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국 탐방기④] 라디오PD는 어떤 일을 하는 건가요?

[MBC STORY/M본부유람기]2014/03/17 09:02

 

여러분들은 PD와 DJ, 작가가 각각 어떤 일을 하는지 알고 계신가요?

 

여러분 '라디오PD'라는 직업을 떠올리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프로그램의 모든 것을 짊어지고 심각한 표정으로 엄청 고민하고 바쁘게 움직이고 분주한 손짓을 해대는 그런 모습이 막 그려지시죠? 그런데, 제가 본 라디오 스튜디오 현장의 모습은 충격이었습니다.

 

작가는 걸려오는 전화와 사연을 정리해 DJ멘트를 전달하느라 키보드를 분주하게 두드리고, DJ는 부스안에서 원고를 읽고 게스트와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며 신청곡을 소개하고, 음악과 음향을 제어하는 콘솔은 엔지니어가 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PD는... PD는 팔짱을 끼고 DJ의 이야기를 듣고 재미있어서... 웃고 있었습니다!!

 

이.거.슨!! 방청객?!

 

[충격실태] 단독!! PD가 일을 안해요!!

 

혼자서 노래도 고르고 콘솔도 만지고, 북치고 장구도 치시는 '슈퍼DJ' 이루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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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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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써논 원고에 숟가락만 ~딱!

새로 나온 노래 초이스를 ~딱!

DJ의 개그 애드립에 웃음을 ~딱!

아이돌 게스트와 함께 수다를 ~딱!

"정말 이런건가요?? 뭐지.. 라디오PD의 세계.. 이런 '神의 직업'이란... 완전 캐부럽!!"

 

그래서 라디오PD에게 따져 물었습니다.

"아니 PD님!! 이건 뭐 DJ와 작가가 일 다 하는거 같은데?! 대체 지금 뭣하시는... 저도 시켜주세요!!!"

 

손한서 PD | 일명 손뿌잉PD, <신동의 심심타파, 2008> <정오의 희망곡, 2010> 등 연출

 

사실 저도 이곳에서 일하기 전에는 똑같은 궁금증을 가졌어요.

방송국 안에서 일하고 있는 지인에게 물어봐도 딱히 정답을 알려주지 못했고, 다들 하는 얘기도 달랐기에 그냥 라디오PD는 막연히 영화나 TV에 나오는 모습처럼 '저렇구나'라고 상상만 했습니다.

 

실제로 라디오에 들어와 보니, 취재를 하러 마이크를 들고 다니는 PD, 음악 선곡을 하는 PD, 공연 연출을 하는 PD, 섭외 전화를 하고 있는 PD, 다큐멘터리 원고를 쓰고 있는 PD 등이 있었고, 저마다 다양한 종류의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라디오 PD라는 직업 자체가 '장르PD(예능, 시사 등)'라기보다 '매체PD'이기에 TV보다 더 다양하게 일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규모가 큰 영화 산업과는 다르게 방송국PD의 영역은 프로듀서와 디렉터의 영역이 모두 합쳐진 느낌입니다. 방송국 안에서도 프로그램의 규모가 가장 작은 라디오의 경우 이 두 가지 영역이 가장 강하게 혼재되어 있는것 같습니다.

 

PD는 프로듀서로 존재하면서 예산을 어떻게 쓸지, 어떤 디제이가 적합한지, 어떤 작가들과 함께 일을 할지, 어떤 게스트를 선택 할지 결정하고 각각의 주체에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일을 할지 권한을 부여하게 됩니다. 또한 PD는 디렉터로 일하면서 선택한 스태프들과 프로그램을 어떤 방향으로 연출할지 함께 결정하고 실행합니다.

 

PD는 'Producer이자 Director' 그래!! 그럼 그렇지. 세상에 쉬운 직업이 있나요.

프로그램기획, 제작진 구성, 진행자와 출연자 선정, 주제선정, 섭외, 취재, 원고검토, 연출, 제작비관리, 기술·효과 등의 방향제시, 홍보, 콘텐츠활용... 등등 이 모든 것을 끊임없이 판단하고 선택하고 책임지는 어려운 자리였더군요.

 

 

[미니인터뷰] 손뿌잉PD가 말하는 '라디오PD'

손한서 PD는 2004년 MBC에 입사해 <지금은 라디오 시대><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옥주현의 별이 빛나는 밤에> 등에서 조연출을 맡았고, <김신영의 심심타파>와 <신동의 심심타파>를 연출했다. 그가 연출한 심심타파는 4년 연속 동시간대 청취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는 예능뿐 아니라 <최양락의 재밌는 라디오><현영의 정오의 희망곡><장진의 라디오 북클럽><홍기빈의 손에 잡히는 경제>등 시사와 음악 프로그램도 연출한 '전천후' 라디오PD다.

 

Q1 왜 라디오PD가 되고 싶었나요?

어릴적 ‘배철수의 음악캠프’와 같은 프로그램을 들으면서 '라디오PD'가 되면 규모가 엄청난 레코드실에서 음악을 맘대로 들을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 시절만해도 무제한 스트리밍서비스나 mp3가 없었기에 앨범을 사지 않으면 음악을 듣기 힘들었거든요. 거기다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를 막 소개시켜 줄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라디오PD'가 되고 배철수 선배를 봤을 때 그냥 감동적이었죠.

 

Q2 아! PD가 마음대로 노래 막 틀면 안되나요?
제가 듣고 싶은 음악을 틀고 싶지만, 이런 음악은 집에 가서 혼자 듣습니다. 사연이나 청취층, 신청곡, 또 그날의 분위기에 맞게 여러 가지를 상황들을 고려하는데요, 전문적인 음악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선곡은 이 프로그램을 나와 비슷한 취향의 사람이 듣고 있구나.. 라고 동질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푸른밤에선 이런 노래가 나가고, 오늘아침엔 저런 노래가 나가고, 지금은라디오시대엔 요런노래가 나온다.. 이런 인식을 가지기 때문에 선곡취향을 바꾸는건 나름 큰 변화가 됩니다.

 

Q3 그렇군요. 프로그램 특성이 있으니까.. 프로그램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방송하는 시간에 어떤 사람들이 청취하는지?(나이, 직업, 취향, 성별...)' ,'요즘 어떤 트랜드가 라디오에서 유리한지?' , '현재 어떤 프로그램이 뜨고 있는지?', '프로그램을 맡은 DJ가 가장 잘 할 수 있는게 무엇인지?' 등을 고려해 만들게 되죠.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관심사를 들어보기도 하고, 잡지나 책, 영화, 커뮤니티 등 다른 매체, 비슷한 프로그램들, 술자리 등등에서 많은 영감을 얻습니다..

 

Q4 라디오PD가 갖춰야할 소양이 있다면요?

꼭 라디오PD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사람에 대한 관심’이 아닐까요? 청취자들이 좋아하고 궁금해하고 친구같이 편안한 프로그램이 되려면, 사람들이 요즘 뭘 좋아하는지, 뭘 알고 싶어하는지, 어떤 친구를 원하는지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그렇구요,, 이러한 사람에 대한 관심을 어느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이 나오겠고, 이런 관심이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만드는 기본 재료가 되는 것 같습니다.

 

크레용팝과 손한서PD

 

'라디오프로듀서 핸드북(Radio Producer's Handbook)'의 저자 Rick Kaempfer와 John Swanson은
'PRODUCER'를 앞글자를 따서 다음과 같이 PD의 역할을 정의했습니다.

P : Psychologist (심리학자) / R : Researcher(연구원) / O : Organizer(조직책)

D : Director(감독) / U : Understudy(대역배우) / C : Creative writer(작가)

E : Engineer(엔지니어) / R : Right-Handed man(중요한 사람)

 

종합해보면 라디오PD는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면서 심리학자와 연구원으로 빙의해 트랜드를 분석하고 청취자의 마음을 간파해 재미있는 구성을 만들어내고 여기에 적합한 스탭과 진행자를 구성하고 이야기에 음악과 효과를 입혀 완성된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그대는 중요한 사람! 욕심쟁이 디렉터!! 우후훗"

라디오PD는 어떻게 일하는지 책상 구경 해볼까요~

 

짬날때마다 트위터로 청취자와 소통. 팔로워가 무려 10만명!!!

 

간택(?)을 바라는 홍보용 싸인CD가 수두룩 빽빽~

와우!! 나 PD할래.. ㅠㅠ 아이돌이 막 팬레터를 막 그냥.

PD는 아는것도 많아야. 시사교양부터 연예 가쉽까지~

밤에 사람이 별로 없으면 스피켜를 켜놓고 일한다고 한다. 우퍼 간지가 좔좔.. 업무 관련 메모들

 

라디오PD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역할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직접 악기를 연주하지는 않지만, 음악과 악기는 물론 연주자의 개성을 이해하고, 장단과 강약, 속도를 조절해가며 완벽한 소리의 조화를 만들어내는... 무대와 조명을 연출하고 입장과 퇴장을 지시하며 객석의 분위기를 살피고 청중과 소통하는 종합 예술가랄까요.

 

 

드라마 제작 현장이나 뉴스 스튜디오에 가보면

카메라나 조명, 무대, 각종 장비들이 눈에 들어오는 반면,

라디오 방송 현장은 '사람'이 먼저 눈에 띈다.

장비들은 그냥 거들 뿐... 아니 어쩌면 '사람'이 전부일런지도 모르겠다.

 

절도있는 PD의 손짓, 쉴새 없는 작가의 타이핑, 진행자의 살아있는 표정..

웃음과 눈물 섞인 청취자 사연이 음악과 함께 전파를 타면, 순식간에 우리는 '위아더월드'

이것이 바로 개방, 참여, 공유의 정신이 녹아있는 진정한 '소셜미디어'가 아니고 무엇인가..

사람과 사람을 사람이 이어주는 '사람미디어'

'라.디.오'

 

 

글/사진. 정책홍보부 이두호(ruda@mbc.co.kr)

인터뷰이. 라디오편성기획부 손한서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