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통합논술'이 달라진 논술고사 출제경향을 반영, '교과서로 논술잡자'를 연재합니다. 논술의 기본은 교과서이기 때문입니다. 개금고 서진관, 부산남고 이성건, 부산사대부고 반태훈, 부산진고 김정훈, 성일여고 김덕곤, 양운고 박경원, 해강고 김태진 선생님 등 일선 고교 논술지도 교사와 부산종로학원 수리·과학 논술팀이 함께 합니다. 본란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 논제와 제시문
<논제 1> (가)를 바탕으로 (나)에 나타나는 현상을 밝히고, 이로 인해 대두될 것으로 예상되는 문제점을 분석하시오. (400자 내외)
<논제 2> (나)의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을 (다)의 사례를 참고하여 기술하고, 그 해결 방안을 제시하시오. (800자 내외)
(가) 요즘에는 선거를 정치 참여의 핵심적인 수단으로 파악하고 있다. 즉 선거를 국민이 국가의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가장 기본적인 행위이자 국민과 대표자를 연결시키는 통로로 보고 있다. 국민이 선거에서 투표를 한다는 것은 그들의 의견을 정치에 투입하는 것이다. 이는 국민이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으로서 '국민에 의한 지배'를 실현하는 행위이다. <중략>
유권자가 주인 의식을 가지고 선거에 참여하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다. 대의 민주주의에서 투표 참여는 국민이 정치 과정에 참여하는 기본적인 행위이자 주권을 행사하는 기본적인 수단이다. 따라서 유권자는 단순히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행사한다는 차원을 넘어 건전한 민주 정치 발전 과정에 참여한다는 주인 의식을 가지고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 고등학교 <정치> (법문사)
(나) ① 역대 대통령 선거 투표율 추이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②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공정택 현 교육감이 당선됐지만 주경복 후보와의 표차가 경미해 사실상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절반의 심판'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31일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공 당선자(49만9천254표)와 주경복 후보(47만7천201표)간의 득표 차이는 2만2천53표에 그쳤다. 투표율이 15.5%에 불과해 공 당선자는 전체 유권자(808만4천574명)의 6.2%로부터 지지를 받은 셈이다.
더구나 공 당선자는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가운데 17곳에서 뒤졌고 강남구 등 8곳에서 승리했다. 특히 강남·서초·송파구에서만 12만여 표를 얻어 6만 표를 얻는데 그친 주 후보를 간신히 따돌렸다. 강남지역의 '몰표'가 없었다면 선거 결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 연합뉴스 (2008. 7. 31.)
(다) 주주들은 자기 호주머니에서 경영자들의 주머니로 돈이 '뚝, 뚝' 흘러 들어가는 걸 느끼지만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 내가 S&P500 지수에 편입된 기업의 주식을 5만 달러어치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주식 시장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러나 CEO의 연봉 계약에는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다. 내가 S&P500 지수에 편입된 500개 기업의 주식을 각각 100달러어치씩 가지고 있다면 각 기업의 CEO들이 기업의 수익 중 무려 1퍼센트를 챙긴다 해도 내가 부담하는 액수는 기업 당 1달러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런 일은 은밀하게 벌어지므로 내가 각각의 CEO에게 보상금으로 1달러를 지불했는지조차 모를 것이다. 내 돈은 모두 500달러나 나가지만 나는 그들을 한 번에 한 명씩만 손봐줄 수 있다. 게다가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수많은 주주들에게 일일이 연락을 취해 CEO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을 부결시키자고 설득해야 한다.
- 팀 하포드,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연봉의 비밀>
# 제시문분석
(가)는 유권자의 자세를 강조하는 글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은 주인 의식을 가지고 투표에 참여해야 함을 언급하였는데, 이러한 유권자 행위가 개인의 권리이면서도 '국민에 의한 지배'를 실현하는 행위로서 민주 정치 발전에 기여하는 과정임을 말하고 있다. (나)의 표와 제시문은 투표율 하락과 이것이 내포한 문제를 다룬 자료이다. ①은 1987년 직선제 대선 이후 투표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이번 대선에서는 63%에 머물렀음을 보여준다. ②에서는 두 가지 문제를 읽을 수 있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의 투표율이 극히 저조하였다는 것과 특정 지역 후보자의 전폭적 지지로 당선되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다)는 주식 시장의 소액 주주가 CEO의 은밀한 탐욕을 저지할 합리적인 인센티브를 갖지 못함을 지적하고 있다. 소액 주주가 주식 시장 전체의 상승에 관심을 가질지 몰라도, 개별 회사의 CEO들이 은밀하게 챙기는 막대한 보상에 대하여 개인의 입장에서 반대 운동을 전개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역설적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 논제 해설
<논제 1>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유권자의 바람직한 자세를 바탕으로 투표율 하락의 문제를 밝히고, 이로 인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문제점 분석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사회의 민주주의는 대의제이다. 복잡한 사회구조 속에서 개인의 정치 행위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정당성을 위임받은 대표가 정치 행위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선거 참여는 기본권이자 정치 발전의 기반이 되는 의무의 성격을 띤다. 그러나 오늘날 정치 참여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정치적 무관심층이 급격히 늘고 있다. 정치적 무관심의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대표성 논란이나 정책 집행의 공정성 시비는 우리의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되지 못함을 지적하는 답안을 작성하면 되겠다.
<논제 2>의 요구사항은 두 가지이다. (다)의 사례를 참고해 (나)에서 문제가 되는 투표율 하락의 원인을 밝히는 것과 그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 찾기이다. 첫 번째 요구사항에는 (다)의 사례를 참고하라는 조건이 있기 때문에 이것을 고려하여 답안을 작성해야겠다.
(다)에서 소액 주주는 주주 운동을 전개할 합리적인 동기를 갖지 못하기(개인의 합리적 선택) 때문에 CEO에 대한 인센티브 결정에 대하여 그들은 자발적으로 배제된다(비합리적 결과)고 설명한다. 이런 상황을 선거에 적용하여 설명하는 개념이 개인의 합리적 행동이 사회적으로도 합리적인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투표의 역설'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투표의 역설'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투표율 하락의 원인을 밝히는 것이 좋겠다. 투표율 하락의 문제를 '정치적 무관심'으로 지적하면서 이것이 정치에 대한 환멸 때문이라는 답안을 쓸 수도 있겠지만 논제의 조건은 답안의 방향을 제한하고 있다.
투표율 하락을 막는 것은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방안과 같다. 제도적으로는 유권자에게 긍정·부정적 인센티브를 생각할 수 있겠고, 시민운동의 차원에서는 정치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키기 위한 후보자 바로 알기나 선거 공약 검증하기 활동 등을 제시할 수 있겠다.
# 출제경향
선거를 직접적인 소재로 활용해 출제한 기출 논술은 그렇게 많지 않다. 2005학년도 건국대와 2008학년도 서울대 정시 문제에서 활용한 정도, 그리고 간접적으로 활용한 것이 2002학년도 이화여대 정시 문제 정도이다.
2005학년도 건국대 정시 논술에서 선거의 부정적 측면에 관한 자료와 추첨제의 장점을 설명한 자료를 제시해 추첨이 선거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선거 유세를 통해 금권 개입, 공약(空約) 남발, 비방 및 인신공격 등을 제시한 후, 아테네 정치에서 실시되었던 추첨제의 장점을 설명하면서 추첨의 현대적 활용 가능성에 관한 견해를 요구했다. 2008학년도 서울대 정시 논술에서는 현대 민주사회의 다수결의 원리에 입각하여 구체적인 사례에 대한 의사 결정의 내용과 절차를 보편타당성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소수의 의견을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쓰라고 했다. 현대 민주 사회의 정치 원리가 내포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고민을 요구한 것이다. 한편, 2002학년도 이화여대 정시논술에서는 현대 사회에서 돈이 지니는 의미를 논하는 과정에서 제시문에 금력을 이용하여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을 담아 돈과 금권선거, 부패정치의 문제를 논하도록 했다.
# 심화학습
1. 선거와 민주주의
민주주의가 처음 꽃을 피운 고대 아테네에서는 모든 시민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였다. 노예나 여성의 참여는 배제되었지만, 성인 남자 시민들은 국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이다. 4만 명 안팎의 시민들로 구성된 도시 국가에서는 국정에의 참여가 선거, 추첨이나 윤번제 등에 의하여 결정되었다. 그러므로 고대 아테네 시민들은 다양한 공직을 맡을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근대에 국민 국가의 확립과 더불어 민주주의가 발전하면서 많은 인구, 넓은 영토에서 이러한 고대 아테네의 이상을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대표자를 뽑는 제도로서 선거가 발전하게 됐다. 그러므로 선거가 민주주의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은 것은 근대에 들어와서의 현상이다. 이러한 대의제 민주주의는 시민들의 의사를 잘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므로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직접 민주 정치적 요소가 도입돼야 할 것이다. 오늘날 강조되고 있는 지방 자치는 이러한 보완의 의미가 강하다.
2. 투표의 역설과 정치적 무관심
선거 때만 되면 중앙이나 지방 선거관리위원회, 그리고 온갖 매체에서 투표에 참여하라고 독려를 한다. 대선이나 총선·지방선거를 할 때는 법정 공휴일로 지정하면서 투표할 것을 강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율이 그다지 높지 않고 선거에 의한 유권자 혁명도 일어나지 않는다. 무엇 때문일까? 유권자들은 참으로 선거를 통한 혁명 가능성을 부인하는가?
실제로 유권자는 자신의 한 표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 않다. 그리고 기대 이하인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들여야 할 비용이 적지 않음에도 보상받을 길이 없다. 게다가 내가 투표를 잘해서 훌륭한 후보를 뽑았다고 해서 내게 돌아오는 장기적인 복리도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 이쯤 된다면 자신의 행위에서 합리성을 찾고자 하는 유권자가 선택할 행위의 총체적 결과는 뻔하다. 정치적 무관심, 어떤 후보자가 당선되든 나와 무슨 상관? 정말 그럴까? 합리적인 유권자 선택을 했으니 우리의 삶도 합리적으로 변할까?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 표를 얻고자 하는 이들의 계산은 명확하고 선거 운동은 집요하다. 자신의 아이를 특목고에 진학시키고 싶거나, 또 진학 성적이 우수한 학교에 입학시키고 싶으며, 돈을 들여서라도 영어몰입교육을 시키면서, 자신들의 주거 환경에 임대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집념과 욕망은 매우 구체적이고 계산적이어서 투표에 참여하는 행위 자체의 합리성만을 따지는 개인들은 결코 이들을 감당할 수 없다. 그리하여, 800만 유권자 중에서 50만 명의 지지를 얻고도 당선되는 위대한 결과를 우리는 보게 된 것이다. 개인의 탁월하고 합리적인 투표 불참 행위가 앞으로 자신의 자녀와 이웃의 아이를 성적의 굴레에서 맴돌게 만들고, 어떤 형태로든 사교육비를 많이 지출하는 것이 부모로서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라는 망상에 사로잡히게 하는 비합리적인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개인의 합리적 행동이 사회적으로도 합리적인 결과를 제공하는지 고민해 볼 대목이다.
3. 투표 인센티브 제도와 그에 대한 논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 참여 인센티브제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 채용 시 면접 자료로 활용하는 방안, 공공시설 이용 시 면제 또는 할인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 투표에 참여한 경우에만 유급 휴가로 인정하는 방안, 선거권 행사 여부를 공직선거 피선거권 요건으로 포함시키는 방안과 공직선거에 입후보하는 후보자의 경우 투표 참여 여부와 횟수를 공개하는 방안 등이 논의 중이다. 외국에서는 투표에 불참할 경우 벌금을 부과하거나 은행 대출을 제한하거나 취업을 제한하는 사례도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투표 불참도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것인데, 불참에 대한 불이익은 기본권 침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실제로 자신의 권익을 대변해줄 후보나 정당이 없는 상황에서 특정 후보를 고르는 일이 여간 곤혹스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억지로 아무렇게나 한 투표가 민의를 왜곡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지지 후보나 지지 정당 없음'이라는 선택지 제시도 고려해 볼 일이다.
4. 대의제 민주주의의 보완 방안
지방 자치제가 정치적 무관심을 넘어 무기력증에 빠져들게 하는 가운데, 문제 인식에 대한 보완책으로 도입된 방안이 주민소환이다. 주민소환제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이 주민 의사에 반하는 행위를 하거나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을 저지를 경우 주민투표를 거쳐 퇴출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권자의 일정 비율(10~20%) 이상 서명을 받은 주민소환 청구에 대해 투표를 공고하게 되면 소환 대상자의 권한은 바로 정지된다. 투표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참여한 주민투표에서 과반수가 찬성할 경우 해당 공직자는 퇴출된다.
이러한 제도가 선출직 공직자의 부패와 독단, 선심성 행정에 대한 견제 장치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는 반면, 잘못 운영하거나 악용할 경우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지역 간 대립과 갈등을 초래하거나 정치적 반대 세력을 처벌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 관련교과
-<정치>(법문사) Ⅱ.2. 선거와 참여 (3) 선거 문화와 민주 정치 발전 -<시민윤리>(교육인적자원부) Ⅰ.4. 민주 시민으로서 지녀야 할 능력 -버나드 마넹, '선거는 민주적인가', 후마니타스, 2004. -팀 하포드, '경제학 콘서트 2', 웅진 지식하우스, 2008.
※ 논제에 대한 예시 답안은 목요일 이후 부산일보 인터넷 홈페이지(www.busanilbo.com)에 게재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