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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 "시인 이상과 5명의 아해들'은 조수 시킨 대작 아니다"
박현주 미술전문 입력 2020.10.03. 12:34 수정 2020.10.03. 12:53
이상 덕질 끝판..세계적 천재들과 보컬그룹 조성
서울 청담동 호리아트스페이스 24일까지
5~10명 그룹 신청땐 조영남 직접 작품 설명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이른바 '화수(가수+화가)'로 불리는 조영남의 '이상 덕질 끝판'을 만나볼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한번 더~' 화개장터를 평생 노래하며 가수로 살아왔지만, 그림 때문에 곤혹을 치뤘다. 지난 5년간 칩거생활을 하다 올 여름부터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충남 아산~서울에서 한풀이 하듯 전시를 열며 다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중이다.
'화투 그림'이 유명하지만, 잇따라 여는 전시중 '시인 이상'을 세계적인 천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그림을 내놓아 눈길을 끄는 '시인 이상과 5명의 아해들' 전시가 눈길을 끌고 있다.
오감도, 건축무한육면각체, 소설 '날개'로 유명한 이상(1910~1937)을 '딴따라'로 21세기로 소환해온 조영남의 엉뚱발랄한 매력이 돋보이는 전시다.
고교 시절 우연히 시인 이상의 소설 '날개'를 교과서에서 읽은 10대 청소년 조영남은 이상하게 '이상'에 푹 빠졌다.
시인 이상이 텍스트로 풀어내는 그 '알 수 없음의 시'에 깊이 매료되었고, 그후 이른바 ‘이상 덕후’의 길로 들어섰다. 도저히 알아먹을 수 없는 맥락과 '난해함의 끝판왕'었던 이상을 이해하고 극복하기 위한 탐구의 역사는 55년째 이어오고 있다.
'이상의 덕후'답게 그는 평생에 걸쳐 이상의 전작은 물론 그에 관한 거의 모든 책을 섭렵했고, 이상을 중심으로 종과 횡으로 포진한 한국의 주요 시인들은 물론 세계의 주요 시인들의 작품까지 아우르기에 이른다.
2010년 이상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2010년 이상의 시 해설집 '이상은 이상 이상이었다'를 펴낸 바 있다.
2020년 76세에 다시 '이상 덕후'로서 기질을 발휘해 펴낸 '보컬그룹 시인 이상과 5명의 아해들'은 이상의 시 만큼이나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책이다.
"이 책은 내가 시인 이상이 세계 최고의 대가들 가령 미술계의 피카소, 음악계의 말러, 철학계의 니체, 물리학계의 아인슈타인 같은 인물과 동격이 될 만큼 우수한 사람이라고 세상에 대고 우겨보는 것이다."
조영남은 "이 책은 조수를 시켜서 쓴 대작(代作)이 아니다"며 "몇페이지만 읽어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덧붙인 말은 시큰하게 들려온다.
"이 책은 휙션이 아니고 픽하고 지나가는 픽션 계통의 책이다. 나는 평생 픽션을 멀리 해왔는데, 쓰고 보니까 내가 글쎄, 픽션 한 편을 써놓게 됐다. "이를 어쩌지?" 싶지만 "뭘 어째, 이제 다시는 책도 못쓸텐데." 그런 맘으로 세상에 내놓았다."
책의 대강의 내용은 이렇다. 어느 날 문득 작곡가 말러의 교향곡 제3번을 우연히 들은 뒤 깊이 몰두하게 된 조영남은 느닷없이 말러에게서 시인 이상을 떠올린다. 그러더니 뒤이어 피카소, 니체, 아인슈타인까지 5명의 천재들을 소환, 한 장의 그림에 담아 그린다.
그림의 제목은 '현상수배범'. 이들에게 그가 부과한 죄목은 타고난 천재성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명예를 독차지했다는 것, 이른바 명예강탈죄다. 여기까지만 해도 기발함은 이미 차고도 넘친다.
그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들을 중심으로 보컬그룹을 꾸리는데 그룹의 이름은 ‘시인 이상과 5명의 아해들’이다. 유명세로 보나 세계사의 기여도로 보나 활약상으로 보나 거론한 이들 중 가장 뒤떨어지는 것이 자명해보이는 시인 이상을 리더로 내세운 것이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시인 이상이야말로 나머지 네 사람이 각각 성취한 모든 분야를 모두 아우르는 가장 최고의 천재이며, 이것을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까워 모두가 다 알 수 있도록 세상에 대고 외치기 위해서다.
조영남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내로라하는 천재들이 과연 이상과 같은 그룹멤버로 활약할 자격이 있는지, 과연 이상이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업적을 쌓았는지에 대해 오디션, 자격 심사 등을 펼친다.
한편으로 그는 이들의 공연을 위해 시인 이상의 시 '이런 시를 가사로 삼아 노래를 작곡, 모든 멤버들이 함께 이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책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책속의 내용들이 그림으로 탄생했다. 타고난 천재성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명예를 독차지했다는 '현상수배범'을 비롯해 오감도의 시를 쓴 그림까지 30여점을 내걸었다.
서울 청담동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펼친 '이상과 5명의 아해들' 전시는 조영남이 시인 이상을 숭배하는 ‘덕질의 끝판’을 보여준다.
이상의 흑백 얼굴 사진을 중심으로 혀를 내민 아인슈타인, 줄무늬 티셔츠를 입은 피카소, 심각한 표정의 니체, 말러가 함께한 그림은 조영남의 자유분방하고 엉뚱한 매력이 돋보인다.
시인 이상이 보컬리더로 피카소와 아인슈타인이 기타를 치고,말러가 피아노를 치는 그룹사운드 배경은 흑싸리 껍데기 화투가 흥을 돋우고 있다.
그러니까 어쩌면 '시인 이상 띄우기 본격 프로젝트'라고 내세웠지만 조영남 자신의 천재성도 슬쩍 끼어넣은 것 같은 전시다.
사진과 콜라주한 작품들도 눈길을 끌지만 이상의 시 오감도를 비롯한 다양한 시귀를 조영남이 직접 쓴 글씨작품은 '화투 그림'보다 손맛이 느껴져 정감이 간다. 30여점이 전시됐다. 추석 연휴기간에도 관객을 맞이한다.
전시장에는 '보컬그룹 시인 이상과 5명의 아해들'의 육필원고도 함께 전시돴다. 대작이 아니라고 무언의 항변을 하는 듯한 수백 페이지가 넘는 초고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호리아트스페이스 김나리 대표는 “화수 조영남은 평소 자신만의 독창적인 관점으로 현대미술과 다양한 문화적 트렌드를 작품으로 옮겨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이번 출품작들은 1995년부터 올해까지 긴 세월동안 이상 시인에 대한 깊은 관심과 연구의 결과물을 공유하는 자리여서 ‘조영남에 대한 새로운 발견’의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 기간 중 소그룹(5~10명) 관람을 신청하면 조영남 작가와의 만남을 가질 수 있다. 조영남이 직접 작품과 이상에 대한 설명을 해줄 예정이다. 전시는 24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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