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거수 은행나무

  

유영주


길가에 핀 냉이가 꽃대를 올리기 시작했다.

교문을 나선 고은이는 안개꽃처럼 하얗게 핀 냉이를 조심조심 피해 걸었다. 떨어진 벚꽃 잎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나부꼈다.

저만치 마을 어귀에 은행나무가 보였다. 어른 여럿이 둘러 안아야 될 만큼 오래 산 노거수였다. 은행나무 앞에 선 고은이가 고개를 젖혀 들었다.

‘학교 앞 은행나무 잎은 벌써 나왔는데.’

굵은 둥치를 몇 바퀴나 돌며 살폈지만 새 잎은 보이지 않았다. 구멍 난 둥치 위로 보이는 거라곤 잔가지들만 삐쭉빼쭉 나 있었다.

목도 아프고 눈도 가물거리던 고은이를 꽃향기 품은 봄바람이 어루만져 주었다. 고은이는 새잎을 찾다말고 아름드리 은행나무를 끌어안았다. 속은 다 썩고 새잎마저 틔우지 못하는 은행나무가 안쓰러웠다. 저처럼 말을 할 수 없는 나무라 더 마음이 갔다.

‘넌 어디가 아픈 거니? 내게 털어놓으면 좋을 텐데.’

고은이는 은행나무에 살며시 귀를 대어 보았다. 등 뒤로 쏟아지는 봄 햇살이 따스했다.

‘걱정하지 마. 아빠가 널 꼭 살려낼 거야, 힘내.’

아빠는 아픈 나무를 치료하고 살려내는 나무병원의 의사다. 가로수나 공원에 있는 나무도 온갖 병을 앓는다. 나무들은 몇 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 동안 뒤뜰에 입원했다가 아빠의 치료를 받고 나간다. 그런데 도심 공해가 날로 심해지면서 입원하는 나무환자들도 점점 늘어났다.

집안까지 나무들이 자리를 차지하자 아빠는 살던 도시에서 청석마을로 병원을 옮긴 것이다.

고은이가 초록색 병원 문을 열었다.

“네, 후박나무 잎이 까맣게 타는 거 같다구요?”

아빠는 현미경을 들여다보면서 통화 중이었다.

“네에, 뿌리 쪽에서 양분이나 수분을 빨아올릴 힘이 없군요. 가지를 좀 잘라주시고 영양제를 주면서 지켜보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고은이가 아빠 등을 톡톡 건드렸다.

‘다녀왔습니다.’

“어, 고은이 왔구나. 아빠 조금 있다 올라갈 게. 할머니한테 가봐.”

현미경에서 눈을 뗀 아빠가 소곤거리곤 이내 전화기를 귀에 갖다 댔다.

시골에 온 이유 중에는 병원에 있는 엄마를 대신할 할머니가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2층 현관으로 들어서는 고은이를 보자마자 할머니가 달려와 물었다.

“고은아, 오늘은 할,머,니~ 하고 좀 불러보련? 하알, 머, 니이.”

매번 물어도 할머니 얼굴엔 절절함이 가득했다.

‘하알 머 니.’

소리 없이 입모양만 따라 짓는 고은이도 맘이 아렸다. 할머니의 긴 한숨이 거실 바닥을 끌었다.

“에휴, 복 없는 것. 영험 좋다는 은행나무도 죽어간다는데 이제 어디다 원을 빌꼬. 그날만 아녔어두 우리 고은이, 남다를 것이 없을 것인디…….”

할머니가 눈물을 훔치며 돌아섰다.

“심리치료센턴가 뭔가, 차차 말문이 트일 거라더니 사 년이 가도 맹 그대로여. 남 속 터지는 줄도 모르고 마냥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하니 어이구.”

TV에 눈을 두고도 고은이 귀에는 할머니 말만 잘 들렸다. 좋아하는 동물다큐 화면 속에 할머니가 말한 그날이 겹쳐 보였다.

다섯 살 무렵 엄마와 택시를 타고 아빠에게 가던 길이었다. 갑자기 차가 급하게 서며 ‘쿵’ 하고 부딪혔다. 눈을 떠보니 엄마가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 핏물과 머리카락이 뒤엉킨 엄마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그 뒤로 고은이는 말을 할 수 없었고 엄마는 병원침대에 잠자듯 누워 지낸다.

“고은아, 아빠, 저녁 먹게 올라오시라 해라.”

고은이가 막 1층으로 내려갔을 때 아빠가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전화기를 놓는 아빠 손에 힘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언젠가 산림담당 아저씨가 찾아와 하던 말이 생각났다.

“저 은행나무, 나이가 칠백 년이 넘는 귀한 보호수예요. 각별히 신경 써 주셔야 합니다.”

아빠가 멍하니 밥숟가락만 쳐다보자 할머니가 걱정스레 물었다.

“은행나무가 좀처럼 깨어나질 않네요.”

고은이는 그날따라 밤이 늦도록 잠이 오지 않았다.

아빠는 여태 다 죽어가는 나무도 결코 포기하는 법이 없었다. 뿌리를 자르거나 한쪽 몸통을 도려내는 큰 수술을 해서라도 기어이 살려냈다.

전에 은행나무를 치료하러 가는 아빠를 따라나선 적이 있었다.

고은이는 그때 은행나무를 처음 안아보았다. 가만히 눈을 감고 있는데 머릿속이 뱅뱅 돌면서 깜깜한 어둠속으로 빨려 드는 기분이 들었다.

사방이 깜깜한 곳에 고은이는 혼자 서 있었다. 어느 순간 노랗게 빛나는 구름이 몽실몽실 피어오르더니 고은이를 살며시 에워쌌다. 마치 다치기 전 엄마가 안아줬을 때처럼 포근했다. 눈을 떴을 땐 빈 껍질뿐인 고은이 마음까지 꽉 찬 것 같았다.

어느새 고은이 눈꺼풀이 내려왔다.

꿈속에 은행나무가 나왔다. 은행나무는 무성한 잎으로 둘러싸여 초록거인처럼 보였다. 무성한 잎 사이로 초록거인의 눈이 깜빡이는 데 꼭 엄마를 닮아 있었다.

엄마를 닮은 초록거인은 고은이를 나무꼭대기까지 들어올렸다. 파란 드레스를 입은 고은이가 은행나무 여신이 되어 산과 강을 마음껏 누비고 다녔다.

멋진 꿈을 꾸고 나서인지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다. 꿈속처럼 금방이라도 은행나무가 초록 잎을 쏙쏙 내밀 것만 같았다.

학교 수업을 마치자마자 은행나무쪽으로 달렸다. 노란 꽃다지와 눈을 맞추며 가는데 같은 반 철규가 앞에 보였다.

철규는 은행나무를 힐끔 보더니 가던 걸음을 멈추었다. 돌멩이를 집어 든 철규가 은행나무를 향해 던지기 시작했다. 한번, 또 한 번. 그 다음부터는 손에 잡히는 대로 돌멩이를 마구 던졌다.

고은이가 두 주먹을 파르르 떨었다. 와락 달려가 철규의 등을 냅다 떠밀었다. 앞으로 넘어질 뻔하던 철규가 용수철 튕기듯 다시 일어났다.

“야, 왜 미는데? 미쳤나 이게!”

덤벼드는 철규 가슴에 고은이 두 주먹이 내리꽂혔다.

‘은행나무 아프단 말이야, 아프다구!’

“죽은 나문데 뭐 어때서 그래? 이 나무가 니꺼냐?”

그 소리와 함께 철규 주먹이 맵게 날아왔다. 머리에 한 방 맞은 고은이도 철규 얼굴을 때렸다. 분을 이기지 못해 정강이까지 힘껏 발로 찼다.

심리치료선생님의 권유로 태권도를 배운 고은이가 한 수 위였다. 결국 철규 코에서 피가 흘렀다.

“에이씨, 야, 왜 때려, 니가 뭔데 날 때리냐고오, 엉! 으으흑, 으앙!”

제 손에 묻은 피를 보자 철규가 울면서 뛰어갔다. 고은이는 숨을 고르면서 철규 뒷머리를 노려보았다.

‘나쁜 자식.’

고은이는 돌에 맞은 은행나무 둥치를 어루만졌다.

‘은행나무야, 미안해. 내가 대신 사과할 게.’

조용하기로 소문난 고은이지만 아무렇지 않게 나무를 꺾거나 발로 차는 사람을 보면 눈에 불이 난다. 그런 일로 다른 반 아이들과 싸움 날 뻔한 적도 많았다.

고은이는 다른 날보다 은행나무 옆에 좀 더 오래 있었다. 숙제를 하고 나니 해질녘이 다 되어 집에 도착했다.

아빠가 이마에 난 상처를 보고 어찌된 일이냐며 놀라 물었다.

고은이는 손과 발짓을 보이며 털어놓았다. 저 아래 은행나무에게 돌 매질하는 반 아이를 혼내주고 왔다고.

그때 철규 손을 잡은 아주머니가 벌컥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니 여자애 교육을 어떻게 시키길래 우리 아들을 이렇게 해놔요? 네?”

철규 엄마가 씩씩대며 아빠를 쏘아붙였다.

“아이쿠, 우리 고은이가 이랬니? 많이 아프겠구나. 죄송합니다.”

아빠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이층에서 내려온 할머니도 연신 고개를 숙였다.

“아이고, 철규 엄마 미안허이. 우리 고은이가 제 뜻을 말로 하면 좋으련만. 정말 미안하게 됐수. 뭐 하구 섰니, 얼른 사과드리지 않구서는.”

할머니가 고은이 어깨를 부여잡고 억지 인사를 시켰다. 고개를 숙였다 일어서면서 고은이와 철규 눈이 딱 마주쳤다.

‘또 그러면 가만 안둔다!’

고은이가 어른들 몰래 주먹으로 손바닥 내려치는 시늉을 했다.

“한번만 더 우리 철규 건드리면 학교에 말해서 전학 시킬 테니 그리 아세요.”

아주머니가 돌아가자 할머니가 소독약을 발라주었다. 고은이 이마에서 거품이 뽀글뽀글 일었다.

“차라리 속 시원히 말을 하던가, 남의 집 귀한 자식을 그렇게 쥐어 패면 어떻게 해? 안되면 글이라도 써서 보였어야지.”

할머니의 꾸지람 섞인 잔소리는 아빠가 식탁에 앉고서야 그쳤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아빠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면 안 되는 거 알지?”

고은이는 목구멍에 걸린 밥덩이를 억지로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들기 전 일기를 쓰는데 거실에서 할머니 말소리가 들려왔다.

"철규 애비가 몇 달째 안 보이는 게 완전히 갈라섰나 부더라. 철규가 지 애비 돌아오길 은행나무 앞에서 몰래 비는 걸 봤다. 원망이 많았던 게지, 지 소원도 안 들어주고 저래 죽는 걸 보니.“

할머니 말에 고은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런 줄도 모르고…….’

요즘 들어 철규 얼굴이 그늘져 보였던 게 이유가 있었다. 조심스레 쪽지를 썼다.

‘어제 일은 미안했어. 진심으로 사과할 게. 근데 그 은행나무 아직 안 죽었어, 우리 아빠가 꼭 살려낼 테니까 지켜봐. 그럼, 네 소원도 이루어 질 거야.’

고은이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쪽지를 들고 집을 나섰다.

무슨 일인지 은행나무 앞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가까이 가 보니 사람들이 굳은 얼굴로 절을 하고 있었다. 나무를 돌보는 아저씨들도 뒤에 서 있었다.

아저씨들이 절을 마치자마자 트럭에서 전기톱을 들고 왔다.

“자, 자, 고사로 판명이 났으니 빨리 해치웁시다.”

고은이 눈이 커지고 가슴이 벌렁벌렁 뛰었다.

‘설마, 아빠가?’

귀를 찢는 듯한 전기톱 소리에 고은이는 놀라 주저앉고 말았다. 은행나무를 향해 다가서는 아저씨 다리를 앉은 채로 붙들었다. 전기톱을 든 아저씨가 작동스위치를 끄면서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너희 아빠가 시킨 일이야. 방해하지 말고 얼른 비키거라.”

고은이는 세찬 도리질을 하면서도 껴안은 두 팔을 풀지 않았다.

‘뭔가 잘못 아셨을 거예요, 우리 아빠가 그럴 리 없단 말이에요!’

아저씨가 붙들린 다리를 흔들어 댔다. 고은이는 빠져나가려는 아저씨 다리를 이빨로 물어버렸다.

“아악! 안되겠군. 누가 애 좀 들쳐 업어요.”

그때 막 도착한 아빠가 고은이를 일으켜 세웠다.

“고은아, 미안하구나. 은행나무가 너무 늙어서 살릴 방도가 없었어.”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고은이는 아빠를 뿌리치고 은행나무를 부둥켜안았다. 부르쥔 손끝에 미어져라 힘이 갔다.

‘넌 엄마처럼 잠을 자고 있는 거야. 그렇지 응? 죽은 거 아니잖아!’

북받치는 울음이 목에서 가슴 한 곳으로 모여들었다.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되어 흘러내렸고 그럴수록 가슴은 더 아팠다. 고은이는 제 가슴에 주먹질을 하며 꺽꺽 댔다. 마침내 작은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으으으....엉.”

알 수 없는 말소리까지 섞인 울음소리는 고은이 입에서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아빠가 눈을 껌뻑이며 고은이를 내려다보았다. 어느새 아빠 얼굴에도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그때였다.

“저기 좀 보세요!”

철규가 은행나무 둥치에 난 구멍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구멍 근처에서 짙푸른 새 한 마리가 날갯짓을 하며 날아갔다. 뒤 따라 또 한 마리의 새가 구멍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누군가 소리쳤다.

“파랑새다!”

파랑새가 은행나무에 둥지를 튼 게 틀림없었다. 아빠가 인부들을 불러 모았다.

“파랑새가 새끼를 치고 갈 때까지 나무를 베는 건 연기하는 게 좋겠어요.”

굳어 있던 사람들이 그제야 환하게 웃으며 손뼉을 쳤다.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이 우듬지 가지를 흔들고 갔다. 땅 위로 솟은 뿌리 옹이에서 작은 잎 하나가 보일 듯 말 듯 올라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