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미술관] 박수만 <수-심>
다섯 빛깔 개성, 뭉치면 창조적 한 손
작가 잠든 사이 손가락들 저마다 '내가 최고' 자랑


박수만 <수-심>, 130 × 162.2 cm, 캔버스에 유채, 2006

“이제 우리끼리 놀 때가 되었어.”

엄지손가락이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오늘은 너무 바빠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

집게손가락이 말했다. 엄지손가락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집게손가락 말대로 오늘은 너무나 바쁜 날이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그림을 그렸으니 머리는 지끈지끈 아프고, 허리는 끊어질 지경이었다. 그나마 해 저물 무렵 그림 그리기가 끝났으니 다행이었다. 작가는 피곤한지 금방 잠이 들었고 코를 드르렁드르렁 곯았다.

“일어나, 놀자!”

엄지가 굵은 목소리로 나머지 손가락을 깨웠다.

“뭐 하고 놀지?”

가운뎃손가락이 아직 잠이 덜 깬 목소리로 말했다.

“으흠, 그건 당연히 내가 결정할 일이지.”

엄지손가락이 으스대며 말했다.

“왜 네 마음대로 해?”

약손가락과 새끼손가락이 동시에 말했다.

“그 이유를 꼭 말해야 되겠어? 첫째, 최고를 나타낼 때 나를 치켜들잖니. 둘째, 아기들은 주로 이 엄지손가락 빠는 걸 좋아한다고. 셋째, 어른들이 돈을 셀 때도 마찬가지야. 넷째, 손가락 도장을 찍을 때 뭘 사용하니?”

엄지손가락은 침을 튀기며 잘난 체 했다.

“엄지손가락 말이 틀리지는 않아. 하지만 징그러운 벌레를 눌러 죽일 때도 엄지손가락을 쓰더란 말이지. 나쁜 일에도 최고인가?”

집게손가락의 일격에 엄지손가락은 주춤했다.

“엄지손가락이 아무리 잘난 체 해봐야 이 집게손가락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어. 가위 바위 보에서 가위 모양을 해 봐. 엄지 혼자 할 수 있는지 말이야. 사실 모든 버튼을 눌러서 작동하는 건 바로 나야. 그러니 당연히 무슨 일을 결정하는 데는 내가 먼저지.”

집게손가락이 고개를 뻣뻣이 쳐들며 말했다.

“그 말도 틀리지는 않아. 하지만 다른 사람을 공격하고 삿대질 할 때 주로 네가 쓰이잖아. 너 때문에 상대방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지.”

가운뎃손가락이 점잖게 나섰다.

“누가 가장 키가 크니? 또 승리를 나타내는 ‘V’자는 바로 내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지.”

가운뎃손가락이 ‘V’자를 그리며 싱긋 웃었다.

“키 크면 싱겁다는 소리 못 들었어? 어쩐지 가운데 끼어서 이쪽도 저쪽도 아닌 것이 꼭 박쥐 같더라니.”

이번에는 약손가락이 말을 이었다.

“결혼식 반지를 어디다 끼우니? 물약을 휘저을 때도 나를 쓰잖아. 그만큼 내가 소중하다는 말씀이지.”

“동작은 가장 굼뜬 게 어디서 큰 소리야. 작은 고추가 맵다고, 모든 약속과 맹세에는 꼭 내가 필요하지.”

잠자코 있던 새끼손가락이 나서며 말했다. 그 때였다.

“아, 잘 잤다. 또 그림을 그려야지.”

잠에서 깬 작가는 붓을 쥐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다섯 손가락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 같이 힘을 모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박영대(화가ㆍ광주교육대학교 미술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