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광주비엔날레] 볼만한 작품들
'버릴 것 없는' 잡동사니 모아 中현대사 한눈에
'보디 옵푸스케터스' 모니터로 불상에 깃든 사유 관찰


독일 작가 토마스 바이얼레의 ‘사스(SARS) 형성물’. 중국과 아시아, 유럽 등지를 휩쓴 사스 공포를 시각화했다.

일본 작가 시하루 시오타의 ‘침묵 속에서’. 화재에 대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토대로 검게 탄 피아노와 의자 위로 검은 실을 거미줄처럼 쳐놓았다.

중국계 미국인 작가 장 후안의 ‘평화’. 작가 조상 8명의 이름이 새겨진 종을 작가의 몸을 뜬 브론즈 조각으로 쳐서 평화의 소리를 울린다.

이수경의 ‘번역된 도자기’. 도공이 가마에서 꺼내자마자 깨버린 백자 파편들을 수거해 울퉁불퉁 기괴한 모양으로 만들어낸 변형 도자기들이다.

광주비엔날레를 통해 ‘광주발 충격파’를 기대한 것에 비하면 이번 행사의 작품들은 조금은 미지근한 편이다. 하지만 찬찬히 둘러보면 오랫동안 발길을 붙잡거나 바짝 흥미를 당기게 하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번 광주비엔날레에서는 중국 작가 송동(40)의 ‘버릴 것 없는’과 한국계 미국인 마이클 주의 ‘보디 옵푸스케터스’가 대상 공동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버릴 것 없는’은 작가의 어머니가 30여 년간 모아온 다양한 물건들을 정리하고 분류해서 늘어놓은 대형 설치작품으로, 그 자체가 개인사의 요약이자 중국 현대사의 축약본이다. ‘보디 옵푸스케터스’는 불상(반가사유상)과 모니터 설치작품으로, 모니터로 불상의 여러 부분을 보여줌으로써 반가사유상에 깃든 사유를 공간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아시아 작가들은 자국의 기억을 여러 방식으로 드러내고 있다. 예컨대 라오스 출신인 봉 파오파니트의 ‘네온 라이스 필드’는 밭고랑 모양으로 길게 쌀을 쌓고 각 이랑의 골에 네온으로 선을 질러 세련된 추상 조형을 설치했다.

동서가 상호침투하는 지구촌의 오늘을 다루는 작품 가운데는 첨단 기술을 활용한 것들이 많다. 인공위성으로 세계에서 가장 푸른 하늘을 찾아내 실시간으로 사각 스크린에 보여주는 ‘가장 푸른 하늘’(리즈 아우토제나 & 조슈아 포트웨이)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전시장 안팎에서 등에 커다란 생수통을 매고 돌아다니는 흰옷 차림의 사람들을 보면 따라가보라. 그들은 하늘이 뻥 뚫린 감옥 같은 공간에서 열심히 물을 마신 뒤 빈 병에 소변을 담아서 빈틈없이 늘어놓는다. 코카콜라와 펩시의 생수병 2만6,000개를 보름 동안 설치하는 작업이 끝나면, 병 뚜껑이 그리는 베트남 국기의 노란 별이 성조기의 흰 별로 바뀐다. 글로벌기업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세계화 압력에 대한 시각적 저항이라고 하겠다.

냄새를 전시한 작가도 있다. 시셀 톨라스는 광주 남자들의 땀 냄새를 채집해서 ‘공포 5’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왜 공포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벽을 만지면 땀 냄새가 진동한다.

이밖에 검은 실을 거미줄처럼 쳐서 어두운 숲을 만들고 그 안에 피아노를 가둔 일본 작가 시하루 시오타의 ‘침묵 속에서’, 관객이 이마에 센서를 붙이고 의자에 앉으면 그의 뇌파에 따라 바닥 영상에서 연꽃이 피고 물고기가 헤엄치게 만든 중국 작가 슈만 린의 ‘내공’은 조용한 성찰의 시간을 제공하는 작품이다.


광주=오미환기자

입력시간 : 2006/09/08 1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