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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90년대 '노동해방' 투쟁에서 21세기 들어 '나눔과 평화' 운동으로 돌아선 박노해 시인이 <오마이뉴스>에 레바논 사태를 고발하고 '레바논 살리기'에 동참을 호소하는 시(詩)를 보내왔다. 박 시인은 지난해 7월에도 분쟁지역 취재의 일환으로 레바논의 팔레스타인 난민촌을 다녀왔다. 그는 당시 레바논의 팔레스타인 난민촌에서 만나 대화를 나눈 활동가들과 아이들의 생사를 전화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고통스런 시를 쓰게 되었다고 전해 왔다. 그의 시를 몇 차례에 걸쳐 나누어 싣는다.<편집자 주> |
나 거기 서 있다 몸의 중심은 심장이 아니다 몸이 아플 때 아픈 곳이 중심이 된다 가족의 중심은 아빠가 아니다 아픈 사람이 가족의 중심이 된다 총구 앞에 인간의 존엄성이 짓밟히고 양심과 정의와 아이들이 학살되는 곳 이 순간 그곳이 세계의 중심이다 아 레바논이여! 팔레스타인이여! 홀로 화염 속에 떨고 있는 너 국경과 종교와 인종을 넘어 피에 젖은 그대 곁에 지금 나 여기 서 있다 지금 나 거기 서 있다 아이들도 꿈도 사라진 그 곳엔 폭탄의 저주만
그칠 줄 모르고 폭탄이 떨어집니다. 온몸이 피에 젖은 레바논의 통곡 앞에. 어제서야 레바논 친구들과 전화 통화가 이루어졌습니다. 자기는 아직 살아있다고. 레바논은 지금 숨이 죽어가고 있다고. 가족과 친구들 시신도 찾을 수 없고 찾아도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상태라고. 사상자 절반이 아이들이고 관도 없어 맨 땅에 그냥 묻고 있다고. 레바논에는 이제 아이들도 없고, 꿈도 없고 감정도 없고 사랑도 없고, 끝없는 폭탄 덩어리의 저주뿐이라고. 그러면서 그 의지 강한 사람이 흐느끼기 시작했습니다. 폭음 이후의 적막, 베이루트의 적막, 강력한 폭탄보다 더 무서운 적막에 숨을 쉴 수 없다고. "샤일 박(박 시인)이 예뻐하던 아이들도 폭격을 피할 수 없었어요. 그래도 샤리아, 무함마드, 자이납은 아직 살아있어요. 임시 난민캠프로 옮겨진 아이들이 말했어요. '샤일 박은 우리를 잊지 않고 있을까요?' 여기 레바논엔 지금 아무도 없는 것만 같아요. 지금 이 지구에는 아무도 없는 것만 같아요. 우릴 지켜보고, 귀 기울이고, 말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아무도…. 아이들 분유와 먹을 것이 필요해요. 약품도 식수도 공책도 볼펜도. 지금 여긴 아무것도 아무것도…. 우릴 잊지 말아주세요. 우릴 지켜봐 주시고, 우리와 함께 느껴주시고, 그리고 말해주세요…." "이 지구에 아무도 없는 것만 같아요"
지금 레바논 사람들에겐 우리의 눈과 귀와 입이 필요합니다.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다들 바쁘고 힘드시겠지만, 외부와 고립되고 포위되어 이스라엘의 첨단 미사일과 폭탄에 죽어가고 있는 저 고독한 사람들과 함께해 주십시오. 대학생 나눔문화와 나눔문화 연구원들은 '레바논에 평화를' 광화문 거리 캠페인에 나서고 있습니다. 길가던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묻고 격려하고 눈물 흘리고 분노하며 레바논 난민들에게 전해달라고 기부도 하고 서명도 하면서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살아 있고, 선함과 의로움은 살아있고, 우리의 미약한 몸부림이 헛되지 않음을 새삼 느낍니다. 우리 개인 개인은 미약하기 그지없고 평화는 어린 올리브나무처럼 연약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자기 안의 선함과 의로움을 함께 모아낸다면 세계는 조금씩 더 좋은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레바논의 아픔과 슬픔을 함께 나눠 주십시오. 2006년 7월 31일 새벽 박노해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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