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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선 관련 사설
[한국일보 사설-20160412화] 구태의연한 선거운동이 유권자 무관심 불렀다
4ㆍ13 총선 득표전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여야가 지지층 결집을 위해 마지막 총력전을 펴고 있지만 역대 최악의 투표율을 걱정하는 소리가 나오듯, 유권자의 냉소가 어느 때보다 크다.
20대 국회 의석을 노리는 여야 후보나 정당들로부터 기대나 새 희망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람도, 쟁점도, 정책도, 인물도 묻혀버린 채 선거가 이리 무미건조해진 게 유례가 없을 정도다.
원인을 따지자면 공천 논란부터 국민 기대에 어긋났다. 과거 총선에서는 여야가 그나마 물갈이 공천을 통한 개혁 이미지로 승부를 걸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공천 개혁이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계파 패권주의에 공천 보복이 난무했고, 야당은 전략 공천에서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 비례대표 공천에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친노ㆍ친문 세력의 알력으로 파탄 직전까지 갔다. 가뜩이나 19대 국회에 피로감을 느꼈던 국민에게 정치 혐오를 극대화한 공천 파동이었다.
선거구 획정과 공천 지연으로 뒤늦게 마련된 여야의 공약은 준비 부족이 여실했다. 혁신적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허황되거나 재탕 삼탕인 공약이 백화점 식으로 나열돼 정책 대결 자체가 성립되기 어려웠다. 더불어민주당이 들고 나온 경제 심판론도 뚜렷한 정책대안도 없어 여당의 야당 심판론과 어깨를 견줄 지경이었다. 오히려 치밀한 전략 없이 이뤄진 더민주의 야권 통합, 연대 움직임은 맏형 패권주의 경향이 강해 실속 없이 군불만 때다가 말았다. 한때 읍소와 반성 모드를 취하던 여야가 막판에는 상투적 네거티브 전략에 기대 왔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그나마 양당에 식상한 유권자들로부터 어부지리를 얻은 국민의당의 선전으로 3당 체제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지역적 한계가 뚜렷하다.
이런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은 여론의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창조경제를 내세운 지방 순회로 선거 개입 논란을 샀다. 더욱이 정부가 대북 제재 효과라는 이유로 인권 등 사태 파장을 무시한 채 해외 북한식당 종업원의 집단 탈출 사실을 발표했다. 또 중요 정보자산인 북한 정찰총국 대좌의 지난해 남한 망명 사실을 언론에 확인해 주는 등 이례적 행태 역시 여권 지지층 결집을 위한 북풍 의혹을 샀다. 선거개입 논란을 빚을 만한 일이면 예민한 시점을 피해 마땅한데도 사서 불공정 논란을 초래했다.
최악의 투표율을 기록하리라는 암울한 전망이 그래서 나온다. 여야정의 퇴행적 행태가 투표 의욕을 꺾고 있는 셈이다. 그래도 정치를 변화시킬 유권자의 힘은 여전히 절실해 차악(次惡)의 선택이라도 포기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되고 있다.
[한겨레신문 사설-20160412화] 젊은층·저소득층이 적극 투표해야 하는 이유
중앙선관위가 11일 공개한 ‘유권자 투표의향 조사’를 보면, 이번 총선에서 “꼭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사람은 20대와 30대에선 각각 55.3%, 58.3%에 그쳤다. 반면에 60대 이상 노년층에선 그 비율이 75.7%였다. 젊은층과 노년층의 투표 참여 의지에 큰 차이가 난다. 역대 선거를 보면 젊은층 투표율은 낮고 노년층 투표율은 높은 현상이 꾸준히 지속되었다. 4년 전인 19대 총선에서 20대와 30대 투표율은 각각 45%, 41.8%였지만, 60대 이상의 투표율은 69.7%였다.
더욱이 인구 고령화로 전체 유권자 중 20대 비율은 4년 전에 비해 줄어들고, 60대 이상 노년층 유권자는 170만명이나 늘어났다. 인구구조 변화와 세대별 투표율 격차가 맞물리면 전체 투표자 가운데 20대와 30대 비중은 더 줄어들게 된다. 결국 선거에서 노년층은 실제보다 ‘과대 대표’되고 젊은층은 ‘과소 대표’되는 불합리하고 기형적인 현상이 심해지는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건전한 발전과 통합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고령화 시대에 젊은층의 기권을 훨씬 심각하게 바라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번 총선에서도 여야 모두 젊은층보다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공약 제시에 훨씬 더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아르바이트하는 젊은이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인 최저임금 문제에서 새누리당이 ‘9000원으로 인상’ 공약을 손쉽게 말 바꾼 건 그런 사례의 하나다. 지난해 수많은 젊은이를 분노케 했던 ‘금수저 흙수저 논란’을 약화시킬 수 있는 제도적인 힘도 결국은 선거에서 나온다. 젊은 세대가 자신의 꿈과 희망, 사회·경제적인 욕구를 투표로써 표출하지 않으면 그들이 바라는 ‘금수저의 종식’은 그만큼 어려워진다.
총선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할 투표율 지표는 또 있다. 바로 소득계층별 투표참여율이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가 최근 ‘불평등과 민주주의’란 제목으로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면, 월소득 101만~199만원 계층의 기권율은 30.54%인 반면에 500만~699만원 계층의 기권율은 23%였다. 저소득층일수록 투표에 불참한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한 셈이다. 저소득층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으면 결국 그 빠져나간 자리를 부유층과 그들 편에 선 정치인들이 ‘과잉 대표’하게 되면서 민주주의는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신 교수는 지적했다.
이런 잘못된 현상의 책임은, 유권자에게 투표를 통한 변화의 믿음을 심어주지 못한 정치권과 정치인들에게 있다. 그러나 정치가 먼저 바뀌기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유권자가 먼저 행동에 나서는 게 때론 정치와 변화의 선순환을 가져오는 실마리가 된다. 누구를 선택하고 어느 정당에 표를 던질지는 유권자의 몫이다. 하지만 투표는 꼭 해야 한다. 젊은층과 저소득층 유권자들의 기권은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우리 사회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걸 명심했으면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60412화] 민주주의 훼손하는 ‘소수자 혐오’ 선거운동
선거가 ‘소수자 혐오’ 발언으로 오염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동성애는 인륜 파괴”라며 격전지의 상대 후보인 더불어민주당의 표창원(경기 용인정), 남인순(서울 송파병) 후보를 “동성애를 찬성했다”거나 “동성애 허용 군형법을 발의했다”고 연일 비난했다. 기독자유당은 ‘동성애·이슬람 반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일부 야당 후보들도 보란 듯이 소수자 혐오 발언을 한다.
다른 무엇을 따지기에 앞서, 김 대표의 비난은 악의적인 사실 왜곡이다. 표 후보는 2012년 일부 목사들이 미국 팝가수 레이디 가가를 ‘동성애 가수’라고 지목해 내한공연을 가로막은 것을 비판하면서 “극단적 생각과 이를 강요하는 태도는 잘못”이라는 글을 썼다. 어떻게 이런 글이 ‘동성애 찬성’이라는 것인가. 남 후보가 2013년 낸 군형법 개정안도 동성애 허용이 아니라, 표현만 수정했을 뿐 추행 처벌 규정은 그대로다. 그런데도 비열하게 앞뒤를 잘라 매도하고 선동했다.
동성애·이슬람 등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선거운동 수단이 된 것은 더 큰 문제다. 소수자 차별 금지는 민주주의의 상식이고 원칙이다. 우리 헌법도 성별·종교·사회적 신분에 의한 차별 금지(헌법 제11조 제1항)를 명시하고 있다. 미국에선 동성애가 허용이나 배제, 정치적 찬반의 대상이 이미 아니다. 사회제도 차원에서 동성 간 결혼 허용 여부가 그나마 쟁점이었지만, 이것도 지난해 6월 연방대법원이 길을 열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은 동성애자들에 대한 평등한 보호와 존중을 강조하고 동성애 혐오에서 벗어날 것을 촉구했다.
그런 상식과 정반대로 지금 한국에선 차별과 혐오가 버젓이 선거 구호로 등장했다. 엄연한 헌법 유린인데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당한 정당홍보여서 제재할 수 없다는 태도다. 공공연히 민주주의를 흠집 내는데도 이를 방치한다면 민주주의 파괴를 용인하는 것 아닌가.
[동아일보 사설-20160412화] 통진당 출신 당선되면 후보 단일화 이끈 문재인 책임져야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 결정으로 해산된 옛 통합진보당 출신 무소속 윤종오 김종훈 후보가 각각 울산 북구와 동구에서 당선권에 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진당 출신이 대거 입당한 신생 민중연합당에서는 당선권에 근접한 후보가 아직 없다. 윤, 김 후보 역시 당선권과 거리가 있었으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적극 지지한 더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통해 당선 가시권에 들었다.
문 전 대표는 지난달 23일 울산 북구에서 더민주당의 이상헌 후보가 윤 후보를 지지하고 사퇴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울산은 지난 총선과 시장 구청장 시의원 선거에서 야권이 전패한 곳이므로 야권이 승리하려면 단일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묻지 마 단일화’를 촉구했다. 후보자 등록 마감 날인 이틀 뒤 25일에는 단일화 흐름이 울산 동구로 이어져 더민주당의 이수영 후보가 김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사퇴했다.
윤 후보는 2014년 통진당 소속으로 울산 북구청장 후보로 출마했을 때 TV 토론회에서 “이석기 내란음모는 사실과 다르다”며 “국정원은 멀쩡한 시민도 간첩으로 만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김 후보는 2012년 총선에 앞서 통진당 비례대표를 뽑는 경선에서 대리투표를 한 혐의로 2014년 울산지방법원에서 벌금 30만 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더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통진당 출신들과 연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결국 빈말이 됐다. 더민주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이 2012년 총선에서 통진당과의 연대를 통해 통진당 소속 10명을 국회의원이 되게 한 전과를 잊은 듯하다.
헌재는 2014년 “통진당의 목적은 1차적으로 폭력에 의해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최종적으로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통진당의 해산을 결정했다. 윤, 김 후보가 당선되면 헌재 결정을 우회해 국회에 입성하는 첫 통진당 출신 의원들이 된다. 이들이 민중연합당에 가입이라도 하게 되면 통진당 후신이 다시 국회에 둥지를 트는 셈이다. 문 전 대표는 헌재의 결정을 외면하고 통진당 출신 후보를 밀어준 데 대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20160412화] 정책·비전 사라진 총선 … 투표로 바로잡아야
4·13 총선 선거운동 기간이 오늘로 종료된다. 우려했던 대로 이번 총선은 정책과 비전이 완벽히 실종된 희한한 선거가 되고 말았다. 새누리당은 강봉균 선대위원장이 꺼낸 ‘양적완화’ 외엔 변변한 공약 하나 내놓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도 김종인 대표가 경제민주화와 기초연금 확대 같은 공약을 제시했지만 3년 전 대선 때 여당의 책사로 내놨던 공약의 재탕에 불과했다. 국민의당이 내놓은 각종 공약도 기성 정당들과 차별성이 없어 유권자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반면에 3당은 당장 해결이 절실한 국가적 현안들은 외면하기 일쑤였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5차 핵실험 가능성까지 흘렸지만 어느 당도 안보 대책을 거론하지 않았다. 3당은 앞다퉈 ‘경제 살리기 적임자’를 자처했지만 서로의 경제 공약을 비교하는 토론회 한 번 열지 않았다.
정책이 사라진 선거판은 표를 구걸하는 앵벌이형 캠페인으로 메워졌다. 새누리당은 대구에서 고전 중인 진박 후보들이 땅바닥에 엎드려 용서를 비는가 하면 당 지도부가 “잘못했다. 잘하겠다”는 노래를 부르는 동영상까지 배포했다. 뭘 잘못했는지도 밝히지 않은 채 무작정 표를 달라는, 진정성 없는 쇼에 불과하다. 더민주 역시 국민의당과의 단일화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미워도 다시 한번”을 외치며 “3번 찍으면 1번 된다”는 낡은 레코드를 틀고 있다. ‘새 정치’를 다짐해 온 국민의당도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돼 온 현역 의원들로 광주·전남북 지역구를 채우는 모순을 보였다. 새 얼굴로 승부하는 대신 호남의 반노(反盧) 정서에 기대어 반사이익을 챙기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선거전략이 부실할수록 허황된 포퓰리즘 공약이 남발되기 쉽다. 총선에 출마한 지역구 후보 935명 중 419명(44.8%)이 내건 공약을 전부 이행하면 1000조원 넘는 돈이 드는 것으로 중앙일보 조사 결과 드러났다. 올해 예산(386조4000억원)의 2배 반이 넘는 규모다. 고속도로·해저터널·무상교육 등 천문학적 재원이 들어가는 공약을 쏟아낸 결과다. 유권자들은 이런 공약(空約)들에 넘어가지 않도록 눈을 부릅떠야 할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한가지 눈여겨볼 것은 여야를 장악해 온 친박·친노 패권주의의 균열 조짐이다. 새누리당은 대구에 불고 있는 무소속 바람으로 인해 그동안 독주해 온 친박계가 주춤하고 있다. 더민주 역시 호남에 불어닥친 국민의당 바람에 친노계가 숨을 죽였다. 문재인 전 대표가 광주를 두 번이나 찾아 ‘용서’를 구할 정도다. 이런 흐름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투표를 달리하는 교차투표 비율이 역대 어느 총선보다 높아질 것이란 전망으로 이어진다. 거대 여야의 극단적 대결정치에 지친 민심이 양당의 패권주의에 제동을 걸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제 공은 국민에게 넘어왔다. 역대 어느 총선보다 내용 없는 선거전에 실망이 클 것이다. 그렇다고 투표를 포기하면 정치권은 4년 뒤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표를 구걸할 게 뻔하다.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
[경향신문 사설-20160412화] 20대 총선, 무엇을 심판해야 하나
20대 총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막판까지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혼전이 계속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야당 심판론, 더불어민주당은 정권 심판론, 국민의당은 양당 심판론을 내세우며 지지층 결집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어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야당이 발목을 잡아서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못했다”며 과반수 지지를 호소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는 “박근혜 정부와 여당에 대한 저항감이 하늘을 찌른다. 단일한 표심으로 새누리당을 심판할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정치인을 위한 양당 체제를 깨고 국민을 위한 3당 체제를 만들어달라”고 밝혔다. 4·13 총선의 의미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에 대한 공방전이다.
선거의 성격은 회고적 투표와 전망적 투표로 나뉜다. 전자는 현재의 집권세력을 평가하는 일이고, 후자는 미래의 수권세력을 선택하는 일이다. 대통령중심제에서 대통령 임기 후반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는 전자의 성격을 갖게 마련이다. 대통령과 집권당이 국정을 어떻게 운영해왔는지 성적을 매기는 것이 주된 과제다. 여소야대 구도라면 모르되, 여당이 원내 과반을 유지해온 상황에서 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새누리당 선대위조차 “총선은 심판형 선거다. 저희가 과반을 못 얻는다면 집권여당에 대한 심판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안형환 대변인)고 인정하는 터다. 20대 총선의 핵심 의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3년에 대한 총체적 심판이 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국정운영을 잘했다고 판단하면 여당을 찍고, 잘못했다고 판단하면 다른 대안을 고를 일이다.
먼저 집권세력의 성적표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3년간 시민의 살림살이는 나아졌는가. 여당조차 “그렇다”고 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소득불평등은 심화되고, 청년실업률은 치솟았다. 전셋값은 폭등하고, 가계부채는 급증했다. 오죽하면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었겠는가. 민주주의와 역사 인식, 남북관계의 퇴행은 되짚기조차 참담하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위안부 합의, 개성공단 폐쇄, 테러방지법 강행 등의 폭주가 이어졌다. 게다가 20대 국회가 개원하면 노동5법을 개악하고 사이버테러방지법까지 밀어붙일 것이라고 한다. 4·13 총선은 박근혜 정권의 폭주에 제동을 걸고 민생과 민주주의를 제 궤도로 돌려놓을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라고 본다. 누가 총선에서 승리하고 의회권력을 잡아야 이러한 과제를 실현할 수 있을지가 유권자들의 선택 기준이 돼야 한다. 한국 민주주의의 향배가 이번 총선에 달린 까닭이다.
대안이 마땅치 않다고 여기는 유권자도 적지 않을 듯싶다. 여당뿐 아니라 야당도 공천과 선거운동 과정에서 적잖은 실망을 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정치혐오나 정치허무주의에 빠져선 곤란하다. 경향신문 총선 자문위원들의 조언대로 최선이 없다면 차선, 차선이 없다면 차악이라도 선택해야 한다. 내 삶의 문제를 해결해줄 정당·후보는 누구인지, 내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세상을 만들 정당·후보는 누구인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무엇보다 공동체의 진로와 시대정신을 염두에 두고, 신중하고 현명한 선택을 할 때다. 20대 총선은 한국이라는 공동체가 과거로 되돌아갈지, 미래를 향해 나아갈지 결정하는 대전환점이 될 것이다.
[서울신문 사설-20160412화] 선거 막판 도 넘는 네거티브 폭로전 자제해야
4·13 총선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역시나 여야의 네거티브 선거전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망국병이라고 하는 지역감정을 건드리는 것은 예사이고 질이 낮은 색깔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상대 후보끼리 멱살잡이식 비방전은 물론이고 당 대표, 심지어 대통령을 겨냥한 인신공격도 난무한다.
막판까지 우열을 가리지 못하는 수도권 접전 지역일수록 과열 혼탁 선거는 뚜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253개 선거구에서 90곳이 넘는 지역이 판세를 점칠 수 없을 정도다. 여야를 막론하고 한 표가 아쉬운 시점이라 탈법과 불법 선거가 판을 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선거가 끝나면 당선 무효로 인한 재선거 지역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
중앙당 차원에서 주고받는 여야의 비방전은 부끄럽기 그지없다. 국가의 비전과 정책을 앞세운 건전한 대결은 실종됐고 묻지마식 흑색선전을 부추기면서 인격 모독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심지어 여당 대표까지 비방전에 동참했다. 일부 야당을 종북세력으로 몰아치면서 “문재인이 통진당 종북세력과 손잡아 연대했다”고 비난했고, 정의당을 빗대 “북한과 가까운 당”이라고 몰아쳤다. 야당 대표의 공개된 재산 내역을 들춰내는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는다. 확인도 안 된 흑색선전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유권자들에게 전파되면서 막판 표심을 왜곡시키고 있다. 선거에 미칠 폐해는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네거티브 선거전은 막판에 상대를 곤경에 빠트려 반사이익을 누리려는 목적을 지닌 일종의 선거 전략이다. 도덕성 검증이라는 허울을 쓰고 약점을 과대 포장해 상대를 공격한다. 선거 막바지에 의혹을 제기하면 상대가 해명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유권자의 판단을 흐릴 수 있다는 얄팍한 의도가 담겨 있다. ‘맞거나 말거나’ 식 의혹 제기로 상대방의 득표를 막고 자신에게만 유리한 결과를 얻으면 그만이라는, 정의와는 거리가 먼 정치공학의 극치다. 이렇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선된 정치인들에게 무엇을 바랄 수 있겠는가. 정치 혐오증만 부추길 뿐이다.
17∼19대 총선에서 선거 범죄로 당선 무효가 된 36명의 평균 국회의원 활동 기간이 14개월이 넘는다. 이번만은 선거사범에 대한 신속한 재판이 이루어져 탈법·불법 선거로 당선되더라도 국회의원으로서의 혜택을 절대 누릴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 줘야 한다. 가뜩이나 무관심한 선거에 자칫 투표율 저하로 이어질까 걱정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관위는 거짓 의혹에 대해서는 엄한 잣대를 들이대야 하고 사법 당국도 근거가 없거나 악의적인 네거티브에 대해서는 끝까지 단죄해야 한다.
국민의 참정권을 방해하는 불법 선거운동이나 표심을 왜곡하는 흑색 비방 선거전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행위이자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범죄나 다름없다. 이제 유권자들이 나서서 표심의 위력을 보여 줘야 할 때다. 정의가 살아 있고 상식이 숨쉬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흑색선전에 기대는 후보자들을 낙선시켜야 한다. 국민을 우습게 보는 그 어떤 정치권력도 준엄한 표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 관련 칼럼
[한겨레신문 칼럼-유레카/김지석(논설위원)-20150612화] 슬로건
모든 선거의 배경에는 그 시대 상황을 압축하는 열쇳말이 있다. 드문드문 있었던 1980년대 선거에는 ‘민주화’였고, 1990년대엔 ‘세계화’가 더해졌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개혁’이 득세하다가 2000년대 들어서는 ‘복지’가 시대정신이 됐다. 최근 몇 차례 선거에서는 하나의 단어로 압축하기가 쉽지 않지만, 내일 치러지는 20대 총선에선 ‘헬조선’ 정도가 그 자리를 차지한 듯하다.
선거에서 각 정당은 자신의 주장을 슬로건으로 요약해 표현한다. 슬로건(slogan)은 중세 유럽 때 밤중이나 전시에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암호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당연히 이해하기 쉽고 호소력이 있어야 한다. 선거에서는 여기에다 호감을 통한 확장력이 더해져야 좋은 슬로건이 된다. 그래야 이른바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08년 선거에서 내세운 ‘그래, 우리는 할 수 있어’(Yes, we can.)라는 슬로건이 좋은 사례다. 그는 당시 전통적으로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층 등을 투표장에 대거 불러내면서 압승했다. 올해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슬로건인 ‘우리를 위한 싸움’(Fighting for us)에는 그런 동력이 부족해 보인다. 오히려 최악의 후보로 평가받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가 슬로건으로서는 더 힘이 있는 것 같다. 민주당 버니 샌더스 후보의 ‘뜨거운 변화를 느껴라’(Feel the Burn)도 괜찮지만, 그의 돌풍은 일정한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은 ‘뛰어라 국회야’를, 제1·2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각각 ‘문제는 경제다’와 ‘문제는 정치다’를 주된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모두 큰 호응을 얻지는 못한 듯한데, 결과가 어떨지 궁금하다.
[서울신문 칼럼-씨줄날줄/임창용(논설위원-20160412화] ‘깜깜이’ 비례대표 선거
비례대표 의원 자리는 ‘꿀보직’처럼 보인다. 지역구 후보처럼 치열하게 선거운동에 나설 필요가 없어서다. 당선 뒤에는 지역 주민들 눈치를 보지 않고 의정 활동에 매진하면서 소신 정치인으로서 주가를 높일 수 있다. 전문성이나 상징성을 무기로 국민 전체에게 돋보일 기회도 상대적으로 많다. 한계도 있다. 4년 후엔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올 각오를 갖고 있어야 한다. 현재 여당과 야당 모두 비례대표 연임을 관행적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헌·당규에 연임 금지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신인에게 기회를 준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비례대표가 큰 특혜로 여겨지는 만큼 동일인에게 여러 차례 기회를 줄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정서 같다.
이런 관행이 생기기 전엔 다선 비례대표 의원이 여럿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여야를 넘나들며 비례대표를 4차례나 지냈다. 11·12대(민정당), 14대(민자당), 17대(새천년민주당)에서다. 이번 총선에서 2번 순위를 받았으니 비례대표 5선은 떼 놓은 당상인 셈이다. 한명숙(16·19대) 전 총리, 김한길(15·16대) 국민의당 의원, 최병렬(12·14대) 새누리당 상임고문 등이 비례대표 2선을 했다. 이들 대부분 비례대표로 정치에 입문해 주가를 높여 정치계 거물이 됐다.
비례대표는 지역이기주의를 피하면서 전문성과 소신에 따라 국익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게 최대 강점이다. 또 목소리가 약한 소수 집단이나 소외계층의 권익을 대변할 의무를 지녔다. 각 정당이 이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능력과 경력을 갖춘 이들을 엄선해야 하는 이유다.
엊그제 중앙선관위가 보내온 선거홍보물을 뒤적이다 의문이 들었다. 대체 뭘 보고 비례대표를 뽑으라는 건지 모를 만큼 비례대표 후보 정보가 너무 빈약했다. 손톱만 한 사진에 직업과 최종 학력, 대표 경력 하나가 전부다. 공직선거법과 선관위 규칙에 따른 것이다. 정당 지지율에 비례해 의석이 배분되니 상관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한데 시각을 달리하면 이는 유권자들을 무시하는 것이다. 4년간 의정 활동을 하면서 국민에게 봉사하는 점은 비례대표나 지역구 의원이나 매한가지다. 유권자들로선 이들의 면면을 보고 정당투표를 해야 한다. 그런데 달랑 이름과 학력, 경력 몇 줄 보고 표를 달라고 한다.
이 정도로 알 만한 인물은 비례대표 1~2순위, 많아야 3~4순위 정도다. 나머지는 대부분 이른바 ‘듣보잡’ 후보다. 비례대표 후보들을 보고 정당투표를 하려는 유권자는 ‘깜깜이’ 투표를 해야 할 판이다. 검증되지 않은 인물들을 줄 세워 시혜를 베풀 듯 의석을 나눠 주려 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이러니 일각에서 비례대표 무용론이 나오는 게 아닌가. 이번엔 지역구 의원과 정당 지지를 달리하는 교차투표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당 지지율에서 비례대표 요인이 더 커질 것이다. 그래서 더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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