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논술아 놀자!

2006 03/20 뉴스메이커 667호

초등학생 논술교육 ‘기본기’부터 차근차근… 독서지도로 ‘독해력-사고력-표현력’ 키워야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정규 수업시작 전 독서를 하기 위해 책을 고르고 있다.


논술 교육도 초등학교 때부터다. ‘고등학교 때 잘해서 대학입학 논술시험에서 잘 치면 되지’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대처하다가는 큰코 다칠 수 있다. 현재 고등학교 2학년들이 대학입시를 치르는 2008년도 대학입시에서는 논술 시험이 일반 대학으로 대폭 확대된다. 박학천 논술연구소 윤성진 대표강사는 “현재 초등학생이 대학 입시 시험을 치르는 6∼10년 후에는 대학입시에서 논술 테스트가 지금보다 상당히 심화된 형태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했다. 토론고사, 에세이 테스트, 심층 인터뷰 발표 수업 등 여러 형태로 변형·심화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당장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교과과정의 시험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올해부터 중·고등학교 시험문제가 40% 이상 서술형으로 출제된다. 초등학교에도 서술형 시험이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서울의 일부 초등학교에서 서술형 시험을 실시하고 올해에는 더욱 확대됐다. 시도별로 도입 시기는 다르지만 논술의 사전 단계인 서술형이 초·중·고 시험에서도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일부 초등학교 서술형 시험 등장

어린이들이 독서를 하고 있다.
서술형은 객관식 답안이나 주관식 단답형과는 다르다. 기본적인 용어와 개념을 이해해야 정확한 답안을 쓸 수 있다. 서술형 문제는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쓰는 논술의 사전 단계. 논술보다는 간단하지만, 주어진 질문에 여러 개의 문장으로 설명해야 한다. 답을 찾는 공부가 아니라 답이 어떻게 나오는가를 설명하는 것이므로 초등학생에게 서술형 시험은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서술형 시험의 목적은 ‘서술할 만큼 이해했나’를 확인하는 데 있다. 박학천 논술연구소 윤 강사는 “가장 좋은 대비는 서술형 문제를 직접 풀어보는 것”이라면서 “학습 내용을 짧은 글이나마 스스로 정리하고 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나 교사가 단원의 주요 내용을 직접 써보라고 권하고 안내해 주어야 한다. 처음에는 어려워도 정직하게 글을 써봄으로써 서술형에 익숙해지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논술에 대한 초등학생의 대비는 어릴 때부터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박학천 논술연구소에서 초등논술 교재를 집필하고 있는 윤 강사는 단계별 교육방법을 제시했다.

“초등 1·2학년에서는 놀이 형식으로 부담없이 말과 글의 표현을 즐기는데 중점을 두고, 3·4학년에서는 조금 심화된 형태로 독서에서는 생각하며 읽기, 표현에서는 실제 자기 생각을 쓰는 데 중점을 둡니다. 마지막으로 5·6학년은 중·고등 교과학습 능력을 염두에 두고 어려운 글과 주제를 읽고 쓸 수 있도록 기초 능력을 길러주는데 중점을 둬야 합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 읽게 해야

어린이들이 논술지도를 받고 있다.
초등학생들에게는 연령에 맞는 독서가 필요하다. 아무 책이나 읽을 경우 글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근본적인 학습능력이 부족한 것도 이유가 되지만 책 읽은 버릇이나 경험이 쌓이지 않았기 때문. 윤 강사는 “당장 책의 내용을 파악하는데 욕심을 두기보다 좀 더 집중해서 읽을 수 있도록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읽게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책의 내용 파악이 독서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책의 내용파악은 중요한 능력이지만 훈련을 거쳐야만 길러진다. 이에 앞서 할 일은 아이가 책 자체를 즐기게 해주는 것이다. 재미 또는 반성·의문·즐김·거부감 등의 다양한 반응을 아이로부터 이끌어내는 것이 내용 이해를 유도하는 것보다 더 살아 있는 독서를 하게 한다.

물론 초등학생들이 읽은 책이 당장의 대입논술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서울시 교육청 자료에는 ‘마라톤 선수를 양성하는 것이 목적이라 하더라도 초등학교 시절부터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는 연습을 시키는 것은 옳은 것이 아니다’라는 비유를 제시해놓고 있다.

논술경시대회에 참여한 어린이들.


만화책도 장기적으로 도움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논술 실력에 버금가는 논술 지도서를 읽을 필요는 없다. 또한 논리를 키우는 책만 편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아이들이 즐겨 읽는 동화책이 논리적 사고를 테스트하는 논술에 맞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반면 홍 강사는 “동화책도 ‘내용 이해’ ‘인물의 행위’ ‘사건에 대한 반응’ ‘인물의 태도에 대한 공감과 비판’ ‘책의 교훈에 대한 이해와 자기 삶과의 연결’ 등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서 “서사구조에 대한 이해력도 기를 수 있어 당연히 논술 교육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인문·사회·과학 등의 초등학생용 도서 뿐만 아니라 만화책을 포함한 여러 책도 장기적으로 논술에 도움이 된다. 지식만 전달하는 책은 아이들에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홍 강사는 “지식을 암기시키는 방식의 책이나 그런 목적으로 만든 책은 만화책보다 더 해로운 것으로 오히려 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책을 읽는 과정에서 길러야 하는 아이의 생각을 죽이고 독서 자체를 ‘정답 익히기’로 변질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교육청은 초등 논술 자료를 통해 “문학·역사·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며 독해력을 키워야 하고, 비판적인 읽기를 통해 사고력을 증진시켜야 하며, 생활 속에서 올바른 대화기법을 익히고 교사와 부모와의 대화를 통해 표현력을 길러주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쓰기와 발표가 전적으로 중요한 것은 아니다. 쓰기와 발표를 통해 ‘심화이해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윤 강사는 “심화 이해력과 표현 훈련의 핵심은 ‘질문하고 반성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고력 훈련’을 통해서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가정에서 이렇게 도와줘라

▶초등학교 1·2학년 수준
- 읽기와 쓰기 보다는 주로 말하기에 비중을 둔다.
- 자유로운 생각에 대한 간단한 이유를 댄다
-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한다
- 다른 사람의 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유를 대며 말한다.
- 언제든지 궁금한 것에 대하여 자유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 아이 쪽에서 대화를 자연스럽게 하도록 부모 쪽에서 먼저 모델이 된다.
- 아이의 의견이 편견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허용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초등학교 3·4학년 수준
- 사물이나 사건에 대하여 의견을 말하게 한다.
- 자신과 다른 의견을 들을 때는 비교하기, 질문 만들기 등을 하면서 듣는다.
- 다른 의견에 대하여 감정적인 반응보다는 이유를 들어 자신의 의견을 밝힌다.
- 더 좋은 이유를 제시하기 위하여 책을 읽는다.
- 다양한 읽을 거리를 부모와 함께 읽고, 읽은 후 토론한다.
- 책을 읽은 후, 요점을 정리하여 말한다.
- 독서토론을 통해서 정확한 독해력을 향상시킨다.
- 문장에서 낱말의 배열 순서가 제대로 되었는지를 확인하면서 쓴다.
- 표현하고 싶은 내용이 문장으로 잘 됐는지 읽어보고 수정한다.

▶초등학교 5·6학년 수준
- 주장(생각,입장, 견해 + 이유, 까닭, 중심근거 + 설명, 보조 근거)을 펼친다.
- 가족끼리 토론한 내용을 정리하여 글로 쓴다.
- 자신의 주장과 다른 주장에 대한 근거를 스스로 만들어 본다.
- 쟁점이 무엇이며 상반되는 주장들의 장단점을 비교하여 글로 정리한다.
- 쟁점 해결을 위한 창의적인 대안 제시를 하고 글로 정리한다.
- 읽기의 핵심내용을 근거자료로 활용하여 글쓰기를 한다.
- 읽기를 통하여 스스로 문제를 제시하고 해결방안을 다양한 각도로 생각한다.
- 일상생활이나 가벼운 사회적인 문제에 대하여 주장을 글로 표현한다.
- 문장의 앞뒤가 논리적으로 맞는지를 스스로 검토해 본다.

<서울시 교육청 초등 논술 자료 ‘표현력 키우기’>


<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