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영재학교 입학사정관 전형 "일단 만족"
"처음에는 입학사정관들 사이에서도 '정말 좋은학생을 뽑을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던게 사실입니다. 막상 뽑아놓고 보니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30일 오전 KAIST 본관 1층 제1회의실.

사교육의 폐단을 막고 창의성이 뛰어난 과학영재를 선발하기 위해 국내 고교 최초로 입학사정관제도를 도입한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의 권장혁 교장과 채수찬 입학사정관제 입시위원장은 자신감에 찬 어조로 입학사정관제 전형 결과를 설명했다.

모두 1천291명이 지원한 입학사정관제 전형은 1단계 학생기록물 평가와 2단계 잠재성 다면평가를 통해 44명의 합격예정자가 확정됐다.

이는 2010학년도 신입생 144명 가운데 30%에 해당하는 것으로 명단은 일반전형이 끝나는 내달 21일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전형의 가장 큰 특징은 사교육에 의해 훈련된 영재들이 대다수 배제됐다는것이다.

권 교장은 "사교육의 폐해로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하는 습관을 들이지 못하는 것과 일정한 형식과 틀에 익숙해지면서 창의력을 해치게 되는 것을 들수 있다"며 "실제로 일반전형의 경우 수학테스트를 할 때 틀립 답을 똑같은 방식으로 틀리게 작성하는 학생들이 수십명씩 나온다. 이게 바로 사교육의 형식과 틀에 갇혀버리게 된 경우"라고 지적했다.

권 교장은 "재학생 가운데도 선생님들이 수학문제 해결방식을 소개할 때 학원에서 했을 법한 방식을 소개해주면 관심있게 지켜보는 반면 다른 해결방식을 제시해 주면 관심을 갖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지식이 입시의 수단이 되다보니 진도는 많이 나갔는데 기초와 창의력이 부실해 정형화된 대답만 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이번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는 탐구활동이나 봉사활동, 발명활동, 리더십 활동 등 학생들의 창의성과 잠재력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선발인원 44명의 30%에가까운 13명의 학생들이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거나 거의 받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과연 일반전형 2.3단계에서 실시하는 '창의적 문제 해결능력' 테스트와 '실험.전문성' 테스트 등 별도의 평가 절차 없이도 우수한 영재의 선발이 가능한지 여부다.

이에 대해 채수찬 입시위원장은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실시하는 것이 너무 빠르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었다"며 "그러나 이번 전형에 참여한 20여분들 모두 학생 선발 결과가 나온 것을 확인한 뒤에는 '정말 이 방법 밖에는 없다'고 할 정도로 신뢰할 수 있는 제도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교육에 의해 만들어진 학생은 특정 분야의 상을 받았음에도 기초가 부실하다"며 "시험을 치르면 답만 맞으면 되기에 기초가 부실한 지 여부는 평가할 수 없다. 부실한 부분에 대해 질문했을 때 명확한 답변을 못하면 모두 탈락시켰다"고 설명했다.

26명의 입학사정관들은 신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학생들이 제출한 추천서와 자기소개서, 영재성 입증자료 등을 철저히 검증했다.



추천인이 학생에 대해 얼마나 알고 추천서를 써줬는 지 직접 확인해보는 한편 자기소개서를 학생이 직접 썼는지 학원에서 써준것인지 여부도 테스트 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정직하고 공정한 판별을 위해 입학사정관들도 수차례 워크숍을 갖는 등 본인들에 대한 신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입학사정관들은 면접 결과를 점수화하지 않고 합격, 긍정유보, 부정유보, 불합격 등 4단계의 의견을 제시한 뒤 면접단계별로 교차확인을 통해 객관성을 유지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준비해야할까.

권 교장은 "이번에 선발된 학생 가운데 한명은 6살때 부터 곤충을 직접 그리고 특징을 상세히 기록하는 등 세심하게 관찰해 노트를 제출했고, 다른 학생은 로드킬을 당한 동물들의 사례와 방지책 등의 아이디어를 직접 작성한 리포트를 제출하기도했다"며 "이런 것은 사교육을 통해 단기간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꾸준한 탐구 등을 통해 준비해 온 것이다. 오랜 기간 학생이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었는 지 등이 모두 참고가 된다"고 조언했다.

채 위원장은 "자녀들한테 정성을 다하고 희생을 하면서 투자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창의성 교육이 아니고 입시에 통과하기 위해 교육하다보니 오히려 자녀들을 망치는 결과가 나온다"며 "어렸을때부터 봉사활동도 많이 하고 창의적인 경험도 하고, 리더십이 있는 훌륭한 아이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과학영재학교는 2011학년도부터는 입학사정관제에 의한 선발 비율을 70%이상으로 상향키로 했다.

권 교장은 "반드시 올해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한 학생들이 얼마나 잘 적응하는지와 학업성취도 등의 결과를 분석할 것"이라며 "70% 이상 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만족할 만한 분석 결과가 나올 경우 100%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연합)



부산일보 | 입력시간: 2009-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