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셋 용돈 모아 만든 '컴투스'
'무선 게임 인기' 정확한 예측 대박
'즐거운 직장'으로 창의력 높이고
끊임없는 개척정신까지 갖춰
① 국내 틈새시장을 장악했다
② 글로벌 틈새시장을 노렸다
③ 융합분야의 신시장을 개척했다
대한민국 경제에 스몰 자이언츠(Small Giants)들이 출현하고 있다. 스몰 자이언트란 대기업 중심의 열악한 경영환경에도 불구하고 '지속가능한 경쟁력(sustainable competitive advantage)'을 획득한 한국형 강소기업을 말한다. 이들은 새로운 기업 종(species)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기존의 중소기업들보다 업그레이드된 특성들을 지니고 있다. 성장률 측면에서 일반 벤처기업이나 대기업들보다 두배 이상 높다. 이들은 비록 규모는 작지만 국내 시장에서 1위의 지위를 확보하거나 해외 시장에서 5위권 내의 성적을 냄으로써 고용과 이윤을 창출하고 있다.
■대학생 벤처에서 최고 모바일 게임업체로
대표적 스몰 자이언트 기업인 컴투스는 1997년 고려대 전자계산학과 학생 3명이 의기투합해서 만든 벤처회사다. 처음엔 창업이라고 하기도 힘들 정도로, 용돈을 모아 구입한 컴퓨터 기기가 전부였다. 그러나 PC통신 쇼핑몰과 MP3 사업에서 시작해 검색엔진, DDR(Dance Dance Revolution) 게임용 발판 등을 차례로 개발하면서 모바일 전문 게임회사로 변신했다.
컴투스는 무선 인터넷을 통한 게임 콘텐츠에 고객 니즈가 증대할 것으로 예측했다. 새로운 게임의 개발에 주력한 결과, 가상의 애완동물 키우기 게임인 '다마고치'와 카드 게임인 '블랙잭', '오목' 등 초기 작품들이 잇따라 성공을 거뒀다. 이어 '고스톱'과 '알까기', 체커 게임인 '리버시' 등 다양한 게임들로 입지를 굳혔다. 국내 최초의 모바일 역할연기 게임(Role Playing Game)인 '춘추 열국지'와 최초의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인 '연인'을 선보이며 모바일 게임업계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다.
이 회사는 13개가 넘는 밀리언셀러 게임을 보유하고 있다. 고객의 충성도도 높다. 10~20대 고객이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한다.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의 모바일 게임업체로서 국내 통신 3사 모두에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00년부터 해외시장에 진출을 시작했다. 또한 세계 최초로 자바 언어를 이용해 만든 웹 게임과 모바일 기기를 통해 여러 명이 역할을 분담해 하는 게임(MMORPG)을 출시했다.
①젊은 창의력 살리는 '펀 팩토리'
컴투스는 경영 경험도, 기술도 없는 대학생들이 시작했다. 처음엔 악전고투의 연속이었다. 2년간 PC통신용 IP제공 사업과 MP3 플레이어 제작, 음악 사이트, 검색엔진 개발, DDR 사업 등이 모두 실패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시장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제품 기획·개발력을 갖게 됐다. 무선 인터넷 시장에서 게임 콘텐츠에 승부를 걸기로 한 순간부터 새로운 길이 열렸다.
자금과 인력이 모두 부족했지만, 학교 후배들을 불러다가 밥을 사주며 일을 부탁했다. 모바일 게임의 특성상 대학생 특유의 창의력을 살리는 것이 중요했다. 이를 위해 그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근무여건을 만들어 줬다. '펀 팩토리(fun factory·재미있는 일터)'가 되자는 것이 컴투스의 경영방침이 됐다. 초창기 대학생 인력의 대부분은 지금 컴투스의 핵심 개발 인력으로 성장했다.
②한 번 성공에 안주하지 않는다
모바일 게임은 제품 수명도 짧고 기술 변화도 굉장히 빠르다. 이 때문에 매출의 등락이 심하고 이익 구조도 불안정하다. 새로운 경쟁자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컴투스는 시장 변화에 발맞춰 스포츠게임과 학습게임, 네트워크게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등 신분야를 끊임없이 개척해 나갔다. 독특한 제품 설계와 개발로 성공을 거둔 이후에도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차별화된 게임을 지속적으로 개발, 새로운 틈새시장을 계속 만들어 냈다. 빠른 시장대응력으로 '성공의 함정'에 빠지지 않은 것이다.
- ▲ 일러스트=김현국 기자 kal9080@chosun.com
컴투스와 같은 스몰 자이언츠는 1990년대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 기술·마케팅·비전의 차별화를 통해 롱런의 경쟁력을 확보했다. 현재 약 1500개 정도의 기업이 스몰 자이언츠의 단계에 오른 것으로 추정되며, 실제적으로 70여개 기업이 사례연구('스몰 자이언츠, 대한민국 강소기업·2010')를 통해 발굴된 상태다.
이들이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근본적인 이유는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는 차별화된 원천을 창업 초기부터 확보했기 때문이다. 스몰 자이언츠의 65%가량은 차별화된 기술역량을 갖추고 있다. 차별화된 사업모델이나 마케팅 능력을 가진 기업들도 많다. 이들은 코스닥 등록과 같은 가시적 성과를 거둔 이후에도 성장 동력을 잃거나 전략적으로 흔들리지 않은 채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스몰 자이언츠는 혁신성이 뛰어나다. 100건이 넘는 특허를 보유한 기업들이 상당수다. 스몰 자이언츠의 평균 지적재산권 보유건수는 2008년 기준 16.4건에 달한다. 일반 벤처기업(2.8건)에 비해 5배가 넘는다. 이들은 글로벌화 수준 또한 높다.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내수보다 더 크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5년치 매출 대비 수출 비중을 보면 평균 50%가 넘었고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한마디로 스몰 자이언츠는 성장성, 혁신성, 글로벌화 등 삼박자를 갖추고 있다. 우리 중소기업들이 가져야 할 미래지향적 특성을 모두 갖춘 셈이다.
■신기술 분야 개척한 장인기업
이들은 어떻게 이 같은 경쟁력을 갖춘 것일까? 이들을 보면 네 종류의 성공 방식이 있다.
첫째, 장인형이다. 대구에 소재한 제이브이엠(JVM)은 약국과 병원에서 약을 분류하고 포장해 주는 자동 약제조기로 세계 시장을 평정했다. 국내시장 점유율은 90%, 북미와 유럽에서도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전 세계 점유율은 27%로 2위. 영락없는 히든 챔피언의 모습이다. 이 회사의 창업자는 17세부터 자전거로 약배달을 하면서 약국 자동화의 꿈을 키웠다. 처음부터 기술을 가지고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혼신의 힘을 다하는 '학습 역량'이 차별화 원천을 만들어 냈다.
이러한 장인기업에는 'V3 컴퓨터 백신'이란 명품을 자랑하는 안철수연구소, 세계 셋톱 박스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휴맥스 등이 포함된다. 이 기업들은 특정 기술 분야에 집중하며 최고가 되기 위한 노력을 했다. 특히 효율적인 내부 학습 체계를 구축해 수시로 발생하는 기술적 문제점을 신속히 개선했다. 그 결과 높은 품질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 정책을 펼쳤다.
둘째, 기술개척자형이다. 나노엔텍은 반도체, 광학, 바이오센서, 통신, 제어기술을 융합해 세계 현장 진단 의료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2008년에는 미국 라이프테크놀로지스로부터 우리나라 기술수출 역사상 최대 규모인 200억원 기술료 획득에 성공했다. 이 회사 매출의 99%는 수출이다. 직원은 100명도 안 된다. 작고 강한 조직을 운영한다는 것이 나노엔텍의 전략이다.
기술개척자 기업에는 리필 잉크 기술에서 출발해 산업용 전자 잉크 분야를 개척한 잉크테크와 컴투스 등이 있다. 이들은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해 틈새시장을 개척했다. 뛰어난 기술 아이디어와 개발 능력이 차별화 원천이며 제품설계, 기술 융합 능력이 경쟁력이다.
셋째, 건설가형이다. 데이콤의 사내벤처로 출발한 인터파크는 '인터넷상에 쇼핑몰을 만들자'는 비전과 사업계획으로, 국내 최초·최고의 인터넷 쇼핑몰 서비스 회사가 됐다. 창업 2년 만인 1999년 사업비전과 비즈니스 모델만으로 투자를 유치, 코스닥 등록까지 성공했다. 인터넷 서비스 관련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들을 개발했고, 그중 온라인 거래 사이트인 G마켓을 미국 이베이에 4600억원을 받고 매각하기도 했다.
건설가형에는 환경 분야에서 새로운 비전을 구축한 에코프로, 치과 의사와 동업자 관계를 맺는 사업방식으로 성공한 오스템임플란트 등이 속한다. 이들은 마치 설계도에 따라 건물을 짓듯이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해 나갔다. 명확한 비전과 자신만의 경영철학이 차별화 원천이다. 이 때문에 남들이 간과하거나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미개척 분야에서 사업계획을 세우고 이해 관계자들을 설득, 자금을 조달하고 시장 기회를 얻었다.
넷째, 마케팅형이다. 누가의료기는 국내 온열치료기 시장에서 57번째 창업한 기업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중국 등 해외시장에 눈을 돌렸다. 체험마케팅이라는 기법을 중국시장에 적용, 중국 가정용 의료기 시장 1위에 올랐다. 중국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전 세계 65개국에 진출해 체험홍보관 2000개를 설치함으로써 글로벌 의료기기 전문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마케팅형 기업에는 국내 최초로 양방향 문자 서비스를 상용화한 국내 최대 모바일 메시징 서비스 기업 인포뱅크, B2B 콘텐츠 유통 사업으로 시작해 '궁', '꽃보다 남자' 등 한류 드라마 콘텐츠를 제작한 그룹에이트 등이 있다. 이들은 시장 기회를 누구보다 빨리 포착, 특유의 영업력과 마케팅 노하우로 틈새시장을 개척했다. 그리고 브랜드 이미지와 독점적 시장정보를 활용해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장악했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변화하는 시장 니즈를 파악해 신속하게 대응하는 능력이다.
■대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 틈새시장 개척
스몰 자이언츠가 장기적인 생존기반을 확보한 근본적인 이유는 이들이 다음 세 가지 중 하나를 실천했기 때문이다. 첫째, 국내 틈새시장을 장악했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의 납품 또는 하청으로 생존기반을 마련한다. 하지만 이들은 이러한 종속관계에 안주하지 않고 가장 잘할 수 있는 틈새시장을 찾아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제품성능과 가격 경쟁을 통해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그 시장을 지배하려 한 것이다.
둘째,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틈새시장을 개척했다. 수요가 큰 해외시장에 주력함으로써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려 한 것이다. 이들은 해외 경쟁 기업들보다 먼저 신기술을 도입하고 가격 대비 우수한 성능의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했다.
셋째, 융합 분야에서 신시장을 개척했다. 예를 들면 기존 IT 분야를 서비스에 접목하거나 광학, 바이오, 화학, 재료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들을 적절하게 융합,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결국 장기적 생존기반을 확보하려면 내수 틈새시장을 지배하거나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거나, 아니면 아무도 몰랐던 새로운 시장을 남보다 먼저 개척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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