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기름 올해 일본 수출 100배 늘어
들기름 오메가-3 지방산 면역력 강화해
GMO 옥수수에 많은 오메가-6 비만 유발
들기름 오메가-3 지방산 면역력 강화해
GMO 옥수수에 많은 오메가-6 비만 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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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열도가 우리나라 들기름의 고소함에 빠져 있다. 한국산 들기름이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수출이 무려 100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보면, 올해 1∼4월 들기름 일본 수출액은 2만7000달러에서 257만1000달러로 93.5배 증가했다. 덕분에 들기름 수출액 가운데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도 1년 새 22%에서 4배 이상인 96%로 뛰었다.
들불처럼 번지는 일본의 들기름 사랑은 일본 TV 프로그램이 들기름의 주성분인 오메가-3가 치매 예방 등 건강에 좋다고 소개한 영향 탓으로 알려져 있다. 까다로운 일본인들이 한국산 들기름에 꽂힌 것은 단순히 방송 탓일까?
중국이 원산지인 들깨는 식물성 지방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동북아의 들기름은 중동의 아마씨유, 유럽의 올리브유와 함께 대표적인 식물성 기름으로 존재해왔다. 들기름은 필수지방산인 오메가-3(오메가-9)와 오메가-6가 풍부하다. 지방산은 단백질과 함께 인간의 세포를 구성하는 핵심성분이다. 영양학자들은 수렵에서 농사로 돌아선 인류가 동물 지방 대신 이 식물성 기름을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두 지방산은 이름은 비슷하지만 역할은 전혀 다르다. 오메가-3는 세포막을 확장해 식물 광합성을 원활하게 하는 엔진오일 역할을 한다. 오메가-3가 동물의 몸에 들어가면 좀더 활발해지는데, 그게 유명한 DHA다. DHA는 동물 세포 가운데서도 가장 활발히 작동하는 시신경이나 뇌신경을 이루는데 주로 쓰인다. DHA가 풍부한 생선 기름이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올리브유에 많이 함유된 오메가-9도 비슷한 역할을 한다.
반면 오메가-6는 원래 광합성으로 만든 양분을 저장하게끔 설계됐다. 이 지방산이 동물에 들어오면 세포막을 두텁게 해 지방이 쌓이게 만든다. 생존과 번식을 위해 양분을 축척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오메가-3는 세포의 대사를 촉진시키는 반면 오메가-6는 반대로 이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어느 지방산이 많으냐에 따라 세포의 성격이 달라지는 셈이다. 보통 봄ㆍ여름에는 오메가-3가, 가을ㆍ겨울에는 오메가-6의 섭취가 늘게 돼 있다.
인류는 1900년대 이전까지 이 두 지방산을 균형있게 섭취했지만 유전자조작(GMO) 작물인 콩과 옥수수의 재배가 늘어난 뒤 균형은 심각하게 무너졌다. 옥수수와 콩으로 만든 식물성 기름이 범람하고 옥수수 사료로 키운 육류 소비가 늘어나 오메가-6의 섭취가 급속도로 증가한 것이다. 반면 녹색야채와 생선 소비는 줄면서 오메가-3 섭취는 급감했다.
영양학자들은 현대인들의 오메가-3와 오메가-6의 섭취 비중이 1대20 정도라고 분석했다. 이는 1대1의 균형을 유지하던 조상들의 영양 상태와는 대조적인 것이다. 이런 불균형은 ‘현대판 흑사병’으로 불리는 비만과 심혈관 질환에 따른 사망자가 급증하는 원인의 하나로 꼽힌다. 심지어 오메가-6는 비만뿐 아니라 최근 연구에 따르면 혈관수축과 염증반응을 일으켜 일부 암의 원인으로까지 지목되고 있다.
들깨는 이런 불균형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식품으로 주목돼 왔다. 농촌진흥청 누리집을 보면, 들깨는 지방 함량이 40%, 단백질이 14% 가량이다. 지방 가운데 오메가-3의 하나인 리놀렌산 등이 60%가량 함유돼 있다. 보통 양분을 저장하는 씨앗에는 오메가-6가 풍부하지만, 들깨는 아마씨와 함께 오메가-3가 이례적으로 풍부하다.
이미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각국이 연구한 결과, 리놀렌산은 항돌연변이 효과 및 암세포증식억제 등 암예방 효과가 있고, 신경계를 구성하는 필수지방산으로 시신경에도 영향을 줘 학습능력을 증진시키고 치매예방 효과도 갖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이 때문에 미국 등에서는 들기름과 지방산의 성분이 일치하는 아마씨유를 다른 식물성기름 대신한 항암식품으로 권하고 있다. 유전자 조작한 옥수수로 만든 기름이 범람하기 전까지 인류는 들기름과 아마씨유를 먹어왔다.
이밖에도 들깨에는 로즈마린산과 루테올린 등과 같은 폴리페놀성 성분이 함유돼 있다. 이 성분은 각종 스트레스로 산화된 몸을 환원시키는 역할을 한다.
들깨의 효능은 이미 오래전부터 입증된 바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들깨는 몸을 덥게 하고 기침과 갈증을 그치게 한다고 했다. 또 간을 윤택하게 해 속을 보하고 골수를 메워준다고 적고 있다. 특히 들깨는 고기를 먹지 않는 사찰에서 주요한 양념으로 쓰여 왔다.
예로부터 들깨를 많이 먹어온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들깨 대신해 비슷한 향미를 가진 차조잎을 먹어왔다. 이 때문에 들기름 생산량이 많지 않아 들기름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또 오메가-3의 동물성 버전인 DHA를 등푸른 생선으로 섭취해왔지만 최근 후쿠시마 사태를 계기로 등푸른 생선 대신 들기름으로 관심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농진청 관계자는 “들깨는 현대인의 영향 불균형을 바로 잡아주고 항산화 물질로 면역력을 강화해주기 때문에 웬만한 보약보다 낫다”라고 강조했다.
유전자조작 식품이 범람하면서 조작이 없는 들깨와 올리브로 만든 들기름과 올리브유의 건강성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콩기름(왼쪽위), 올리브유(왼쪽아래) 포도씨유(오른쪽아래) 들기름(오른쪽위). 한겨레 자료사진
국립식량과학원
식물의 광합성을 돕는 오메가-3 지방산은 동물세포에 들어가면 분자구조를 길게 늘려 DHA로 변신해 세포의 대사작용을 적극적으로 돕는다. 사진은 DHA 분자의 모습. WIKIMEDIA
사찰에서는 오메가-3가 풍부한 들깨가루를 이용해 음식의 맛을 내왔다. 사진은 들깨칼국수. 한겨레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