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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신'이 '웅녀님'에게 혼인해달라고 청하자, 웅녀님이 하늘신에게 결혼 조건으로 붙인 말이다. 웅녀님은 인간이 되지 않겠다고 했고, 하늘신에게 '곰'이 되라고 요구했다. 하늘신은 천상세계의 존재고 웅녀님은 동물이다. 신화에서 동물과 천상의 존재가 만나는 지점은 인간세계다. 원래 동물인 웅녀는 인간이 되고, 하늘신도 인간세계로 내려와서 서로 만나야 했다. 단군신화대로 라면.
동화작가 배미주의 동화집 웅녀의 시간여행의 표제작은 서로의 모습에 반해 사랑에 빠진 '하늘신'과 '웅녀님'이 각각 하늘집과 곰의 모습을 버리고 천년만년 행복하게 살기로 약속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단군신화 줄거리를 뒤집는 설정이 발칙하다.
한민족의 근원이 되는 신화를 뒤집어 상식을 깨트림으로써 세상에 도발을 한다. 웅녀님이 마늘을 제대로 먹어줘야 인간이 되고, 인간이 돼야 하늘신과 결혼해 단군왕검을 낳을 수 있다. 웅녀의 시간여행에서처럼 하늘신이 곰이 된다면 우리 민족은 모두 곰이 돼야 한다! 이처럼 어린이들을 위해 만든 동화라도 발칙할 수 있다. 이 동화집에는 표제작을 포함, 동화 6편이 묶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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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 '웅녀의 시간여행' | |
'우정빌라에 이사왔다'에서는 아파트에 살다가 우정빌라에 이사온 경민이의 이야기다. 경민이는 빌라가 귀신의 집과 같았기 때문에 충격을 받는다. 어느날 경민이는 빌라 화장실에 있었는데, 큰 쥐가 나타나고 무섭던 옆집 아저씨와 쥐잡기를 벌이면서 친해진다. 낯선 환경을 받아들이기까지 두 남자의 훈훈한 우정을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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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빌라에 이사왔다'의 한 장면. 문학과지성사 제공 | |
아버지와 아들의 역할이 바뀌며 겪는 소동을 다룬 '나동근 씨, 학교에 가다'는 2004년 12월 남아시아 지진 해일을 소재로 인식할 수 없는 너머의 세계를 다룬 단편이다.
신인 작가 배미주는 이 동화집에서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물, 사람과 로봇 등 존재와 존재가 맺는 관계의 중요성을 때론 날카롭게, 때론 능청스럽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