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8.01 19:44 수정 : 2014.08.01 21:57
오는 5일 폭행 선임병 등 결심공판
군검찰 뒤늦게 성추행혐의 추가 검토
병영관리 실패 은폐 의혹 나와
지난 4월 선임병들의 ‘단순 폭행’으로 숨졌다고 알려졌던 육군 28사단 윤아무개(24) 일병이 애초 발표와 달리 한 달 넘게 이어진 구타와 가혹행위 끝에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애초 군은 사망 당일의 폭행만 공개한 바 있어, 병영 관리 실패를 숨기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선임병한테 상습적으로 맞던 후임병이 자기 밑으로 들어온 후임병을 다시 폭행하는 ‘구타의 사슬’도 확인됐다.
■ 살인죄 적용은 안 해…성추행은 검토 김흥석 육군 법무실장은 1일 기자들과 만나 “군검찰은 범행 가담 정도에 따라 징역 5년에서 30년까지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중형을 구형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아무개(26·구속) 병장 등 폭행에 가담한 선임병 5명은 이미 보통군사법원에 기소돼 5일 결심공판을 앞두고 있다.
육군은 전날 인권단체인 군인권센터가 밝힌 성추행 혐의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군검찰은 이 병장 등을 기소할 때 이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김 실장은 “성추행 혐의는 가혹행위의 한 부분으로 파악해 혐의 내용에는 넣지 않았다. 그러나 필요하면 공소장 변경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살인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군은 가해 병사들에게 상해치사죄(법정형량 징역 3년 이상)가 아닌 살인죄(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를 적용해야 한다는 군인권센터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김 실장은 “윤 일병이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등 살리려고 노력한 점 등을 보면 살해 의도는 없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앞서 육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연대장과 대대장을 보직해임하는 등 간부 16명을 문책했다.
■ 배치 첫날부터 폭행 또 폭행 이 사건은 군인권센터가 지난 31일 수사기록을 공개하며 “구타와 가혹행위가 한달 넘게 지속됐다”고 밝히면서 파장이 커졌다.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수사기록에는, 부대 전입 뒤 대기기간(2주)이 끝난 직후인 지난 3월3일부터 구타를 당한 것으로 나온다. 사건 일지에는 선임병들이 ‘대답이 느리고 인상을 쓴다’는 이유로 윤 일병을 때리기 시작했다고 기록돼 있다. ‘대답을 제대로 못한다’며 대걸레 자루가 부러질 때까지 허벅지를 때렸고, 그런 폭행을 가한 며칠 뒤에는 2~3시간씩 기마 자세를 취하게 했다고 한다. 선임병들은 윤 일병이 다리를 맞아 제대로 걷지 못하자, 다리를 절룩거린다는 이유로 다시 때리기도 했다고 한다. 또 잠을 재우지 않고 밤새 경례 동작 등을 시키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폭행을 주도한 이 병장은 바닥에 뱉은 가래침을 핥아 먹게 하기도 했다고 한다. 의무중대 소속인 이들은 맞아서 생긴 멍에 약을 발라주겠다며 성기에도 약을 바르는 가혹행위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선임병들은 사망 당일, 연이은 가혹행위로 힘들어하는 윤 일병에게 직접 비타민 수액 주사를 놓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폭행을 당하던 윤 일병이 침을 흘리며 쓰러졌는데도 ‘꾀병’이라며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군인권센터는 기소된 선임병 가운데 2명도 ‘최고참’인 이 병장한테서 폭행당한 ‘피해자’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치약 한 통을 강제로 짜서 다 먹게 하거나, 후임병 관리를 못한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박기용 기자, 박병수 선임기자
xe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