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엄마를 당황하게 만드는 독후감 숙제, 한방에 끝내기

초등학교 입학하는 건 아이가 아니라 엄마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아이들의 입학과 함께 엄마가 챙겨야 할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날이면 날마다 고민에 빠지게 만드는 갖가지 과제들이 끊이지 않는데, 그 중에서도 난감한 과제는 단연코 독후감일 것이다. 아이의 생각과 느낌을 잘 살린 독후감 쓰기의 비결을 알아본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는 진부한 말을 하지 않더라도 책읽기가 아이들의 학습과 학교생활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서 독후감을 써오라고 하면 차원이 달라진다. 뭐라고 쓸까? 뭐가 좋았다고 해야 될까?

머리는 복잡해지고 무슨 내용을 써야 할지 머릿속이 하얘진다. 엄마도 분명히 학교 다니면서 수십 편의 독후감을 써봤는데 아이의 독후감 숙제를 도와주려고 하면 난감해지기는 마찬가지. 아이에게 책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를 물어봐도 그냥 ‘재미있었어’라는 한마디로 달랑 끝나버리면 아이의 생각을 확장시켜줄 방법도 잘 모르겠고 엄마는 벽에 부딪히게 된다.

이쯤 되면 엄마들은 아이한테 맡겨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독후감 숙제를 놔두느니 얼른 도와줘서 끝내버리자 싶어진다. 처음부터 아이 숙제를 대신 해주려던 엄마들은 없겠지만, 한두 번 도와주다 보면 아이 독후감을 엄마가 해주는 기현상이 생긴다. 엄마가 쓴 독후감은 아이가 쓴 것보다 그럴듯하지만 안타깝게도 담임선생님께 제출한 엄마표 숙제는 다 티가 난다.

아이가 서툴게 쓴 자기 생각과 엄마가 써준 내용은 같을 수가 없는 것이다. 책을 읽고 자기 생각을 써 내려가야 하는 아이나 옆에서 아이의 독후감 쓰기를 도와주는 엄마 모두에게 독후감 과제가 까다롭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글쓰기에 체계적으로 접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독후감을 쓰는 목적?
초등학생은 물론이고 이제는 독후감과는 영영 이별이라고 믿었던 대학생 시절까지 줄기차게 따라다니는 것이 독후감 숙제다. 대학생이 무슨 독후감이나고? 대학생에게는 독후감이라는 말이 단지 ‘리포트’나 ‘논문’으로 바뀔 뿐이다. 책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고 자기 생각을 몇 줄 쓴다고 해서 잘 쓴 독후감, 잘 쓴 리포트라는 평가를 받을 수 없다. 지금 당장이야 학교에서 과제로 내준 책 한 권을 읽고 독후감 한 편을 쓰는 것이 문제지만, 장기적으로 살펴본다면 아이가 평생 해나가야 할 글쓰기의 틀을 잡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독후감은 아이가 앞으로 계속 제출해야 하는 각종 글쓰기 과제의 한 가지일 뿐이다. 독후감을 잘 쓰는 아이라면, 학교에서 쓰는 과학 실험 보고서, 수필대회, 더 나아가서 논술까지 다 잘 쓸 수 있다. 독후감은 물론이고 여러 가지 글쓰기의 기본은 글의 뼈대를 맞추는 일인데, 이 능력이 좋아진다면 다른 종류의 글쓰기도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저학년 아이를 둔 엄마들은 아이가 글을 쓰기는 쓰는데 겨우 2, 3개 문장뿐이라고 걱정이 많다. 하지만 1, 2학년 아이 중에서 공책의 절반 이상을 넘기는 독후감을 쓰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 무조건 긴 독후감이 좋은 독후감이 아니며, 단 2문장을 쓰더라도 자기 생각과 느낌을 솔직하게 담은 글, 엄마의 생각이 아니라 자기 말을 옮겨 쓴 글이 좋은 독후감이다.

독후감의 제1단계, 잘 읽기!
독후감을 잘 쓰려면 일단 책부터 잘 읽어야 한다.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제대로 잘 읽지도 않고서 아이의 생각이 정리될 수는 없다. 우선 아이 수준에 맞는 책을 선택한다. 만약 학교에서 내준 추천 도서목록이 있다면 이 중에서 가장 읽고 싶은 책을 고른다. 독후감을 쉽게 잘 쓰려면 책을 읽을 때부터 제대로 잘 읽어야 한다.

재미있는 부분에 줄을 치거나 표시를 해두거나 자기 생각을 간단히 적어놓으면 다 읽고 나서 내용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줄거리를 따라서 빨리 읽으려고만 하지 말고, 속도가 조금 느리더라도 내용을 이해하면서 읽어야 한다. 하나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생기는 일들의 원인, 결과에도 신경 쓰면서 읽는다.

독후감을 쓰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점, 새롭게 알게 된 점을 찾아내고 이를 중점적으로 쓰는 것이다. 저학년 아이들에게도 이 점은 똑같이 적용된다. 저학년 아이들의 독후감은 분량을 너무 의식하지 말고, 아이가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점이나 느낀 점 위주로 적게 한다. 저학년 아이들은 아직 자기 관점과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하기 어렵다.

엄마들은 교과서에 실려 있는 정도의 글을 아이가 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아이들이 읽어서 이해하는 수준과 직접 쓰는 글의 수준은 같지 않다. 이것은 우리 아이가 사고력이 부족하거나 표현력이 떨어져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글쓰기는 체계적인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여 늦게 발달하기 때문이다. 엄마가 읽어봐서 감동적이고 논리적인 독후감이 안 나온다고 아이들을 닦달해서 될 일도 아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줄거리와 인물 중심으로

아직 독후감의 틀이 잡혀 있지 않은 저학년 아이에게는 짧은 형식의 메모나 노트 형식을 빌려서 짧게 기록하는 스타일이 적당하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 줄거리를 자기 관점으로 정리할 수 있다. 줄거리 위주의 독후감은 벗어나야 할 틀인 것은 맞지만 첫 시작으로 그리 나쁜 것은 아니다.

책의 줄거리, 기억나는 말이나 내용, 문장 같은 것을 그대로 옮겨 적고, 왜 그 내용이 기억나는지, 인상 깊었는지를 솔직하게 쓰면 된다. 더 나아가서 책에 나온 주인공의 성격, 주인공 이외에 자기 마음에 들었던 인물이나 바꾸고 싶었던 점 등을 생각해본다.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나서 새롭게 안 것 또는 반대로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이나 궁금한 점 등을 적어보는 것도 좋다. 무슨 주제가 되었든지 간에 인상 깊었던 것, 가장 궁금했던 것이나 말하고 싶은 점을 짧게 적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의견을 쓴다는 일은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아주 부담스러운 일이다. 이런 글쓰기의 부담을 줄여주어야 독후감 쓰는 일이 지겹지 않다. 또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엄마는 옆에서 독후감을 쓰는 아이를 보조적으로 도울 뿐이지, 엄마의 생각과 의견을 받아 적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것.
분명히 1, 2학년 초등학생이 쓴 독후감과 엄마가 옆에서 불러준 독후감은 차이가 난다. 당장은 독후감 쓰는 아이의 고생을 덜어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아이나 엄마 모두에게 도움이 안 된다. 능력이 모자라는 아이가 아닌 다음에야 받아쓰기 연습은 학교에서 선생님과 정해진 시간에만 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인상 깊은 점 위주로 쓴 독후감은 문장연결이 부드럽지 않거나, 내용이 서로 맞지 않는다거나 일관된 흐름을 보여주지 못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처음부터 완벽한 독후감을 쓰겠다고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 처음에는 너무 짧고 주제가 정리되어 있지 않고, 산만하게 느껴지지만 글을 쓰면 쓸수록 자기가 말하려고 하는 내용을 정리할 수 있는 요령과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알|아|두|세|요
독후감 쓰기에 좋은 추천 도서

가장 좋은 책은 아이가 읽고 싶어하는 책이지만,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된다면 전문가가 추천해주는 책을 골라보자.

저학년
강아지 똥(권정생 저, 길벗어린이) 아무 쓸모없이 버려진 존재라도 소중한 생명을 탄생시킨다는 내용. 아이들이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소박하면서도 정감 가는 그림과 함께 잔잔한 감동을 주는 이야기.

나쁜 어린이표(황선미 저, 웅진닷컴) 초등학교 3학년 건우는 특별히 잘못한 일도 없는데, 자꾸만 선생님이 주는 나쁜 어린이표 스티커를 받는다. 선생님의 오해로 점점 스티커가 많아지자, 건우도 선생님에게 몰래 나쁜 선생님표 스티커를 붙인다. 교실에서 일어날 법한 선생님과 아이들의 이야기가 숨쉬는 책.

북한 어린이들은 어떤 놀이를 할까(이상배, 최진이 공저/ 파랑새) 독후감은 무조건 소설을 읽어야 한다는 선입견이 있지는 않은지. 가장 가까우면서도 모르는 것투성이인 북한과 특히 북한 어린이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책. 우리의 전통놀이나 부모님들이 했던 놀이와 비교해보며 읽으면 재미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로알드 달, 시공주니어) 미국 아이들에게 거의 고전이나 다름없는 유명 동화의 한국판. 찰리와 찰리네 가족은 유명한 초콜릿 공장의 황금초대장을 받는다. 평소에 먹지 못하던 초콜릿을 평생 먹을 수 있는 행운을 얻은 찰리는 꿈에 그리던 윙카의 초콜릿 공장을 찾고 갖가지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고학년
그냥 갈까, 아니 아니 손잡고 가자(이미애 저, 푸른책들) 부모님의 이혼과 재혼 문제를 아이들 시각에서 다룬 따뜻한 가족 이야기를 담았다.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한 부모님과 낯선 동생을 맞아야 하는 주인공 단아의 복잡하면서도 순수한 심정을 따라가다 보면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과학을 꿀꺽해버린 동화(홍윤희 외, 대교출판) 2학년 단위로 저학년 및 고학년용으로 고르게 나와 있어 선택의 폭이 넓은 책. 산과 염기성부터 물리 기초, 우주 및 에너지 원리까지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 원리를 이야기와 접목시켜 재미있게 풀어썼다. 학교에서 배우는 실험실습과 연관시켜 이해하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

너도 하늘말나리야(이금이 저, 푸른책들) 사춘기에 접어든 주인공 미르, 소희, 바우의 성장기. 문장이 섬세하고 감각적이어서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여자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야기다. 이혼한 엄마를 따라 시골로 이사 온 주인공 미르가 저마다의 상처를 가진 두 친구를 만나면서 성숙해진다는 내용.

여성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