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재미있는 그림읽기(9)

골목 그림의 위력

광주대인시장 셔터를 들어 올리는 장미란주현우

 

   이 벽화는 광주대인시장에 있는 시장 골목벽화입니다. 오늘은 좁고 그늘진 골목에 그려진 그림들에 대하여 살펴 보겠습니다. 미술작품은 보통 전시장에서 고급액자를 두르고 멋진 조명과 귀한 대접을 받으며 관객을 기다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전시장 밖으로 나선 그림들이 대단한 역할을 하고 있어 소개할까 합니다.

 

으랏차! 셔터 올리는 장미란 선수

  광주의 대인시장은 1980년도까지 335개의 점포가 몰려있었고 언제나 사람들로 붐비던 전남 최대의 재래시장이었답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광주역 등 중요 시설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도시는 점점 변두리로 변해갔습니다. 여기에다 새롭게 등장한 대형슈퍼마켓은 광주 대인시장 뿐 만 아니라, 전국의 재래시장들을 동시에 몰락하게 합니다. 2008년에는 대인시장의 점포 중 105개나 문을 닫았고요, 시장주변의 동네 빈집은 600개가 넘었다고 합니다

.

이런 상황에 먼저 용감하게 나선 분들은 바로 미술 작가들이었습니다. 그 작품 중 하나가 바로 이 그림입니다. 당시의 시장골목 점포는 3분의1 이상이 문을 닫은 상태였는데요, 작가 주현우님은 바로 이 굳게 닫힌 셔터위에 세계 최고의 장사 장미란 선수가 셔터를 힘차게 들어 올리는 장면을 그린 것입니다. 시장 가게들이 하루빨리 활짝 열렸으면 하는 간절함의 표현이었습니다.

 

기적처럼 살아난 대인시장

   시장골목 골목의 여러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장미란 그림 위력은 대단했는데요, 시민들은 골목 그림을 보러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더니, 죽어가던 재래시장은 기적처럼 살아났습니다.

여기에 광주시와 대인시장은 5명의 젊은 예술가들에게 빈 점포를 무상 임대해주고, 작가는 작업과 전시장으로 활용하면서, 예술가와 상인 그리고 시민의 어울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시장도 보고 문화 예술을 즐기는 독특한 아이디어는 대성공이었고요, 현재 25개의 작업장에서 42명의 청년작가들이 맹활약하며, 대인시장을 문화예술의 중심으로 가꾸고 있답니다.

 

묵호의 부활에 어르신 나서다.

   골목 그림의 위력은 우리 강원도 동해의 묵호에도 불을 지폈습니다. 동해시의 묵호는 1990년대 시멘트와 석탄산업의 부진으로 사람들이 하나 둘 이곳을 떠나기 시작했고요, 상점들도 거의 문을 닫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시끌벅적했던 어시장도 한산했고 도시는 거의 몰락 직전이었답니다. 그런데 몇 년 전 몇 명의 젊은 작가들이 이 동네 어르신들과 어떤 움직임을 시작하였습니다.

 

 

어르신, 주민, 아이들 모두 함께

   일명 논골담길 벽화 그리기 사업이었는데요, 마을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중심이 되고 여기에 지역주민과 우리 어린이 친구까지 합세하여, 묵호의 지난 삶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재현하는 벽화 그리기를 시작 하였습니다. 작가들은 이 계획의 주인공이 아니라, 지원자로 또는 보조 역할을 했다는데요, 서툴지만 가식 없는 어르신들의 진솔한 그림은 우연히 이곳을 방문한 여행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삽시간에 명승지가 되었습니다. 또 이곳 가파른 언덕과 비탈 골목에 다닥다닥 붙은 삐뚤고 엉성한 집들이 좋아, 새 보금자리로 튼 이주민들이, 주변 골목을 아기자기한 일상의 모습으로 가꾸고 다듬어 새로운 문화와 볼거리를 만들고 있답니다.

   요즈음 주말이면 이 언덕을 찾는 방문객이 1000명이 넘고, 골목 이곳 저곳에 하나둘 생겨난 카페들이 10곳이 넘었다고 하니, 묵호의 부활이 분명하네요. 골목 그림의 위력, 정말 대단하죠. 우리 강원어린이 친구들도 이번 겨울 방학 때 광주 대인시장과 동해의 논골담길을 한번 찾아보세요. 그리고 여러분도 내가 사는 마을을 새로운 명승지로 변신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를 한번 떠 올려 보세요. 그 결과로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고 감동하며 기뻐하는 모습도 상상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