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쏙쏙]통합논술의 기초-요약과 논증

( 사회면 2007-3-13 기사 )


 -독해·논리력 밑바탕 자신의 주장 전개

 1.요약

 어떤 일을 할 때, 목표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목표를 달성하는 데 큰 차이를 보인다. 비슷한 능력으로 일을 하더라도, 똑같이 성실하게 노력하더라도 방향을 알지 못하는 사람과 자기가 가야 할 방향을 아는 사람은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시험도 마찬가지이다. 시험의 평가목표는 출제자나 교사만 알고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목적지를 생각하지 않고 여정을 시작하는 것과 같다.

 요약시험의 목적

 논술고사에서 요약시험을 내는 이유는 무엇인가? 학생들이 본문을 요약한 것을 통해 본문을 읽어내는 힘을 측정하는 데 있다. 즉, 요약시험의 첫 번째 목적은 바로 `독해력'이다. 주어진 글을 얼마나 잘 읽었느냐, 그래서 얼마 정도를 이해했는가를 측정하는 것이 요약시험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의문이 생긴다. 본문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면 그 서술에 본문에 대한 이해가 녹아 있을 텐데 굳이 `요약'이 필요할까? 이 지적은 어느 정도 타당하다. 논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논술문을 작성한다면 그 속에는 이미 본문에 대한 이해가 들어 있고, 또 어떤 문제의 경우에는 본문내용의 일부를 이용해서 논술문을 작성해야 하므로 논술문을 통해 학생의 `독해력'을 측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약은 필요하다. 왜냐 하면 `독해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논술문을 통해 독해력을 평가하는 것은 채점자마다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요약시험을 치르게 되면 요지나 핵심은 거의 비슷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학생들의 독해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¹

 본문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내용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그 달라지는 내용은 독자가 그 텍스트(본문)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른 문제이므로, 논술문에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요약에서는 어느 정도의 윤곽이 드러나므로 객관적이라는 말이다.

 요약의 개념

 요약시험의 두 번째 목표는 핵심적인 내용을 간추려 전달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다. 물론 글을 잘 이해한 사람이라면 그 내용을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다. 그렇지만 글의 내용을 이해했더라도 그것을 표현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이 많다. 그만큼 읽기 훈련만 이루어진 것이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것을 요구한다. 얼마나 많은 것을 읽었는가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얼마나 표현하는가도 중요한 것이다. 언어생활에서 수동적인 `읽기, 듣기'만을 강조했던 때와는 달리 이제는 이 두 활동에 `쓰기, 말하기'의 요소를 더불어 평가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이해한 것을 얼마나 잘 전달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기 위하여 요약시험을 본다고 생각해야 한다.

 요약시험의 목적을 알았다면 이제 요약의 개념을 알아야 한다. 요약의 `말이나 글의 요점을 잡아서 간추림'이다. 말이나 글의 `가장 중요하고 중심이 되는 사실이나 관점'을 잡아내어 간추리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요약을 할 때는 독해를 정확하게 해야 하고, 그 독해한 내용을 글로 정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이 두 가지 요소 중에서 어느 하나라도 잘못되어서는 좋은 요약문을 만들어낼 수 없다. 우선 정확한 독해가 이루어져야 한다. 독해가 정확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간추림'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또한 요점을 간추릴 줄 알아야 한다. 글을 제대로 읽었더라도 자신이 읽은 내용을 중언부언한다면 좋은 요약문을 작성하기 어렵다.

 요약의 과정

 요약문의 작성과정은 일반적인 글쓰기 과정을 따르면 된다. 그런데 일반적인 글쓰기가 `주제설정→자료수집→개요작성→실제쓰기(표현하기)→고쳐 쓰기'의 과정을 거치는 데 비하여, 요약은 약간 특수한 글쓰기로서 앞의 두 단계인 `주제설정'과 `자료수집'이 `독해'로 대치된다. 즉, `⑴독해→⑵개요작성→⑶실제 쓰기→ ⑷고쳐 쓰기'의 단계로 이루어진다.

 <실전 연습1> 다음 글을 200자 이내로 요약하시오.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은 너무도 유명한 영·정조 시대(英正祖時代) 북학파(北學派)의 대표적 인물 중의 한 사람이다. 그가 지은 `열하일기(熱河日記)'나 `방경각외전(放경閣外傳)'에 실려 있는 소설이 몰락하는 양반 사회(兩班社會)에 대한 신랄(辛辣)한 풍자(諷刺)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문장(文章)이 또한 기발(奇拔)하여, 그는 당대(當代)의 허다한 문사(文士)들 중에서도 최고봉(最高峰)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추앙(推仰)되고 있다. 그러나 그의 문학(文學)은 패관 기서(稗官奇書)를 따르고 고문(古文)을 본받지 않았다 하여, 하마터면 `열하일기'가 촛불의 재로 화할 뻔한 아슬아슬한 장면이 있었다. 말하자면, 연암은 고문파(古文派)에 대한 반항(反抗)을 통하여 그의 문학을 건설(建設)한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민족 문화의 전통을 연암에게서 찾으려고는 할지언정, 고문파에서 찾으려고 하지는 않는다. 이 사실은, 우리에게 민족 문화의 전통에 관한 해명(解明)의 열쇠를 제시(提示)하여 주는 것은 아닐까?

 전통은 물론 과거로부터 이어 온 것을 말한다. 이 전통은 대체로 그 사회 및 그 사회의 구성원(構成員)인 개인(個人)의 몸에 배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전통은 우리의 현실에 작용(作用)하는 경우(境遇)가 있다. 그러나 과거에서 이어 온 것을 무턱대고 모두 전통이라고 한다면, 인습(因襲)이라는 것과의 구별(區別)이 서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인습을 버려야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만, 계승(繼承)해야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서 우리는, 과거에서 이어 온 것을 객관화(客觀化)하고, 이를 비판(批判)하는 입장에 서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된다. 그 비판을 통해서 현재(現在)의 문화 창조(文化創造)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것만을 우리는 전통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이 같이, 전통은 인습과 구별될 뿐더러, 또 단순한 유물(遺物)과도 구별되어야 한다. 현재에 문화 창조와 관계가 없는 것을 우리는 문화적 전통이라고 부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느 의미에서는 고정 불변(固定不變)의 신비(神秘)로운 전통이라는 것이 존재(存在)한다기보다 오히려 우리 자신이 전통을 찾아 내고 창조(創造)한다고도 할 수가 있다. 따라서 과거에는 훌륭한 문화적 전통의 소산(所産)으로 생각되던 것이, 후대(後代)에는 버림을 받게 되는 예도 또한 허다하다. 한편, 과거에는 돌보아지지 않던 것이 후대에 높이 평가(評價)되는 일도 또한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연암의 문학은 바로 그러한 예인 것이다. 비단, 연암의 문학만이 아니다. 우리가 현재 민족 문화의 전통과 명맥(命脈)을 이어 준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의 모두가 그러한 것이다. 신라(新羅)의 향가(鄕歌), 고려(高麗)의 가요(歌謠), 조선 시대(朝鮮時代)의 사설시조(辭說詩調), 백자(白瓷), 풍속화(風俗畵) 같은 것이 다 그러한 것이다.

 -국어(하) 4-1. 민족문화의 전통과 계승(이기백)

 2. 논증(論證)

 ⑴논증이란

 `논술(論述)'은 논리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서술한다는 말이다. 이것은 객관적인 사실에 대한 논리적 서술이라는 뜻도 되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입증하는 서술'이 된다. 그래서 `논술'은 `자신의 생각(주장)을 논증하는 글'이 된다. 이런 의미에서 `논증'은 논술에서 기초적인 토대가 된다고 할 수 있다.

 `논증'은 `논리적인 증명'으로 `추론'과 같은 뜻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추론(推論)이란 특정 명제(주장)를 제기할 때 단순히 명제(주장) 자체만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근거인 `논거'를 제시하는 일을 말한다. 즉, 추론은 `주장+논거' 또는 `논거+주장'의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이치에 맞는 것을 논리라고 하며 논리에 맞게 어떤 전제로부터 주장을 전개해 나가는 것을 추론이라고 한다. 그런데 누구나 주장을 하며 살아간다. 독자들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주장을 했는지 세어볼 수 없을 것이다. `엄마! 이건 제가 맞아요!', '이 책은 꼭 사주셔야 돼요!', `나는 네가 싫어!', `너는 나를 좋아하면 안 돼!' 등등. 서양 사람들은 예로부터 그러한 주장을 분석하는 습관을 기른 것이다. 그리고 중세에 대학이 생겼을 때 기본과목으로 논리학을 정하기도 했다.

⑵논술에서의 논증

 이러한 추론(논증)이 논술에 직접적으로 어떻게 연결될까? 이론적인 내용이 실제적인 시험과 연결되지 않을 때 그 이론은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논술'은 논리적인 주장 즉, 논증이자 추론이라고 할 수 있다.

 ①논증의 구성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치기 위해서는 `논증구조'를 명확히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개요를 작성할 때 자신의 주장은 무엇이고, 여기에 대하여 자기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논거가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②논증구조의 분석

 통합논술은 과정이 중심이 되는 논술이다. 그 과정 중의 하나가 제시문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일이다. 제시문에서 논증의 구조를 명확하게 분석할 수 있어야 필자의 주장을 반박하거나 찬성할 수 있는 것이다. 다음은 서울대학교 논술모의고사의 일부이다. 이것으로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기로 하자.

 ㈎

 미국의 건국 초창기 토마스 제퍼슨은 주민들이 그들의 문제를 주민회의(town meeting)에서 결정할 수 있는 직접 민주주의를 희망했지만, 자신의 생각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는 거리상의 문제와 제한된 의사소통이라는 두 가지 문제점 때문에 시민들의 의사결정을 대신할 대표를 선택하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오늘날에 토마스 제퍼슨이 살아있다면 그는 인터넷을 보고 좋아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주민회의와 직접적인 주민 참여를 기초로 한 민주주의의 이상향이 최근 현실화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인터넷을 통한 광범위하면서도 통제 받지 않는 쌍방향의 대화가 현실 정치의 중심이 될 것이다. ㉠수많은 정보가 제공됨으로써 ㉡어떤 조직이나 기관도 더 이상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차단하거나 ㉢의견 형성을 통제하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고 평등하게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 속에서 여론 지도자들이 도처에 생겨날 것이다. 이런 정보·통신 기술의 놀랄 만한 발달은 사실상의 ㉤직접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논제 2. 각 제시문의 핵심적 주장에 대한 반론을 제시하시오. (600자 이내)²

 2) (가), (나), (다)에 대한 반론이므로 (가) 하나만 반박한다면 200자가 된다.

 이 제시문의 논증구조를 파악해 보면 다음과 같다.

 ㉠ → ㉡+㉢→㉣→㉤

 이러한 논증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전제했을 때 이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서는 전제 자체를 공격하거나 전제와 주장의 연결을 공격하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은 반박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나 ㉢의 경우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과연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차단할 수 없을까? 아니다. 고급정보는 다양한 수단을 통하여 일반인들의 접촉을 규제하고, 저작권 등 권리라는 이름으로 통제되고 있다. ㉢도 마찬가지이다. 의견형성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것도 낙관론의 일부일 뿐이다. 왜냐 하면 잘못된 견해나 왜곡된 견해를 `자유'라는 이름을 인터넷상에 유포하는 것도 올바른 의견형성을 통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여론지도자가 나타날 수 있지만 그것이 올바른 여론을 만들어내는 지도자가 아니라 그릇된 여론을 만들어내는 지도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의 전제가 되는 ㉡, ㉢, ㉣을 반박하면 제시문 ㈎에 대한 반박이 될 수 있다.

 위와 같이 논술문을 작성하는 데는 논증구조를 분석하는 일이나 논증구조를 구성하는 일이나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된다.

 김영주(1318논술연구소 언어논술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