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수 교수의 사고력을 길러주는 어린이 철학 교실] 인간의 본성, 선할까요? 악할까요?
도깨비 감투 쓰고 도둑질 한 농부는 원래부터 나쁜 사람일까요?

인간의 본성은 선할까요? 악할까요? 아니면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을까요?

이러한 인간의 본성에 대한 문제는 철학에서 인간을 다룰 때 기본적으로 다루는 주제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주제이기도 하다. 사실 인간의 본성에 관한 문제는 아이들에게는 별로 관심이 없는 주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의 본성이나 심성은 개인의 사고와 행동에 영향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러한 토론이 인간에 대한 이해나 안목을 넓혀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어린이철학에서도 충분히 다룰 수 있는 주제라 여겨진다.

우선 인간의 본성에 대한 주제는 어린이들의 삶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주제이므로 어린이들의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이러한 주제를 다룰 때에는 가능하면 어린이들이 관심이나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일이나 현상, 우리 주변의 사건 사고, 그리고 이야기 등을 텍스트로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어린이들이 즐겨 읽는 전래동화를 중심으로 글을 전개하고자 한다.

인간의 본성을 주제로 다룰 수 있는 동화로는 '도깨비 감투', '투명인간', '지킬박사와 하이드', '장발장' 등이 있다. 여기서는 전래동화인 '도깨비 감투'를 중심으로 글을 전개하고자 한다. '도깨비 감투'는 널리 알려져 있는 이야기지만, 이본(異本)이 많아 내용이 조금씩 다르므로 여기서는 필자가 알고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줄거리를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어떤 농부가 우연한 기회에 도깨비 감투를 얻게 되었다. 그것을 쓰면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농부는 일은 하지 않고 감투를 이용해 시장에 가서 남의 물건을 훔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사람들이 많은 시장에서 옆에 있던 사람이 피우던 담뱃불이 떨어져 감투에 구멍이 나자, 아내에게 그 부분을 기워 달라고 하여 아내는 빨간 헝겊을 받쳐서 기워 주었다. 그 후에도 농부는 도깨비 감투를 쓰고 계속 남의 집 물건을 훔쳤는데, 마침내 도둑을 맞은 사람들이 빨간 점이 나타나면 물건이 없어지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을 이상하게 여긴 사람들이 빨간 점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중에 빨간 점이 나타나서 비단을 훔쳐가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한꺼번에 덮쳐서 감투를 벗기니 농부의 모습이 나타나므로 사람들이 모두 덤벼들어 그를 실컷 때려 주었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이 이야기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는 기본적으로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충족하는 과정이 올바르지 못할 경우 벌을 받는다는 도덕적이고 교훈적인 주제를 담고 있는 권선징악형의 대표적인 구전설화이다.

이러한 줄거리 소개는 앞의 글 '동화 읽고 생각나누기'에서 언급한 것처럼 쉬운 내용일지라도 모르는 어린이들이 있을 수 있고, 미처 읽지 못한 어린이들이 있을 수 있으므로 교사나 부모가 간단한 질문형식으로 내용을 물어보거나 아니면 잠깐 동안 줄거리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면 이미 읽어 온 어린이들은 책의 내용을 다시 한 번 떠올리면서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또 읽지 않은 어린이들은 개략적인 내용을 이해하는 기회가 된다. 책의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하면 책을 읽지 않은 어린이들도 토론에 참여할 수 있어 토론에 소외되는 어린이들이 적어진다는 점에서 시사토론이든지, 독서토론이든지 간에 전체적인 내용을 정리하고 환기시켜주는 과정은 꼭 필요하다. 이 단계에서의 질문은 앞에서 제시한 '책 읽고 생각나누기'의 단계별 질문과는 달리 주제토론으로 넘어가기 위한 과정이므로 주요 내용을 중심으로 질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깨비 감투'를 읽고 내용을 알아봅시다.

▶농부는 어떻게 하여 도깨비 감투를 얻게 되었나요?

▶도깨비 감투는 어떤 특징이 있나요?

▶농부는 도깨비 감투를 쓰고 무엇을 하였나요?

▶도깨비 감투의 빨간 점은 어떻게 하여 생기게 되었나요?

▶농부는 도깨비 감투 때문에 어떻게 되었나요?

▶이야기의 줄거리를 발표해 봅시다.

물론 이 때의 질문은 책을 읽었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검사용 질문이 아니므로 줄거리를 어느 정도 요약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어린이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 좋다. 만약 이 단계의 질문과정에서 교사나 부모가 읽지 않은 어린이에게 꾸중을 하거나 질책을 하게 되면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경직될 가능성이 많으며, 이렇게 될 경우 자유롭고 활발한 토론으로 전개되기가 쉽지 않다. 토론은 그 주제가 어린이들의 흥미와 관심을 끌 수 있을 때 성공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토론 주제를 성급하게 제시하거나 지나치게 강조하게 되면 토론에 대한 흥미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어린이들의 관심과 흥미를 충분히 유발시킨 후에 주제 토론으로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어린이들은 상상력이 풍부하고 호기심이 많기 때문에 환상이나 상상이 가미된 영화나 동화를 좋아한다.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 같은 영화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걸리버 여행기'와 '귀신이야기' 등을 좋아하는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여기서는 어린이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서 '도깨비'에 관한 대화로 이야기를 시작하면 좋을 듯하다. 특히 도깨비는 요정이나 마귀, 드라큘라와는 달리 한국적인 정서와 심성이 가미된 존재이므로 도깨비의 존재 유무와 모습에 대한 질문은 어린이들의 상상력과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도깨비가 등장하는 책을 읽은 적이 있나요? 어떤 내용의 책이었나요?

▶도깨비는 실제로 존재할까요? 아니면 존재하지 않을까요? 존재한다면/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요?

▶도깨비와 비슷한 것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한국과 서양을 구분하여 말해 봅시다.

▶도깨비의 모습을 상상하여 그려봅시다.

이렇게 하여 어린이들이 이야기 속에 빠져들었을 때 주제 토론으로 넘어가면 모든 어린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마련이다. 또한 너무 급하게 주제토론으로 넘어가기보다는 텍스트와 관련한 질문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은 누구나 욕구(욕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도깨비 감투'를 생각하며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여러분이 '도깨비 감투'를 주웠다면 어떻게 했을까요?

▶여러분에게 '도깨비 감투'가 있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왜 그 일을 하고 싶나요?

▶농부는 왜 물건을 훔치게 되었을까요? '도깨비 감투' 때문에 농부가 물건을 훔치게 되었을까요? 농부의 본성이 본래 나빠서(見物生心) 그랬을까요?

▶남의 물건을 훔치면 모든 사람이 정말 벌을 받을까요? 아니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까요?

▶남의 물건을 훔친 것(도둑질)인지 아닌지 판단해 보세요. 그리고 반드시 이유나 근거를 말해보세요.

①두 살된 아기가 엄마 따라 옆집에 가서 놀다가 장난감을 그대로 들고 왔다.

②홍길동이 탐관오리 창고에서 곡식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③3일 동안 굶은 학생이 배가 너무 고파서 슈퍼마켓에서 주인 몰래 빵과 우유를 먹었다.

④어떤 회사원이 근무 시간에 일하지 않고 밖에 나가서 놀다가 왔다.

⑤어떤 학생이 시험을 칠 때 친구의 답안지를 보고 썼다.

⑥훔쳐온 도둑의 물건을 다른 도둑이 몰래 훔쳐갔다.

▶어떤 경우에 '훔쳤다'고 할 수 있나요?

▶남의 물건을 훔치면 무조건 나쁠까요? 나쁘지 않은 경우도 있나요? 있다면 예를 들어 말해 보세요.

이수현 추모비를 찾은 오스트리아 유도선수 파이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주제토론을 할 때 초등학생이라면 인간의 본성이 선한지 악한지를 중심으로 토론하면 된다. 원활한 토론을 위해서 성선설(性善說)과 성악설(性惡說) 등에 관한 개념적인 수준의 설명을 곁들일 필요가 있다. 물론 백지설(tubula rasa)과 성무선악설 등도 있지만, 이러한 학설은 중·고등학교 진학한 후에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으므로 여기서 언급하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생각된다.

먼저 성선설로는 동양의 맹자나 루소 등의 주장을 소개하고, 성악설로는 동양의 순자와 서양의 원죄설 혹은 홉스의 견해 등을 소개해주는 것도 좋다. 그러나 어린이들이 이러한 주장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으므로 성선설이나 성악설의 예를 들어 소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즉 성선설의 예로는 2001년 일본에서 취객을 구하다 살신성인한 고 이수현군의 이야기(국제신문 2001년 1월 29일자 기사) 등 우리 주변의 미담을, 성악설의 예로는 잔인한 살인사건 등을 저지른 경우를 들어 설명할 수 있다. 특히 인간의 본성이나 자유, 행복 등의 주제를 다룰 때에는 자칫 추상적이거나 관념적인 토론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변의 사물이나 현상 등과 관련한 논거를 제시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성선설과 성악설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되고 나면 인간의 본성 즉, 인간의 본성이 선한지? 아니면 악한지?에 대한 본격적인 토론을 해 볼 수 있다. 명확한 해답이 없는 이러한 주제로 토론할 때에는 어떤 관점에 대한 옳고 그름의 입장보다는 자신의 주장에 대한 분명한 논거를 제시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제 토론문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여러분은 인간의 본성이 선(善)하다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악(惡)하다고 생각하나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나 근거는 무엇인가요? 구체적인 예를 들어 말해 봅시다.

이러한 토론을 통해 어린이들이 인간의 본성에 대하여 정확하게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토론 과정에서 어린이들은 인간은 선한 면도 악한 면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또 어린이들이 사람에 대한 이해와 안목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사족이 될지 모르겠지만, 토론 후에 부모나 교사가 토론에 대한 결론을 다시 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왜냐하면 토론 후에 부모나 교사가 결론을 내려버리면 지금까지의 토론은 무의미해져 버리기 때문이다. 다만 교육적 차원에서 부모나 교사는 누가 논리적이었는지, 태도가 좋았는지에 대해서는 판정을 하거나 조언은 할 수 있다.


동아대 교육학과 parosaphilia@hanmail.net
입력: 2010.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