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멸종위기 산양 277마리 떼죽음...지난 겨울 강원엔 무슨일이

중앙일보

입력 2024.03.05 05:00

업데이트 2024.03.0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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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오전 7시 55분 설악산 국립공원 미시령 도로에서 천연기념물 산양이 죽어 있는 모습. 국립공원공단 야생생물보전원 북부보전센터에 따르면 이 산양은 먹이를 구하러 산에서 내려왔다가 도로 산으로 올라가지 못한 채 탈진해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인제=정은혜 기자

지난달 29일 오전 7시 55분 강원도 인제군 56번 지방도. 미시령 톨게이트를 지나자 눈이 1m 넘게 쌓인 도로변에 회갈색 털의 동물이 쓰러져 죽어 있었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인 산양이었다.

국립공원공단 야생생물보전원 북부보전센터 직원 세 명이 신고를 받고 현장에 나타났다. 센터 소속 김홍일 수의사는 “피를 흘리거나 외상 흔적이 없어 로드킬 같지는 않다. 센터에서 사인을 확인한 뒤 문화재청에 멸실신고(천연기념물의 죽음을 알리는 신고)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센터는 이 산양이 탈진 상태로 산에서 내려왔다가 도로를 건너지도, 다시 산으로 올라가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죽은 것으로 추정했다.

겨울철에 산양 277마리 폐사…“전체 개체 10% 수준”

신재민 기자

지난겨울에 강원 지역에 내린 기록적인 폭설로 인해 산양들이 떼죽음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재청 제출 자료에 따르면, 겨울철(지난해 11월~2월) 전국 산양 멸실신고 건수는 총 277건이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겨울철에 멸실신고 된 산양은 매해 14~21마리였는데 지난겨울에는 10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특히 지난달에 폭설이 연속해서 내린 강원 지역에서만 274마리가 죽은 채로 발견됐다.

손장익 국립공원 야생생물보전원 북부보전센터장은 “2020년 기준 전국 산양 개체 수는 2000마리였는데, 현재 정확한 개체 수는 조사되지 않았지만 (겨울철에 죽은 산양이) 전국 개체 수의 10% 정도는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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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양 구조하느라 수의사도 탈진”

지난달 29일 설악산 국립공원 한계령 도로 인근에서 쉬고 있던 산양. 기자가 10m 가까이 접근했는데도 도망가지 않았다. 양양=정은혜 기자

설악산 국립공원에서 야생동물을 구조하는 북부보전센터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55마리의 산양을 구조했다. 이전 겨울철에는 구조한 산양 개체 수가 매해 2마리에 불과했다. 손 센터장은 “구조 개체들은 상태가 많이 안 좋다. 현재까지 절반 이상 폐사했다”며 “이들을 돌보는 수의사도 탈진할 정도로 비상 상황"이라고 전했다.

센터는 지난달 강원 산지에 내린 기록적인 양의 눈이 산양 떼죽음을 불러온 원인으로 봤다. 기상청에 따르면, 미시령 도로 인근 향로봉 관측소에는 2월 내내 폭설이 쏟아지면서 22일에 적설계 측정 높이(160㎝)를 넘길 정도로 눈이 쌓이기도 했다. 손 센터장은 “2010년 이후로 이렇게 장기간 눈이 내린 적이 없었다”며 “녹은 눈이 얼고, 그 위에 눈이 내리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산양이 산속에서 먹이를 구할 수 없게 돼 탈진 상태로 내려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설악산 인근에서는 먹이를 찾아 산에서 내려온 산양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지난달 29일 미시령·한계령·진부령 도로를 왕복 118㎞가량 차로 이동하면서 총 17마리의 산양을 발견했다. 설악산 서식 개체 347마리(지난해 북부보전센터 조사 결과)의 약 5%를 반나절 만에 만난 셈이다. 30년째 산양 보호 운동 중인 박그림설악녹색연합 회장은 “산양은 사람과 100m 이상 거리를 두는데, 지금 산양들이 탈진 상태라 힘이 없어 10m 앞에서도 도망을 못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맷돼지 막는 빽빽한 ASF 펜스가 사태 악화”

3일 강원도 설악산 지역 도로가에서 발견된 산양. 먹이를 구하기 위해 산을 내려왔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펜스 앞에서 멈춰섰다. 사진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을 위해 국립공원 내 도로를 빽빽이 감싼 펜스가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주장도 있다. 먹이를 찾아 눈이 녹은 절개지로 내려온 산양들이 펜스와 절개지 사이에 쌓인 눈에 빠져 탈진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은 “설악산을 가로지르는 도로에 전부 펜스가 처져 있는데, 절개지와 펜스 사이에 눈이 1m 넘게 쌓여있다가 보니 산양이 여기에 빠져서 허우적대다 탈진하고 있다”며 “겨우 펜스를 뚫고 나와도 도로가 있어 반대편 계곡으로 가지 못하거나 로드킬을 당한다”고 했다.

신재민 기자

환경부는 ASF 야생멧돼지 확산 차단을 위한 광역 울타리를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설치했다. 정 사무국장은 “설악산 지역은 ASF가 종료됐고, 펜스의 ASF 확산 방지 효과도 논란이 있다는 점에서 하루빨리 펜스를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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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설악산 국립공원 황태마을 인근에서 발견된 고립된 산양. 좌측으로는 차가 달리는 지방도가 있고 우측으로는 계곡과 산이 있지만 그 앞을 펜스가 가로막고 있다. 산양이 북부보전센터 산양 구조대가 산양을 산으로 유인할 길을 찾아 나서는 모습을 보고 있다. 인제=정은혜 기자

“단절된 설악산 생태축 복원해야”

올해 2월의 많은 눈은 해수 온도 상승 등 온난화로 인한 겨울 강수(눈·비) 증가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초봄인 5일에도 강원 산지에 10~15㎝의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예고됐다. 설악산 산양 집단 폐사가 3월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지난달 29일 설악산 국립공원 한계령 도로에 하나 뿐인 동물이동통로(생태통로). 인제=정은혜 기자

산양의 떼죽음 피해를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도로로 단절된 설악산을 이어주는 생태 통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설악산 국립공원 내 생태통로는 한계령과 진부령 도로에 각 1곳뿐이다.

송의근 국립생태원 연구원은 “산양뿐 아니라 많은 야생동물을 위해 생태통로는 더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생태통로를 지을 위치를 면밀히 연구·조사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제·양양=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보잘것 없어 보이는 ‘맹그로브 숲’, 인류에겐 없어서 안되는 삶의 터전이라는데…

  • 동아일보
  • 업데이트 2019년 5월 17일 15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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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그로브 숲의 아이들’이라는 영화가 있다. 중미의 작은 나라 엘살바도르의 맹그로브 숲에서 조개를 캐며 살아가는 루이스와 블랑카 남매의 이야기로 감동적인 스토리가 마음을 울린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인간의 기본적인 삶의 터전은 순수한 자연이며 그곳에서 비로소 건강해 질 수 있다고 들려준다.

맹그로브(Mangrove)는 열대 해안선 부근에 살아가는 나무들을 말한다. 맹그로브 숲은 야자나무와 무궁화, 감탕나무, 쥐꼬리망초 등 24개 과 70여 종에 이르는 나무로 이루어져 있다. 염도가 높아 여느 식물들은 몇 시간도 버티지 못하는 해안선에서 ‘적응의 귀재’라는 별명처럼 울창한 숲을 이루며 잘살아간다. 우리나라에도 맹그로브 숲이 있다. 바로 강과 서해가 만나는 장항습지다. 그런데 말이다. 생긴 모양은 보잘 것 없어 별 볼일 없어 보이는 맹그로브 숲이 인류에게 주는 유익은 엄청나다.

첫째, 사람들의 삶에 도움을 주며 생명체의 보금자리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맹그로브 숲을 다양한 수산물의 어획 장소로 이용해 왔다. 바닷물고기들은 맹그로브 뿌리사이에 숨어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른다. 많은 종류의 물고기들이 알을 놓고 그 새끼들이 포식자로부터 보호받는 보금자리 공간이 맹그로브 숲이다. 뿐만 아니라 각종 목재, 숯의 원료 채취, 식물소재 등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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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해안생태계 보호 역할을 한다. 낙엽 등을 통해 해수 중에 유기물을 공급하고, 유기물이 형태를 바꾸면서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든다. 하루에 두 번 있는 조수에 맞추어 맹그로브 숲은 생태계 보호를 한다. 해안생태계를 오염시킬 수 있는 입자들을 뿌리에서 걸러주는 여과기능을 하는 것이다.

셋째, 해안선을 침식작용으로부터 보호하는 완충역할을 한다. 맹그로브의 뿌리와 가지는 파도를 완화·분산시킨다. 인공방파제보다 훨씬 더 강하다. 해안선을 따라 형성된 천연의 방재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맹그로브는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나무로 불린다. 기후학자들은 열대우림보다 맹그로브 숲이 이산화탄소를 줄이는데 훨씬 더 큰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유엔이 맹그로브 숲을 보호하는 국가에 지원금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섯째, 강력한 자연재해로부터 피해를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맹그로브 숲은 강력한 태풍, 쓰나미, 폭풍해일로부터 육지를 보호해준다. 맹그로브 지역 100m를 지날 때 파도의 높이는 13~66% 감소한다. 500m를 지나면 무려 50~100% 정도 감소한다. 2008년 태풍 나르기스가 미얀마를 강타했을 때 18만 명의 사람들이 죽었고 재산피해는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피해가 극심해진 원인 중 하나가 해안가의 맹그로브 숲을 없애버린데 있었다고 유엔보고서는 말한다.

유엔에서는 극심해지는 자연재난을 자연으로 막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해안에 있는 맹그로브나 산호, 조간대 등이 바다로부터 오는 자연재해를 대폭 줄여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나라들은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맹그로브 숲을 파괴하고 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한국기상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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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고시간2020-09-10 11:00

 
 

(속초=연합뉴스) 이종건 기자 = 2개의 태풍이 연이어 지나간 강원 동해안 해변과 항·포구가 태풍 쓰레기에 몸살을 앓고 있다.

해변 점거한 쓰레기

(양양=연합뉴스) 이종건 기자 = 연이어 지나간 2개의 태풍으로 인한 쓰레기로 동해안 해변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8일 강원 양양 낙산해변이 거대한 쓰레기장이 되었다. 2020.9.8 momo@yna.co.kr

지자체는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쓰레기 수거에 나서고 있지만, 워낙 양이 많아 애를 먹고 있다.

10일 강원도와 동해안 6개 시군에 따르면 제9호 태풍 '마이삭'과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지나간 동해안 해변과 항·포구에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파도를 타고 유입됐다.

 

강원도환동해본부가 시군을 통해 현재까지 잠정 집계한 쓰레기 발생량은 1만여t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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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군 5천여t, 고성군 3천500여t, 삼척시 4천300t, 속초시 600여t 정도다.

이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수십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양양 낙산해변의 경우 뿌리째 뽑힌 통나무를 비롯한 나무 쓰레기와 망가진 어구, 가전제품, 스티로폼, 페트병 등 육상에서 하천을 통해 바다로 유입됐던 각종 쓰레기가 파도에 밀려 나와 거대한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낙산해변 쓰레기는 낙산항 입구에서부터 남대천 하구에 이르는 2㎞ 구간 백사장 전체를 가득 메우고 있다.

인근 설악해변과 물치해변, 정암해변에도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밀려 나와 백사장을 뒤덮고 있다.

태풍 쓰레기 수거 작업

(양양=연합뉴스) 이종건 기자 = 태풍 이후 동해안 해변과 항·포구가 파도에 밀려든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9일 양양 낙산항에서 전문 장비가 투입된 쓰레기 수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0.9.9 momo@yna.co.kr

속초 설악항과 낙산항 방파제는 밀려 나온 아름드리 통나무들이 파도 완충재 사이에 처박혀 있는가 하면 관광객 보호용 가드레일에 걸려 보기에도 위태로운 모습을 하고 있다.

삼척 임원항과 강릉 영진항, 양양 낙산항 등 항·포구들도 밀려든 쓰레기에 기능이 마비될 정도다.

어민들과 자치단체는 장비를 이용해 항만으로 유입된 쓰레기를 건져내고 있으나 워낙 양이 많아 처리에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다.

이처럼 많은 쓰레기가 유입되자 각 자치단체는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워낙 양이 많은 데다가 환경을 해칠 수 있는 스티로폼과 페트병 등 폐기물을 분류하는 것도 공무원이나 지역주민, 공공근로자와 자원봉사자들의 손을 빌리기에는 역부족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염분을 함유한 쓰레기를 매립장에 그대로 매립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러다 보니 지역에서는 이번 태풍 쓰레기도 지난해 산불 폐기물처럼 전문처리 업체에 위탁해 처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위탁처리의 경우 비용이 만만치 않아 국비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재해 복구에 대한 국비 지원 규모에 따라 태풍 쓰레기 처리 방법도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변 뒤덮은 태풍 쓰레기

(양양=연합뉴스) 이종건 기자 = 연이어 지나간 2개의 태풍으로 인한 쓰레기로 동해안 해변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8일 강원 양양 낙산해변이 거대한 쓰레기장을 이루고 있다. 2020.9.8 momo@yna.co.kr

동해안에서 가장 많은 5천t 정도의 태풍 쓰레기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양양군의 경우 쓰레기 처리에 12억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4천300여t이 발생한 삼척시는 11억원, 600여t이 발생한 속초시는 3천500여만원 정도로 예상한다.

mom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0/09/10 11: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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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번외 뚜벅이] 도시에서 만나는 정원 ‘영흥수목원’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정원문화를 보급하는
숲과 공원, 수목원이 조화를 이룬 수목원

  • 기자명김지운 기자
  • 입력 2023.12.08 02:00
  • 수정 2023.12.13 17:12
 

 

 

 

영흥수목원에 모인 뚜벅이 모습

 

한국조경신문이 주최·주관하는 ‘2023년 12월 뚜벅이투어’는 12월 6일(수) 수원시 ‘영흥수목원에’ 다녀왔다. 이번 투어는 동절기에 쉬어가야 하는 뚜벅이들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번외로 마련됐으며, 토요일 전일 일정이 아닌 수요일 14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수원에는 올해 봄 문을 연 수목원이 두 곳 있다. 수원의 동편과 서편에 각각 자리를 잡아 수원 시내 어디에서든 20분 내로 수목원에 닿을 수 있다. 그중 하나인 영흥수목원은 영통구 영흥숲 일대의 숲과 공원, 수목원이 조화를 이룬 수목원이다.

 

이날 뚜벅이는 영흥수목원에 모여 하지영 영흥수목원 팀장의 수목원 소개를 들은 후, 자원봉사로 수목원 해설을 맡은 수원시민 김우진 해설사의 해설 투어가 진행됐다. 수목원 곳곳에 내년 봄을 위한 정비와 구근 식재가 한창이었는데, 투어가 시작되자 포근한 기온 덕에 겨울비가 내려 운치를 더했다.

방문자 센터를 지나 수목원 입구로 들어가면 수목원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영흥수목원은 크게 3곳으로 분류되는데, 중심에는 ▲잔디마당 ▲계절초화원 ▲겨울정원 ▲암석원 ▲그라스원 ▲정조효원 등 다양한 주제 정원이 있는 꽃과 들풀 전시원이, 왼쪽에는 관상용 수목을 수집해 ▲꽃 ▲열매 ▲단풍 등 개절의 변화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숲이 있다. 또한 오른쪽에는 기존의 수림을 통해 중부온대수림의 다양한 모습을 체험할 수 있도록 조성된 생태숲이 있다.

김우진 해설사가 정조효원 방지앞에서 정조효원 해설을 하고있다.

 

가장 먼저 김우진 해설사는 뚜벅이들을 정조효원으로 안내했다. 한국정원은 탁 트인 곳에 자리 잡기보다 차폐된 길을 걸으며 궁금증을 일으킨다고 하는데, 대나무가 심겨 미로 같은 느낌의 입구를 지나면 전통정원의 모습이 드러난다. 덕(德)과 화(和)로 나라를 다스리면 천년이 지나도 허물어지지 않는다는 뜻의 ‘덕화당’과, 백성과 함께 즐긴다는 여민동락(與民同樂)의 준말인 ‘동락정’이 가운데 네모난 연못인 방지를 두고 마주 서 있다. 정조대왕의 효심과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을 떠올리며 전통 정원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되새길 수 있는 정원이다.

이어서 길을 따라 자작나무가 있는 겨울정원을 걸었다. 겨울비와 자작나무라니! 환상의 궁합이다. 해설사는 자작나무가 이제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며, 이 자작나무 길이 겨울연가로 유명한 남이섬의 은행나무길 못지않은 대한민국의 겨울 명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자작나무의 흰 수피가 아름답게 반짝이고 그 앞에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즐거워할 시민들의 모습에 먼저 신이난 해설사를 보며 뚜벅이들도 덩달아 신이 났다.

 

수원의 또 다른 수목원인 일월수목원 온실에는 건조기후대 식물이 있다면, 영흥식물원 온실에는 아열대기후 식물이 가득하다. 온실은 적은 면적에 더 많은 식물이 있는 정원으로 꾸미기 위해 수연지 호수 안으로 빠져들어 갈 것 같은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다. 온실에서 호수를 바라보니 마음이 촉촉해진다. 호수 너머에는 겨울정원이 보이는데 마치 북부지방의 섬을 바라보는 것 같은 이국적인 정취가 느껴진다. 온실은 물의 식물원으로 세계 각국의 아열대 식물과 수련, 연꽃이 전시돼 있다.

온실은 물의정원으로 다양한 수련과  연꽃, 수생식물을 볼 수 있다.
온실은 물의 식물원으로 세계 각국의 아열대 식물과 수련, 연꽃이 전시돼 있다.

 

온실을 빠져나와 전시숲을 통해 다시 방문자 센터로 갔다. 이곳에는 인삼보다 귀하게 여겨지는 두충나무 숲이 있는데 수목원 조성 전부터 있던 수림을 아름답게 보존하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수국이 가득한 수국원과 무궁화원, 암석원을 지나니 다시 방문자 센터가 보이고 이내 출구에 도착한다.

영흥수목원의 다양한 정원들을 걸으면서 부드러운 그라스가 마음을 만지기도 했고, 암석원의 척박한 생육환경에도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식물들에게서 강인함을 느끼기도 했다. 이래서 정원이 좋구나 싶다. 혼자 조용히 수목원을 둘러보는 것도 좋겠으나, 뚜벅이들과 함께여서 즐겁고, 수원을 사랑하는 시민 해설사의 해설 덕분에 의미 있는 뚜벅이 투어였다. 영흥수목원의 봄이, 수원의 봄날이 기대된다.

[한국조경신문]

김우진 해설사가  대왕참나무의 겨울철 생존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온실을 등지고 기념사진 촬영을 한 뚜벅이 모습

 

 김지운 기자 jwkim@latimes.kr
키워드
#수원시 #뚜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