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강화는 결국 본고사 부활” 2008년 입시안 반응 | 입력: 2006년 09월 22일 18:22:45 | | 서울지역 주요 대학의 2008학년도 입시안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학교생활기록부 성적 반영 비율이 50%대로 높아진 것에 대해서는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환영했다. 하지만 서울대에 이어 연세대, 고려대 등이 논술 반영 비율을 높이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학생부 비율을 높인다고 하지만, 학생부와 수능의 변별력이 약한 상황에서 논술 반영 비율을 높인다면 결국 본고사 부활이나 다름없다는 문제제기였다.
서울 경기고 교사 김지영씨는 “학교 내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며 “학생들의 사고력과 능력을 측정하는 데 논술을 활용하는 게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있고, 논술을 강화하면 본고사가 부활하는 셈이라는 비판도 있다”고 밝혔다.
서울 경복고 교사 이옥근씨(54)는 “학생부 비중을 높일 때는 학교 교육을 믿는 것 같아 환영했는데 논술 반영률을 높인다고 하니 답답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학교에서도 부랴부랴 논술 교재를 채택해 준비하려 하지만 역부족일 듯하다”고 토로했다. 학부모들은 사교육 심화 우려를 제기했다. 고등학교 2학년생을 자녀로 둔 주부 김희주씨(46)는 “날이 갈수록 아이들이 해야 하는 공부만 늘어간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 24시간이 모자란 아이들한테 내신, 수능도 모자라 아예 논술 과외를 받으라고 당국과 대학이 조장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또 다른 학부모 박선경씨(42·여)는 “이런 식으로 할거면 그냥 학원을 보내는 게 낫지 학교를 왜 보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예전에는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게 중요했는데, 이제는 나라에서 나서서 학원을 보내라고 등을 떠미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은 불안해 했다. 숭실고 자연계열 류재성군(18·고2)은 “수능과 내신만으로도 변별력이 있는데 논술이 필요한지 의문이 든다”며 “사교육이 더 늘어날 텐데 특별히 준비해 놓은 게 없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학교 정연진군(18·고2)은 “등급제만으로는 변별력이 없는데 논술로 개개인의 실력 차 판별이 쉬울 것 같다”고 긍정적 평가를 보였다.
교육단체인 ‘학벌없는 사회’는 22일 성명을 내 “대학들은 2008년 대입안에서 논술을 통해 학생들을 양분하고 있다”며 “10%는 결코 작은 수치가 아니며 실질반영률을 정하기에 따라 ‘망국의 논술 본고사’가 치러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논술 점수는 철저히 사교육에 투자한 액수에 비례하므로 결국 부모의 재산에 의해 변별되는 ‘교육 전장’에서 국민은 처절한 혈투를 벌이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철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 입시분석팀장은 “대학들이 우수 학생을 확보하겠다는 목표 아래 교육 현장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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