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고교생들을 미치게 하는가
2006-03-29ⓒ 한겨레 (http://www.hani.co.kr)사설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는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급격히 유포되고 있다. 검색 건수가 하루 1만여 건에 이른다. 내용은 2008년부터 적용되는 새 대입제도 비판이다. 정부?전교조?학원?대학의 힘겨루기 속에서 내신-수능-대학별고사가 완벽한 균형을 이뤄, 학교에선 내신 경쟁, 학원에선 수능과 논술 준비로 교교생들을 ‘미치게 만들고 있다’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지난해 발표 당시, 일부 고교생이 반대 시위를 하며 제기했던 내용과 비슷하다. 그러나 정서적 호소력은 훨씬 강력하다. “친구를 짓밟고 적으로 만드는 것이 창의적 인재인가”라는 반문에선 섬뜩함마저 느껴진다. 그래서 예민한 학생들의 극단적 행동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그러나 동영상은 분노만 자극할 뿐 ‘죽음의 균형’을 초래한 원인을 꼼꼼히 따지진 않는다. 새 제도는 대입시에 고교 3년간 내신 성적을 최대한 많이 반영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수능 성적을 등급화해 반영비율을 낮추게 했고, 논술이 본고사로 변질되는 것을 막겠다고 했다. 학교 교육을 중시하고 사교육을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니 방향은 맞다.

문제는 주요 대학들이다. 이들 대학은 내신의 실질 반영률을 오히려 더 낮추고, 대학별 고사의 반영 비중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기존의 대학 서열화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느 장단에 춤추라는 것인가. 등 터지는 건 학생이다. 강화되는 내신과 본고사 두루 대비해야 한다.

대학 서열화는 학벌사회의 근본 원인이 되고, 고교와 학생을 성적순으로 줄세우도록 유도한다. 공교육의 몰락과 사교육의 창궐은 피할 수 없다. 이런 구조에선 문제풀이 기능인만 양성하지 창조적 인재를 육성하지 못한다.

목표가 올바르다면 관철해야 한다. 우왕좌왕하며 갈등만 일으킨다면, 아예 제시하지 않으니만 못하다. 정부는 더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해, 고교 생활의 결과물이 대학 입학의 중심이 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학생 평가권을 고교가 실질적으로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 엉뚱한 논란만 부르는 실업고 출신의 대학 특례입학 확대를 거론할 때가 아니다. 부동산 문제가 화급하다지만, 투기 잡겠다고 검증 안 된 학군 개편을 동원해서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