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천국’ 미국서 러브콜 받은 뿌까는?
‘당차고 깜찍한 동양소녀’ 이미지
유럽·남미·중국 이어 미국서 러브콜
나라별 상품 차별화·품질관리가 비결
한겨레 김소민 기자
» 뿌까
거룡반점 외동딸 뿌까가 일냈다. 남자 친구 가루에게 거침없이 뽀뽀를 날리며 한번에 자장면 수십개를 나르는 괴력 소녀 캐릭터 뿌까 말이다. 쪽 찢어진 눈으로 유럽, 남미, 아시아를 사로잡더니 최근 캐릭터 종주국 미국에 진출했다. 뿌까의 친정 ㈜부즈는 최근 미국 액세스 라이센싱 그룹에게 계약금 130만달러(약 12억원)를 받고 북미지역에서 뿌까 캐릭터 상품화 작업을 함께 진행하기로 손잡았다.

뿌까가 누구냐? 중국인인 척하지만 한국 태생이다. 다른 캐릭터들처럼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하지 않고 처음부터 캐릭터로만 치고 나갔다. 그런 ‘거꾸로 전략’으로 이 소녀, 해외에서부터 인기를 얻었다. 3000여종 제품에 얹혀 150여개 나라에서 연간 3천억원 어치가 팔려 로열티로만 한 해 70억원을 벌어들인다. 상품 매출의 97%가 해외에서 거둬들이는, 해외에서 성공한 첫 한국 캐릭터다.

미국이 어디냐? 디즈니와 루니 튠즈, 세서미 스트리트가 버티고 있는 최대 시장이다. 세계 각국의 성공한 캐릭터들이 진입하려는 이 시장에 뿌까는 초청을 받아 들어간다. 국내 캐릭터로는 사실상 첫 본격적인 미국 진출이다. 뿌까 아빠인 김유경 부즈 부사장은 “미국에서도 여성 패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캐릭터는 ‘헬로키티’ 정도”라며 “옷, 가방 등 패션상품에 강한 뿌까가 승산이 있다고 본 미국 업체가 계약을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뿌까는 6월 미국 라이센싱쇼에서 그곳 제조업체들에게 선보인 뒤 연말께부터 상품으로 시장에 깔리게 된다.

뿌까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이원희 콘텐츠진흥원 과장, 박성식 문화기획자 등의 도움말을 종합해 2000년생 여덟살 캐릭터 뿌까에게 들어봤다.

» 뿌까 캐릭터 상품들이 진열된 매장들과 김유경 부즈 사장
■ 세계를 겨냥한 동그라미=처음부터 내가 중국애는 아니었어. 아빠는 애초에 나를 세계를 돌아다닐 애로 만들기로 작정했대. 그래서 어느 나라 사람이 봐도 ‘팍’ 꽂혀야 한다며 나를 직선 몇 개와 동그라미면 그릴 수 있는 모양으로 만드셨어. 눈? 동양사람 티나게 찍 그었지. 걸을 때 리듬감을 살리려고 머리를 말아 양쪽에 동그랗게 올려줬더니 꼭 중국애 같더래. 그래서 아예 중국 경극 여자 느낌을 넣었지. 한국에서 태어났다고 꼭 한국인일 필요는 없잖아. 미키 마우스가 성조기 둘렀어?

이름 뿌까, 아기들 소리 “푸카푸카”에서 따왔대. 발음이 웃기고 쉽잖아. 아빠는 남자 친구 가루도 만들어주셨어. 사랑이야말로 만국 공통어니까.




나, 남들하고 다른 길만 가. 뽀로로나 둘리, 애니메이션으로 뜨고 상품 나왔지. 난 동영상 잠깐 웹에 선보이곤 바로 상품으로 갔어. 이야기 없어도 생긴게 강해서 성격 확실히 드러나거든. 나를 봐. 까망하고 빨강투성이잖아. 다들 뽀얀 파스텔색으로 캐릭터 만들지 이 색깔들은 캐릭터에는 잘 안 썼던 거래. 그리고 난 사람이야. 미키마우스, 아기곰 푸우 …, 잘 나가는 캐릭터에 사람 있어? 캐릭터는 상상 속에 살아야지 현실적인 사람이 되면 매력이 없다고 다들 생각하거든. 또 푸우나 키티는 다 순진해서 “날 잡아 잡수세요” 표정이야. 그런데 나는 성깔 있고 당차 보이잖아.

■ 로마에선 로마법으로=나는 한국 캐릭터계의 베이비 붐 세대야. 우비 소년, 마시마로, 졸라맨이 내 또래지. 우리나라에선 졸라맨보다 못한 넘버5였어. 그런데 외국 사람들은 내가 좋다고 난리야. 나라별 입맛대로 맞춰줬거든. 중국에선 내가 중국 캐릭터인 줄 알고 아예 ‘중궈와와’(중국인형)로 불러. 중국은 불법복제 천국이잖아. 그래서 헬로키티처럼 전용 매장을 만들었어. 그러면 다른 데서 파는 게 다 불법이 되어서 단속이 쉬워져. 지금 내 매장이 중국에 몇 곳쯤 될 것 같애? 200곳이야.

유럽에선 내가 독특한 동양애라고 좋아해. 미국 캐릭터엔 반감이 있거든. 유럽 여자애들은 내 ‘여성 파워’에 반해. 유럽에서만 1년에 180억원어치가 팔린대. 남미에서는 내 적극적인 성격이 자기네와 비슷하다고 좋아해. 내가 가루한테 먼저 달려드는 장면을 상품에 붙였더니 불티가 났어. 다른 캐릭터는 애들 물건에 붙는데 난 패션하고 잘 맞더라고. 지금은 밥솥에 미니오토바이에 별의별 물건에 다 붙지만. 나라마다 주력상품도 달라. 스페인, 물놀이 기구야. 영국, 10대용 화장품 세트가 인기지. 남미에서는 노래반주기가 잘 나가.

■ 키티, 미키는 내 스승들이야=헬로키티가 변변한 애니메이션 없이 34년 사랑받은 비결? 철저한 상품 관리야. 키티를 만든 산리오가 무지 깐깐하거든. 키티 상품은 살 만하다는 인식을 만들었어. 미키는 디즈니 것이니까 미디어 콘텐츠로 승부했지. 나? 둘 다 하려고.

내가 싸서 인기인 줄 알아? 키티보다 5~7% 더 비싸. 각 나라 제조사들이 상품을 디자인해오면 본사가 단계별로 확인해. 지난해엔 애니메이션 〈짜장소녀 뿌까〉로 115 나라에서 방송 탔어. 게임 〈뿌까 레이싱〉도 타이에서 팔렸다구.

사람들은 캐릭터가 우려먹기 좋다고 생각하는데, 쉽지 않거든! 변해야 살아. 1년에 두번씩 전 상품을 싹 새 단장해. 미디어 환경이 변하니 거기에도 맞추는 거야. 지금 닌텐도 디에스용 게임을 만들고 있고, 이번달엔 대구에 뿌까 놀이공간을 만든대. 사랑받는 것보다 이어가는 게 더 어렵더라고.

» ‘왕언니’ 키티와 ‘당찬 동생’ 뿌까 캐릭터 비교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부즈 제공


뿌까 동갑내기 캐릭터들은
‘마시마로’ 재도약 채비…‘딸기’는 놀이공간 확장

» 마시마로
뿌까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인기 캐릭터 딸기와 마시마로는 요즘 어떻게 지낼까?

2000년 머리로 병을 깨는 플래시애니메이션으로 대단한 인기를 누렸던 엽기토끼 마시마로는 인기는 좀 식었지만 여전히 열다섯 나라에서 연간 1300억원 정도 상품 매출을 올리고 있다. 마시마로가 유럽에 진출하던 2000년께에는 유럽에서 2분짜리 플래시애니메이션을 내려받는 데 몇 시간씩 걸리는 바람에 한국에서의 영광이 재현되지 못했다.

마시마로를 만든 씨엘코엔터테인먼트는 최근 2분짜리 플래시애니메이션 15편을 유럽과 아시아 53개 나라 모바일과 인터넷에 유료로 서비스하며 재도약 태세를 갖췄다. 도끼를 집어드는 난폭한 짓은 줄이고 힘센 상대한테 겁 없이 덤비며 대리 만족을 주는 내용은 그대로 유지한다.

뿌까보다 세살 많은 캐릭터 딸기는 헬로키티가 테마 공원 퓨로랜드를 두고 소비자와 소통하는 전략을 썼듯이 놀이공간을 확장해 가고 있다. 2004년 파주 헤이리에 연 첫 놀이공간 ‘딸기가 좋아’에 이어 지난해 두 곳을 더 만들었다. 연간 방문객은 30여만명. 딸기 친구 똘밤이가 씩씩한 캐릭터인 데서 착안해 ‘딸기가 좋아’ 안에 11일 ‘똘밤 체육관’을 들여놓는다.

딸기는 올해 홍콩, 대만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국외로 진출한다. 제작사 쌈지의 이윤아 실장은 “패션 잡화 쪽에서 외국 청소년용 캐릭터 시장에 파고들 가능성은 크다고 본다”며 “다만 발음이 외국인이 따라하기 쉽지 않은 점이 골칫거리”라고 말했다.

김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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