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다음날 자연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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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한 번, 자연미술을 합니다. 

자연미술이라 특별하게 하는 건 아닙니다. 

봄이면 새싹, 새순이 오르는 나무를 살핍니다. 산수유, 진달래, 개나리 꽃잎을 그립니다. 구름을 보고 글과 그림으로 나타냅니다. 텃밭에 들러 커가는 식물을 자세히 그립니다. 햇살 가득한 봄을 사진으로 찍기도 합니다. 여름이면 물길 만들기, 운동장 큰 그림 그리기(이어서 물싸움 놀이)를 합니다. 가을에는 나뭇잎과 나뭇가지로 만들고, 겨울에는 눈으로 이글루를 만듭니다. 

어제 비가 꽤 많이 내렸습니다. 자연미술로 운동장에 고여 있을 물로 놀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운동장에 물이 잘 안 보입니다. 물빠짐이 좋아 금세 말랐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는 아이들에게 물으면 답이 보입니다. 

"운동장에서 자연미술을 해야 하는데, 뭐가 있을까요?"

 

둘씩 한 모둠으로 엮었습니다. 그리고는 하고픈 것을 정했습니다. 

정한 모둠은 저에게 말하고서 운동장으로 나갑니다. 

 

- 물웅덩이에 나뭇잎 띄우기

- 흙에 글자 쓰기

 

- 시를 쓰고 꾸미기

- 나뭇잎 위에 종이를 올리고 색연필로 살살 무늬 뽑아내기

- 물웅덩이에 신발을 묻혀서 흙에 신발자국 내기

- 물로 그림 그리기

- 맨발로 물웅덩이 들어가 발로 그림그리기

- 가위로 나뭇잎 잘라서 모양 내기(조심조심)

- 모래성 만들기(놀이터)

- 흙에 그림 그리기

(그림 그리고 놀기도 합니다. 저도 함께 하는데 금세 힘이 듭니다.)

 

- 돌과 나무로 여러 모양 꾸미기

 

"선생님, 저기에 없는 거 해도 돼요?"

"뭔데?"

"물길 만들기요."

"그럼."

 

많은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모래성을 만듭니다. 

다른 활동하던 아이들도 모래성으로 몰려 듭니다. 

아이들은 제 나름의 이야기로 나라를 세우고 통일을 이뤄 냅니다. 

 

마칠 때 두 가지를 유의합니다. 

! 가장 중요한 것은 만들었던 모래성을 원래대로 합니다. 만들었던 물길은 다시 메웁니다. 

! 신발과 옷 그리고 손에 묻은 흙을 탈탈 털고 들어갑니다. 그냥 씻으면 수도가 막힙니다. 

 

"선생님, 미술 시간 중에서 최고였어요."

"나 이거 오늘 일기로 쓸거다." "나도."

"선생님, 다음에 비 오면 또 해요."

"그러자. 좋지."

 

 

이영근 chocham@hanmail.net

 선생님 책: <초등학급운영 어떻게 할까>(보리), <초등자치><초등 따뜻한 교실토론>(에듀니티), <와글와글 토론교실>(우리교육)

 어린이 책: <토론이 좋아요>(에듀니티), <학급회의 더하기>(현북스)

 어린이 일기 모음 책​: <놀고 싶다>(1학년), <이빨 뺀 날>(2, 3학년), <비교는 싫어>(4~6학년)(우리교육)

 ​초등참사랑: http://chocham.com/ 초등토론교육연구회: http://cafe.daum.net/debate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