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튀는 창의적인 그림책이 좋다
[아가와 책 14] 로버트 크라우서의 그림책 시리즈 <세모, 네모 모양> 외
강지이(thecure8) 기자
▲ 책 <세모, 네모 모양>
ⓒ 시공주니어
흔하고 평범한 그림책보다 좀더 화려하고 톡톡 튀는 그림책을 아이에게 보여 주고 싶다면 책장마다 입체적인 형태의 그림이 튀어나오는 팝업북(Pop-up Book)이나 들춰보기 창이 들어 있는 플랩북(Flap Book)을 권한다.

로버트 크라우서의 <세모, 네모 모양> <빨강, 파랑 색깔> <위, 아래 반대> 시리즈는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입체북 중 하나이다. 영국 왕립 미술 학교 출신의 신세대 그림책 작가 크라우서가 제작한 이 책들은 다른 그림책에 비해 톡톡 튀는 창의적 아이디어가 넘치는 개성적 시리즈이다.

이 그림책 시리즈를 펼쳤을 때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점이 바로 화려한 원색과 단순한 도형들이 책 전체를 구성한다는 것. 시리즈 중 하나인 <세모, 네모 모양> 책은 아이들에게 도형 모양에 대한 인지개념을 심어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기존의 책장이 네모반듯한데 반해 이 책의 책장은 각각 세모, 네모, 타원, 동그라미 모양으로 구성되어 일반적인 책장의 개념을 탈피했다. 책장은 모두 네모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호기심과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각 도형 모양 책장 속에는 겹겹이 들춰볼 수 있는 그림들이 여기저기 숨어 있다.

아이들은 각 도형의 모양을 보면서 그 이름을 기억하고 도형 모양 속에 숨어 있는 그림들을 통해 어떤 사물이 '동그라미, 네모, 세모 모양'인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책장을 들춰 보는 놀이와 함께 교육적인 효과를 기대한다면 적극 권장할 만한 구성이다.

<빨강, 파랑 색깔> 책에서는 화살표 모양의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각 색깔을 나타내는 여러 사물들이 한꺼번에 등장한다. 빨간색 책장의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사과, 체리, 토마토, 무당벌레, 딸기가 나온다. 노란색 책장 속에는 버터, 달걀노른자, 레몬, 바나나 모양이 등장한다. 이 책은 아이에게 여러 사물들이 갖고 있는 고유의 색깔을 알게 하고 색의 이름을 인지하도록 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이 그림책 시리즈는 '이야기' 중심이기보다는 도형과 색깔, 위 아래 반대의 개념을 이해시키기 위한 교육적 기능을 담고 있다. 화려한 색깔은 아이들의 시선을 끌며 각 책장에 숨어 있는 사물의 그림들은 호기심을 유발시킨다. 그래서 책장을 하나하나 들춰 보면서 여러 개념들을 배우기에 좋다.

독특하고 흥미로운 형태의 이 시리즈가 이처럼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이 느껴지는 이유는 책에 그려진 그림들이 좀 작다는 것 때문이다. 게 그림, 수박 그림 등이 너무 조그마하게 그려져서 집중력이 부족한 아이들이 보기에는 부적절한 면이 있다.

개미, 무당벌레 등의 작은 생물은 실제 생물처럼 작게 그려져서 사실감을 부여하는 측면도 있지만 곰, 수박, 게처럼 큰 것들을 작게 표현하면 아이들이 생동감을 느끼기 어렵다. 특히 <빨강, 파랑 색깔> 책의 경우 그림의 크기가 너무 작아 아이들의 시선을 끌기에 부족하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이라면 외국 작가가 쓰고 그린 책이다 보니 우리나라 어린이들에게 별로 친숙하지 않은 사물들이 등장한다는 것. 럭비 공, 체커 판 등의 사물이나 블루베리, 체리, 라임 등의 과일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것들이다. 이런 사물을 제시하다 보면 아무래도 개념 전달의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은 이유는 놀이처럼 여러 도형과 색, 반대 개념을 익힐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다른 책들과는 달리 매우 독특하게 구성된 책장 하나하나에서 작가의 창의성과 그림책 창작에 대한 애정이 엿보인다. 아이들은 책장을 잡아당기고 들춰보면서 여러 개념을 쉽게 익히고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이처럼 독특하고 창의적인 그림책을 만드는 작가가 드물다는 것이 아쉽다. 그런 작가들이 있다면 굳이 어렵게 외국 작가의 그림책을 사서 볼 필요도 없지 않은가. '체커 판' 이라는 낯선 외국 사물을 예로 들면서 '정사각형' 개념을 알려 주는 것보다 '백설기'와 같은 우리 것을 예로 들면 더욱 정겨울 것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