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
브라운관 속 세상의 설계사 "구성작가"

휴먼다큐멘터리 구성작가 이민영
'하루에 한 번이라도 TV를 안 보는 사람있으면 손들어보기!'라고 외쳤을 때, 당당하게 손을 드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아마도 거의 없을 듯 싶다. 아무리 바쁜 사람이라도 하다못해 밥먹는 시간에는 TV를 볼테니까.
웬만한 사람이라면 하루에 한 번 이상은 접하게 되는 브라운관 속 세상, 그 뒤에서는 프로듀서, 카메라맨, 코디네이터, 조명 등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다.
그들 중 누구 한 명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없겠는데, 그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바로 방송작가!
글좀 쓴다고 생각하는 청소년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봤을 방송작가의 세계를 알아보고자 초짜 방송작가 이민영 언니를 만나봤다.^^
방송작가는 크게 드라마작가와 구성작가로 나뉘는데, 간략한 설명을 해준다면?

쉽게 말해 드라마를 쓰는 작가를 드라마작가, 드라마 이외의 방송 프로그램은 구성작가로 보면 된다. 드라마 작가는 매년 방송사에서 이뤄지는 극본 공모를 통해 드라마 작가가 되며, 구성작가는 드라마 작가에 비해 공개 채용이 적은 편이다.
드라마 작가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한 극본을 쓰는 것에 반해 오락프로그램이나 시사·교양 프로그램, 시트콤, 라디오에서 일하는 작가들을 구성작가라고 하는데, 구성작가는 아이템 찾기에서부터 섭외, 자료조사, 대본 쓰기 등... 다양한 일을 한다.
방송작가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요건은?

문장력이 가장 중요하리라 생가할 수 있겠지만 의외로 문장력을 크게 요하지는 않는다. 쉽게 말해, 우리가 텔레비전을 시청 할 때 쉽게 와닿는 문장을 선호하지 어렵고 난해한 문장을 좋아하지는 않지 않는가? 그러면 바로 채널이 돌아가기 때문에... 문장력은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인 후에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여러 사람과의 공동작업이기에 원만한 인간관계가 중요하다. 또한 처음 2,3년 정도는 힘든 구성작가 생활을 버텨내야 하기 때문에 인내심도 매우 중요하다.

방송작가는 공채로 뽑는 경우가 드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일반적인 채용경로가 어떻게 되는지?

공채가 있긴 한데 정기적이지 않다. 방송사마다 2~5년마다 한 번씩 공채를 뽑는데 그 경쟁률 또한 만만치 않아 극소수에 불과하다. 방송 아카데미를 통해 채용되기도 하고 인맥을 통해 방송 일에 처음 발을 내딛기도 한다. 나 역시 대학교를 졸업하고 아카데미를 통해 채용된 경우이다.
전공이 문예창작인데, 방송작가들의 주된 전공이 있다면 무엇인가? 혹은 전공과 크게 상관이 없는가?

문창과나 국문과를 전공한 사람들이 구성작가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으나, 구성작가들의 주된 전공이 정해져 있지는 않다. 구성작가가 되어서 바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개인에 따라 2,3년 혹은 더 긴 시간 동안 자료조사나 스크립터로 일을 하기 때문에 전공은 전혀 상관이 없다.
아직 경력이 얼마 안 되는데, 그동안 일을 하면서 재미있었거나 힘들었던 점은?

아카데미를 수료하기 전에 취업이 되어 처음으로 한 프로그램이 휴먼다큐멘터리였다. 아카데미에 추천이 들어와서 서류를 제출하고, 서류에 통과하여 면접을 보고 바로 다음날 10시까지 출근을 했다. 산더미처럼 밀린 일을 하느라 출근한 다음날 오전 10시에야 퇴근을 했다. 그리고는 다시 오후 3시까지 출근을 했다. 갑자기 내리는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24시간만에 '대낮 퇴근'을 하는데, 비록 몸은 힘들었지만 그 뿌듯하고도 감격스러움이란... 구성작가 일을 하면서 그 첫 출근날의 기억을 평생 가슴에 묻어 둘 것이다.
구성작가는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밤샘작업도 일주일에 한두번은 기본이다. 이렇게 힘들게 만드는 만큼 내가 만든 프로그램이 방영되면 그 보람 또한 다른 일에 비해 배로 더 하다.
참고로 휴먼다큐멘터리는 사람 사는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는데, 처음으로 내가 맡았던 장애인 부부는 정상적인 아들 둘을 낳아 키우다가 사고로 큰아이가 죽고, 작은 아이가 말을 잃었다. 다시 셋째를 낳아 키우며 알콩달콩 사는 모습을 촬영했었는데 지난 달 넷째 아이가 태어나 아이를 보러 다녀왔다. 촬영 이후에도 취재원들과 계속해서 연락을 하고 지내며, 그들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성한 내 몸을 지니고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한다.
방송작가의 경우 개인의 능력에 따라 수입이 천차만별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경력에 따른 대략적인 수입은?

구성작가의 경우 수입은 거의 주당 계산한다. 한 주에 방송이 몇 번 나가느냐, 몇 분 짜리 방송이냐에 따라 수입이 천차만별이다. 또한 자료조사, 막내작가, 서브작가, 매인작가 순으로 수입도 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 황금시간대의 프로그램 매인작가의 경우 주당 100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린다고 알고 있다.

보조 작가부터 시작해서 메인 작가가 되기까지의 기간은 대략 어느 정도인지?

대부분 구성작가의 경우 자료조사나 스크립터 생활을 2년 이상(개인의 능력에 따라 1년 미만도 있음)하고, 막내작가에서 서브작가, 메인작가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각각의 기간이 정해진 것은 아니고 상황에 따라, 개인의 능력에 따라 단축되기도 하고 연장되기도 한다. 그 순서도 마찬가지로 막내에서 바로 메인작가가 되기도 하고, 자료조사에서 바로 서브작가가 되기도 한다. 프로그램의 성격상 다소 차이가 있다.
앞으로 계획중인 프로그램이 있다면?

아직 경력이 오래 쌓인 구성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장르는 있지만, 어느 장르가 나에게 가장 잘 맞는지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좀 더 나에 대해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사 프로그램이나 정보 프로그램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내가 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프로그램의 스크롤(프로그램 마지막에 올라가는 제작진의 이름 자막)에 내 이름을 올리고 싶은 게 앞으로의 계획이다.

끝으로 방송작가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격려의 한 마디를 해준다면?

구성작가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도전해 볼만한 일이다. 방송국에 소속된 것이 아니라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자유롭게 자신의 능력을 맘껏 펼쳐 볼 수도 있다.
지금 구성작가를 꿈꾸고 있다면, 다양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또한 무심히 보아 넘기기보다는 자신의 시각을 가지고 비판적으로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 전반적인 분야에 호기심을 갖고, 관심을 갖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인터뷰 내용을 읽어봐서 알겠지만 방송작가의 길에 입문하더라도 실력을 인정받기까지는 1-2년 정도의 밑바닥(?) 생활을 각오해야 할 것 같아. 하지만 '인내는 쓰지만 열매는 달코하다'라는 말이 있듯이 그 시간을 견뎌낸다면 차츰 방송작가로서 능력을 인정 받게되고, 프로그램 끝의 자막에 이름이 올라가는 황홀한 성취감도 맛볼 수 있겠지?
화려한 쇼프로 혹은 가슴 찡한 다큐멘터리 제작에 이름 석자를 당당히 올리고 싶다면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도전해보자고!
2005.04.26 11:37 입력 / 2005.10.14 09:46 수정 / 조회 1,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