을 붙여서 친지나 지인의 축하 행사에 선물로 보내면 보람도 있고, 임대비용을 환원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재미 농업은 이처럼 참여자들의 애로점을 해소해 주면서도 재미 농업 공급자의 수익 모델 정착이 가능하고, 발전 가능성이 높은 농업이 될 수가 있다.

 

[참고자료]

허북구. 2023. 재미농업, 거점 농가 육성해야 할 때이다. 전남인터넷신문 농업칼럼(2023-10-26).

허북구. 2023. 전남식 재미농업 모델 만들어야. 전남인터넷신문 농업칼럼(2023-10-24).

허북구. 2021. 전남 도시농업과 재미농업. 전남인터넷신문 농업칼럼(2021-03-17).

식물 심고 꽃 향기 맡으며 마음 회복하는 치유농업 효과는?

2023.10.26 14:15

제주도, 경증치매노인 대상 프로그램

상반기 우울감 38% 감소 등 효과

지난 23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에 위치한 제주치유농업센터 앞마당 잔디밭을 맨발로 걷고 있는 치유농업 참가자들. 박미라 기자

“아이고 좋다. 잔디가 따듯하고 좋네. 노래도 30년 만에 불러보고…”. 지난 23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에 위치한 제주치유농업센터 앞마당 잔디밭을 맨발로 걷던 A할아버지가 다른 참가자들과 ‘고향의 봄’ 노래를 흥얼거린 후 말했다. 경증치매 노인을 위한 치유농업 프로그램에 참가한 어르신들은 이날 잔디밭에서 따스한 햇볕을 쬔 후 몇주 전 직접 심은 꽃이 잘 자라는지 유심히 들여다봤다.

실내로 돌아온 후 향기 가득한 꽃잎으로 자신의 이름을 써보고, 꽃바구니도 만들었다. 참가자들은 이날 “햇빛도 쐬고 좋은 향까지 맡으니 기분이 좋아졌다”면서 “다들 건강하고 풍성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서로에게 덕담을 건넸다. 치유농장을 운영 중인 김영순 강사는 “허브식물을 만지고 나를 위한 꽃바구니를 꾸미다 보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마음이 열린다”면서 “어르신들 대부분 가장 큰 문제가 외로움인데, 이곳에서 서로에서 따뜻한 말을 듣고 본인들도 예쁜 꽃처럼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도와드린다”고 말했다.

 

제주도가 올해 본격적으로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제주에서도 치유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제주도농업기술원은 상반기(3~6월)에 이어 하반기(9~11월)에도 치유농업센터에서 경증치매 노인 20여명을 대상으로 인지기능과 심신기능을 높이기 위한 치유농업 프로그램 ‘초록쉼터’를 진행 중이라고 26일 밝혔다. 서귀포시 치매안심센터를 오가는 노인을 대상으로 조를 짜 격주로 8회에 걸쳐 진행 중이다.

지난 23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에 위치한 제주치유농업센터 앞마당 잔디밭에서 햇살을 쬐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미라 기자
지난 23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에 위치한 제주치유농업센터에서 치유농업 참가자들이 꽃바구니를 만들고 있다. 박미라 기자

치유농업은 농촌의 자원이나 농업 활동, 농촌의 환경과 문화 등 농업과 관련된 모든 소재를 활용해 사회적·심리적·육체적 건강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사업과 활동을 말한다. 일과 관련된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의학적, 사회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치유하는데도 이용될 수 있다. 제주에서 진행 중인 경증 치매노인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보면 반려식물 심기, 좋아하는 향으로 디퓨저 만들기,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꽃꽂이, 귀뚜라미 소리 듣기, 텃밭 만들어 수확하기 등 다양하다.

도농업기술원이 상반기 참여 노인 16명을 대상으로 치유농업프로그램 효과를 측정한 결과 객관적 인지기능은 4.6% 향상되고 주관적 기억감퇴는 18.6% 감소했다고 밝혔다. 특히 노인 우울감은 38.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참여자들은 ‘살다 보니 이렇게 호사로운 일도 하게 됐다’ ‘더 힘을 내 삶을 이어 가겠다’ ‘나를 위해 이렇게 준비해줘 너무 감사하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도농업기술원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치매노인을 위한 초록쉼터,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초록정원,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초록노트, 일반인을 위한 초록다방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치유농업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현재까지 400명 가까운 이들이 참여했다.

김도희 치유농업사는 “치유농업이 체험농장 등과 다른 점은 참여자의 요구와 건강상태까지 파악해 프로그램을 짜고, 체험 전후의 효과를 분석한다”면서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 사회를 사는 국민 누구나 치유농업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초록다방은 지난 9월로 마무리됐으나 2021년부터 국가자격증인 치유농업사가 배출되면서 민간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치유농장 13곳과 치유마을 2곳도 민간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난해부터 몇몇 프로그램이 시범적으로 운영됐으나 올해 본격적으로 치유농업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고 이달 초에는 치유농업센터도 문을 열었다”면서 “치유농업의 효과성이 입증된만큼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동시의회 여주희 의원, '치유농업 조례안'

엄재진 기자 jinee@imaeil.com
매일신문 입력 2023-10-27 11:27:15 수정 2023-10-27 11:27:10

새로운 농가 소득 창출 방안으로 '치유농업'에 주목

여주희 의원

안동시의회 여주희 의원이 지역 농가의 새로운 소득 창출 방안으로 '치유농업'을 육성·지원하는 조례안을 제정해 눈길을 끌고 있다.

25일 열린 안동시의회 제244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여주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안동시 치유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하 치유농업 조례안)'이 통과됐다.

이번 조례안은 안동시의회 의원 연구단체인 '농촌사랑연구회'에서 지난 6월부터 진행한 연구용역 '농촌 활성화를 위한 치유농업 및 농가의 지속가능한 소득창출 방안 연구'의 성과다.

지역 농가의 소득 창출 방안과 농촌 활성화를 위한 연구회의 꾸준한 연구활동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치유농업 조례안은 농촌자원을 활용해 참여자에게 정서적, 심리적, 신체적 치유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할 수 있도록 치유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여주희 의원은 "우리 농촌 경제는 탈농현상과 고령화, 영농비 상승, 기후변화 등 대내외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고, 이로 인해 도·농간 소득격차는 더욱 심화되는 등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이번 조례안 통과를 계기로 새로운 농가소득 창출 방안으로 치유농업을 적극 활용해 농촌 활성화에 기여하고 지역소멸에 대응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