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을소재로 30여 편의 시를 쓴 ‘섬진강 시인’ 김용택씨(57). 고향인 전북 임실 덕치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그는 최근 동심이 그대로 배어나는 아이들의 작품 1백14편을 모아 시집 ‘우리 형 새똥 맞았다’를 펴냈다. 올해로 교사생활 36년째인 그는 2학년 담임만 20년째 맡고 있다고 한다. “글쓰기를 시켜보면 2학년 아이들의 글이 가장 좋아요. 사물을 바라보는 눈이 순수하고 꾸밈이 없거든요.” 그는 “2학년은 학생이 전부 3명이라 수업에 융통성이 있다”고 말했다. 겨울의 초입에 들어선 요즘에는 아이들과 함께 운동장을 뛰고 들어와 공부하다가 단풍잎을 줍거나 감을 따러 가기도 하고 또 콩 타작하는 것을 보러 가기도 한다고. 처음 교편을 잡을 당시 김용택 시인은 그리 오래 할 생각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런데 5년쯤 지나자 차츰 생각이 변했다고.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것에 대한 욕심이 없어졌어요. 한때는 ‘도시로 떠날까’도 생각해봤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세상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죠. 만원 버스를 타고 갈 때 ‘앉고 싶다’는 생각에 매이면 자리밖에 안 보이지만 앉으려는 생각을 버리면 바깥 경치를 구경하며 즐겁게 갈 수 있는 이치라고나 할까요(웃음).” 평범한 시골학교 교사이던 그는 82년 창작과 비평사의 ‘21인 신작 시집’에 ‘섬진강’을 발표하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섬진강 근처 진메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는데 집 마루에 누워있으면 흘러가는 물결이 보였어요. 제 모든 글쓰기는 이곳에서 시작해서 이곳에서 끝날 것을 믿으며, 제 시는 이 작은 마을에 있는 한 그루 나무이기를 바라죠.” 그는 매일 섬진강을 바라보며 강과 같이 살았던 사람들의 슬픔, 분노, 행복, 기쁨 등 보이는 것을 시로 썼다고 한다. ‘잘 보는 것’에 대한 강조는 학생들의 글쓰기 지도에서도 아주 중요한 대목이다. 매주 수요일, 전교생 31명의 아이들을 학교 나무 밑이나 섬진강 개울가로 데리고 나가 야외수업을 하며 글쓰기를 가르치는 그는 글쓰기 이전에 보는 법부터 가르친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나무를 가리키며 ‘나무가 어떻게 하고 있냐?’고 물어보죠. 그러면 아이들은 ‘바람에 떨고 있다’ ‘나무 위에 달이 있다’ 등 다양한 대답을 해요. 저는 그걸 글로 써보라고 하죠. 처음에는 직접 보이는 것들에 관심을 갖게 하고 그 다음에는 주변 사물이나 사건들로 시야를 넓혀서 다양한 측면에서 보도록 당부하죠.” 불을 돌리면/ 내 마음도 돌아간다. / 불은 죽었다가 살아난다. / 그건 / 내 마음이다. (쥐불놀이·2학년 서창우)
집에 가는 길에 / 무얼 하며 갈까? / 이야기를 하면서 갈까? / 놀면서 집에 갈까? /아니면 / 나무를 보면서 갈까? (집에 가는 길·2학년 김다희) 소는 똥이 진짜 크다 / 어떤 사람은 소똥을 밟아 / 넘어지네. / 소똥의 냄새는 너무나 지독해서 / 우리는 쓰러지네. (소똥·2학년 전주인) 그는 ‘우리 형 새똥 맞았다’에 실린 아이들의 작품 중 어느 것 하나에도 손을 대지 않았다고 한다.
“흔히 어른들은 어린이들의 글을 지면에 실으려고 하면 어떻게든 손을 보려고 해요. 그런데 어린이들의 글을 어른들이 고치면 그 어린이의 글은 바로 ‘죽은 글’이 돼버리죠. 어린이의 글쓰기는 세계를 이해하고 그걸 자기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의 하나예요. 좋은 눈으로 잘 보고 쓴 어린이의 글을 들여다보면 글을 쓴 어린이의 모습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요. 그것만으로도 어린이들은 이미 모두 시인인 셈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