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쳐서 머물다: 남해돌창고 프로젝트 대정돌창고

김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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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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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즈건축사사무소

​인쇄소와 철물점에 에스프레소 머신이 들어선다. 원래 마감이 필요없던 건물의 거칠고 황량한 모습 그대로, 프랜차이즈 커피숍에 가기에는 어쩐지 마뜩찮은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제각기 다른 이름과 내부 공간을 뽐내는 가게들이 물밀듯이 들어와 조용하던 동네를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바꾸고 지나간다. 국내에 이런 현상이 생긴 지 몇 년 되었다. 그런데 애초에 사람을 모으기 위한 공간도 아니었던 창고나 철공소에 이토록 몰려드는 이유가, 우리가 이런 장소를 그리워하기 때문은 아니다. 을지로의 공장이나 노포에 어릴 적부터 드나들며 자기만의 기억을 간직하는 사람이 과연 지금의 유행을 선도하는 세대에 몇이나 될까. 그렇다면 왜일까. 경상남도 남해군에 창고를 개조한 갤러리와 공방이 생겼다. 그곳에 가서 이 같은 질문을 다시 하게 됐다. 

남해에는 지역에서 나는 청석으로 만든 돌창고가 여럿 있다. 1973년 남해대교가 놓이기 이전, 외딴 섬이었던 남해에 곡식과 비료를 보관하는 창고는 필수였다. 그중 두 개의 돌창고, 지역의 이름을 딴 시문돌창고와 대정돌창고에서 남해돌창고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2016년 여름, 문화콘텐츠 기획을 전공한 최승용은 남해에 가서 방치된 돌창고를 발견했다. 이 창고를 잘 꾸며 ‘미셸 푸코의 헤테로토피아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소유주를 수소문해 어렵게 사들였다. 이후 도예가 김영호와 함께 이 두 돌창고를 기반으로 여러 행사를 기획, 운영하고 있다. 남해돌창고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남해에서 살며 문화 공간을 만들려는 시도다. 산과 바다가 있는 남해에서, 아름다운 것들을 창작하는 사람들이 다양한 가능성을 펼치는 일종의 플랫폼을 조성하는 것으로 이 목표를 돌창고의 건축주와 와이즈건축이 확실하게 공유했다. 와이즈건축이 작업한 것은 대정리에 있는 대정돌창고로, 갤러리로 쓰이는 시문돌창고에서는 약 7km 정도 떨어져 있다. ​

 

 

창고의 반은 도예공방으로, 반은 사랑방으로 계획했다. 사랑방에는 2층 공간을 새로 만들었다.

 

산업시대의 유산인 폐창고를 건축가와 디자이너의 손으로 바꾸어내는 많은 리모델링 사례 중에서도, 곡물창고는 미술관으로 애용돼왔다. 2002년 완성된 영국 게이츠헤드의 발틱 현대미술센터는 제분공장의 곡물창고를 미술관으로 탈바꿈한 선도적 사례다. 그런가 하면 헤더윅 스튜디오의 자이츠 현대미술관도 있다. 곡물도정 장비와 연결된 수십 개의 저장고를 곡식 낱알의 단면 모양으로 잘라냈다. 기존 공간의 특성을 살려 드라마틱하게 연출한 이 거창한 미술관을 상상하고 남해를 방문한다면 소박한 첫인상에 자못 실망할지도 모른다. 남해의 돌창고들은 전혀 다르다. 건축가가 살릴 만한 요소라고는 없이 작고 투박하다. 장식이 일체 없는 정방형의 단순한 건물이다. 이 돌벽을 쌓기 위해 주민들이 직접 돌을 날랐다. 60년대 남해에 시멘트나 철근과 같은 건축자재가 풍부할 리 없었고, 석공이 돌산의 청색 돌을 육면체 모양으로 깨주면 산 위에서 주민들이 지게로 받아 내려오는 식이었다. 당연히 삐뚤빼뚤하다[이 벽의 시공을, 장영철(와이즈건축사사무소 대표)은 ‘남해돌쌓음’이라고 표현했다]. 어설픈 벽과 지붕, 문뿐인 자그마한 폐창고. 이런 공간은 건축가가 무언가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담아 힘껏 손보기에는 어렵고 손본 티도 별로 나지 않지만 사실 손은 많이 가는 번거로운 케이스다. 

건축가는 기존 대정돌창고를 최대한 살리려고 했다. 그래서 원래의 벽돌벽에 다른 재료를 덧입히거나 하지 않았다. 목재 트러스도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다만 곡식을 보관하기만 하면 됐던 창고를 실제 쓰임새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방식의 보강이 필요했다.  일단 창고에서 공장으로 용도변경하면서 강화된 규정에 따라 내진과 단열 기준을 맞춰야 했다. H빔을 창고 벽의 내측에 설치해 기둥과 가새 역할을 하게 했다. 벽과 지붕에 단열재를 넣었다. 철골 트러스를 보강했다. 화장실과 작업실을 위한 상하수도 설비를 집어넣었다. 팬던트 조명을 매다는 등 전기 공사도 필수였다. 미니 포크레인을 문으로 넣다 뺐다 하며 터파기를 하고 지붕을 완전히 열어 H빔 등의 자재를 안으로 넣었다. 시공에 무려 열 달이 걸렸다.​

 

기존 대정돌창고를 최대한 살리려는 기조 아래 건축 법규에 맞추고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보강 작업을 했다.

 

건축주는 도예 공방과 사랑방을 요청했다. 매일 출근해 일하는 사람의 공간, 일회적으로 방문해 둘러보는 사람의 공간이다. 건축가는 창고의 중앙에서 이 둘을 나눴다. 평면으로 보면 오른쪽 반을 공방으로, 왼쪽 반을 사랑방으로 꾸린 셈이다. 워크숍이나 판매 같은 부수적 활동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간을 집중해서 도자기를 만드는 데 쓸 건축주를 위해서 최선인 공간구성이다.  사랑방 공간에는 원래 없던 2층을 만들었다. 철골로 구조를 만들고 중간중간 합판을 끼워 넣은 특이한 슬라브다. 2층이 생기면서 내부 면적이 늘어나고 관람객의 동선이 생겼다. 공간을 더 풍부하게 활용하게 된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기존의 창 하나 없이 높은 천장의 단순한 큐브 형태가 주던 특유의 공간감을 이제는 찾아볼 수 없게 되어버렸다. 2층의 바닥 일부를 뚫었던 기존의 설계를 변경해 전체를 합판으로 막아 마감했다고 하는데, 못내 아쉬운 점이다. 

사방이 막혀 있던 건물의 가운데엔 마치 중정과 같은 계단실을 만들고 이 부분의 지붕을 뚫었다. 기존 석면 지붕을 걷어내고 합판 지붕을 새로 덮으면서, 계단실 위는 열어둔 것이다. 창고로 쓰였던 건물의 답답함과 어두움, 단조로움을 극복하고 채광과 통풍에 대한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1층 바닥을 콘크리트로 마감했는데 계단실 바닥 부분은 남겨놓고 시공했다. 그래서 계단실 바닥에 흙이 드러나 있다. 여기에 보스턴고사리와 대나무 같은 식물을 심었다. 계단실 안에 하늘과 땅이 들어와 있다. 작은 창고 안 더 작은 계단실이지만 세심한 구석이다. 건물이 상하로 열렸고 숨을 쉬게 됐다. ​ 

 

 

다시 지붕을 본다. 돌아 올라가는 계단의 끝에, 자그마한 열린 공간을 마련했다. 빼꼼히 물 밖에 머리를 내미는 잠망경을 닮았다. 한 사람이 겨우 서서 주변을 볼 수 있다. 지붕이라고 해봤자 보통 건물의 2층 높이에 불과하고 전망대라고 하기엔 좁고 불편하다. 레진을 채워넣은 철제 그레이팅은 어딘가 의아하다. 그러나 기어이 이 위에 올라와 난간을 붙잡고 주위를 둘러보는 것은 이 돌창고를 방문하는 사람이 하게 되는 가장 극적인 공간적 경험이다. 사실 도시에서 찾아간 대부분의 구경꾼에게 남해라는 장소는 그 자체로 낯설고 독특하다. 창고의 지붕 위에 올라가 주변의 풍광, 앞산과 대정마을을 바라보면 그런 생경함과  '내가 지금 남해에 있다'는 비일상성이 다시 한 번 고조된다. 

지붕 전망대가 창고 안에서 바깥을 향하는 액자 같은 장치라면, 대정마을에서 창고 안으로 들어가며 마주치게 되는 문은 새롭고 특별한 공간에 들어간다는 기대감을 키운다. 철판으로 된 커다란 반원형 문이다. 장영철은 "원래의 창고에 나무 미닫이 문 위에 같은 재료의 원형 란마(欄間)가 있었는데 인상적이어서 그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며 동기를 밝혔다. 중간에 힌지가 있는 피봇 문을 밀어 회전시키는 방식이다. 

 

계단실 지붕을 열어서 마감해, 방문객이 지붕 전망대에 올라 주변 풍광을 바라볼 수 있다​.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생각해보면, 창고와 공장 리모델링의 최근 유행은 그들이 공간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 양질의 공간이기 때문인 것 같다. 예전에 실용적이고 무심하게 지은 거칠고 날것인 장소의 매력을, 어떠어떠하게 꼼꼼히 계획하고 꾸민 곳에서는 찾기 힘들어서다. 일부러 설계해서는 그런 공간을 만들어낼 수 없다. 남해의 돌창고 벽은 지금 기술공에게 인건비를 주고서는 쌓을 수가 없다. 건축가는 대정돌창고를 고치면서 이를 영민하게 파악했다. 기존 돌창고와 이질적이지 않은 녹슨 H빔과 스테인레스 계단, OSB 합판 등의 재료를 이용해 직관적이면서 활용도 높은 공간을 완성해냈다.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만 같은 대정의 논밭 사이에 잘 녹아 들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페인트로 벽화를 그리거나 생뚱맞은 특산품 조형물을 설치하거나 한옥을 새로 지으며 사람들을 모으려고 노력하는 지방 마을에서 하는 것을 멈추고 한 번 구경할만한 우수한 사례다. “또 다른 무슨 마을, 무슨 마을의 이름으로 결국 카페가 즐비한 관광지가 되어버리는 것은 싫다“며 뚜렷하게 주관을 밝힌 김영호를 응원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은 남는다. 남해군 인구 4만 4천여 명의 평균연령은 53.4세다. 작년에 태어난 아기는 3명뿐이다. 어업과 농업은 어려워지고 있고 사람들은 떠난다. 비어가는 동네에 열정과 재능을 가진 젊은이들이 찾아온다니, 우선은 반길 만한 일이다. 게다가 이들은 휴식과 관광을 하는 게 아니라 눌러산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이 생소하고 불편할 수도 있는 지역주민의 입장이나, 결국 가끔씩 놀러 오는 누군가의 소비에 기댈 수밖에 없는 사업의 종류와 방식-미술품 전시, 공방, 카페 등-은 앞으로도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일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이상한 집에 꼽힌 해발 792m 바위집

[세상을 뒤흔든 新 랜드마크] ④ 해발 792m 바위로 만든 별장 ‘카사 도 페네도’

포르투갈 북부 파페산 중턱에 위치한 바위집 '카사 도 페네도'. /Feliciano Guimaraes


포르투갈 북부 파페(Fafe) 산 중턱에는 석기시대 원시인들이 살 것 같은 바위집이 떡하니 버티고 있다. 이름은 ‘카사 도 페네도(Casa do Penedo)’. ‘돌의 집’이란 뜻이다. 누가 2600피트(약 792m) 고지에 이토록 기이한 바위집을 만들었을까.

1972년 봄, 포르투갈의 기마랑이스(Guimarães) 출신인 로드리게스(Rodrigues) 일가족은 파페산으로 소풍을 떠났다. 자연 풍경을 즐기던 도중 비가 쏟아져 자동차 안에서 잠시 쉬는데, 로드리게스의 눈에 산에 놓인 커다란 바위 4개가 들어왔다.

카사 도 페네도는 미국 애니매이션 '고인돌 가족 플린스톤'에 나오는 바위집을 모티프로 했다. /MeTV

당시 유행하던 애니메이션 ‘고인돌 가족 플린스톤(The Flinstones)’에 등장하는 바위집에서 영감을 얻은 이 엔지니어 출신 가장은 이 바위들을 이용해 집을 짓기로 결심했다. 가족과 주말에 파페산에서 지내기 위한 별장 용도로 바위집을 만든 것이 지금의 카사 도 페네도가 됐다.

네 개의 화강암 사이를 돌로 메우는 방식으로 건축된 카사 도 페네도. /boingboing.net


카사 도 페네도는 1972년에 짓기 시작해 1974년 완공됐다. 네 개의 둥글넙적한 큰 돌을 기둥으로 삼고, 돌과 돌 사이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건축했다. 유리로 된 창과 나무로 된 계단을 제외하면 집 외벽은 전부 돌이다. 이 돌은 화강암이어서 적어도 2970년까지는 끄떡없다는 건축가들의 진단을 받을 만큼 튼튼하다.

계단과 방 벽면은 나무로 만들었다. /asiantown.net


집 외관은 투박하지만 내부는 전혀 다르다. 별장으로 썼을 만큼 아늑하게 꾸며졌다. 침실은 3개가 있는데, 방 모서리가 전부 삐뚤다. 자연석을 뼈대삼아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집을 지었기 때문에 아파트처럼 네모반듯한 방은 찾아볼 수 없다.

집 마당에는 바위 속을 깎아서 만든 수영장이 있다. /asiantown.net


추운 겨울을 견디기에 충분한 벽난로도 있다. 마당에는 바위 속을 파내서 만든 수영장도 있을 만큼 휴양 역할에 충실한 집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바로 전기다. 오래 전 산속에 지은 탓에 전기를 공급받을 길이 없어 밤에는 촛불을 켜고 살아야 한다.

카사 도 페네도는 포르투갈 국영방송에 단골로 등장한다. 워낙 기이한 외관 탓에 ‘세계에서 가장 이상한 집’을 뽑는 온라인 투표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웃 주민들 뿐 아니라 포르투갈을 찾은 관광객들은 이 신기한 바위집을 보기 위해 한적했던 파페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카사 도 페네도 내부를 둘러보는 관광객들. /asiantown.net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문제가 생겼다. 아버지에게 카사 도 페네도를 상속받은 아들 비토르 로드리게스는 급기야 바위집에 살기를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는 2009년 한 외신 인터뷰에서 “첫째 아이가 태어난 후 11년동안 바위집에서 생활했지만 외부인들의 지나친 관심 때문에 늘 불안에 떨어야 했다”고 호소했다. 집이 외진 산속에 있어 강도와 반달리즘(문화유산이나 예술품 등을 파괴하거나 훼손하는 행위)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비토르 로드리게스는 “바위집 창문은 20번 넘게 깨졌고 거실 소파를 누군가 훔쳐가는 일도 발생했다”고 한다. 그는 도둑질과 테러 위험을 피하기 위해 방탄(防彈) 소재의 현관문을 새로 달고 콘크리트와 유칼립투스 나무로 만든 350kg짜리 소파도 뒀다. 그러나 바위집은 너무 유명해진 탓에 사람들의 무례한 출입과 이에 따른 주택 훼손을 피할 수 없었다.

끝내 그는 한 사진 작가에게 카사 도 페네도 운영을 맡겼다. 카사 도 페네도는 더 이상 로드리게스 가족의 달콤한 별장이 아니다. 바위집의 역사가 담긴 사진이나 유물을 전시하는 작은 박물관으로 쓰이며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제주 전원주택】 올망졸망 돌담과 어우러진 제주 소소헌

36,861 읽음2017.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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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설정

집이란 사적인 공간이면서 그 지역이 담는 풍경의 한 부분이 된다. 그러므로 집이 놓이는 곳의 지리와 문화적 특성, 이웃과의 관계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제주도는 우리나라 남단에 위치한 섬으로, 오랫동안 그곳만의 독특한 지역성이 발달해왔다. 따라서 지어질 집에 어떻게 제주도의 지역성을 담아낼 것인지는 건축가에게 중요한 관심사가 될 것이다. 제주 구암리에 자리한 소소헌을 통해 건축가의 그런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유타건축사사무소 | 사진 진효숙 작가

자료제공 유타건축사사무소

HOUSE NOTE

위치 제주시 애월읍 구엄리

지역/지구 자연녹지지역, 자연취락지구

대지면적 565.00㎡(170.91평)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

건축면적 112.97㎡(34.17평)

건폐율 19.99%

연면적 137.61㎡(41.62평)

          1층 54.42㎡((16.46평), 주차장 28.70㎡(8.68평))

          2층 54.49㎡(16.48평)

용적률 19.28%

설계기간 2014년 8월 ~ 2015년 2월

공사기간 2015년 4월 ~ 12월

건축비용 2억 3,700만 원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컬러강판

            벽 - 돌붙임, 스타코플렉스

            데크 - 방부목

내부마감 천장 - 백색 페인트

             바닥 - 투명 에폭시, 강마루

             벽 - 백색 페인트

             욕실 - 자기질타일

단열재 지붕 - T115 압출법 보온판 1호

          외단열 - T70 압출법 보온판 1호

          내단열 - T10 열반사 단열재 or T70 압출법 보온판 1호

계단실 디딤판 - 자작나무 합판

         난간 - 백색 평철 난간

창호 독일식 시스템창호(엔썸)

현관 기성 현관문

조명 LED조명

위생기구 그로헤

난방기구 경동 나비엔 가스보일러

설계 김창균, 이슬기, 김예슬 유타건축사사무소 02-556-6903 www.utaa.co.kr

시공 건축주 직영

소소헌 주변에는 낮은 제주도 돌담과 함께 푸른 밭이 낮은 집들 사이사이로 펼쳐져 있고, 도보로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제주도의 바다가 있다. 소소헌이 들어선 대지는 호리병 형태를 띠고 있다. 대지의 북동 측, 좁고 긴 주둥이 같은 부분은 도로와 연결돼 있고, 이 길을 따라 들어오다 보면 남쪽에 호리병의 몸통과 같은 넓은터가 나온다. 넓은 터는 자연적으로 레벨이 높은 인접대지가 감싸 안은 형세라 포근한 느낌을 준다. 

인접 대지의 건물들을 끼고 길을 돌아 들어가면 소소헌의 차고와 마주친다. 차고는 담장처럼 집 안쪽으로 향하는 시선을 막아주기도 하지만, 차고의 큰 문을 열면 길가에서도 소소헌의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여 이웃의 눈길을 안으로 불러들이는 통로가 된다.

마당은 레벨이 높은 인접 대지가 둘러싸 아늑한 느낌을 준다. 주거동의 기단부 외벽을 돌담과 같은 재료인 제주돌을 사용해 주변 환경과의 통일성과 지역성 등을 나타냈다.

주거동과 차고가 축을 틂으로써 그 사이에 생긴 세모난 형태의 공간은 주거동으로 들어가는 현관 포치이면서 주거동과 창고를 이어주는 ‘사이 마당’이다.

소소헌은 대지의 중간지점에 동-서 방향으로 배치하였다. 호리병으로 치자면, 목과 몸통 사이에 위치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도로와 연접한 오솔길 같은 진입로가 조성됐고, 차고도 이 길과 같은 방향으로 배치해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올 수 있는 동선이 되도록 했다. 주택 부분은 입구 통로가 진행하는 방향에서 각도를 틀어 앉힘으로써 외부시선의 방해를 받지 않는 독립적인 공간의 느낌을 갖게 했다. 뿐만 아니라, 대지의 중간지점에 건물을 배치함으로써 남쪽의 넓은 터가 비워지게 돼 꽤 큰 마당을 확보할 수 있었다. 또한, 이 마당은 주변지형으로 인해 크지만 아늑한 느낌도 가지고 있다.

소소헌을 구성하는 3개의 축

대지의 성격에 따른 주택의 배치는 3개의 축을 가진 건물의 배열로도 설명이 된다. 첫 번째 축은 입구와 차고가 놓인 축이다. 도로에서 대지 내 진입로를 따라 들어가다 보면 길의 축과 같은 방향으로 배치된 단층짜리 차고를 만나게 된다. 길과 축을 같이 하기 때문에 큰 문을 가지고 있는 차고는 문을 열고 닫음에 따라 선택적으로 이웃의 시선이 통하게 하는 공간이 됐다. 반면, 차고 건물 덩어리는 길가의 시선을 차단해 주거동과 마당의 담장같은 역할이 되기도 한다.

차고는 집을 지으면서 새로이 목공에 취미를 갖게 된 건축주의 작업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외단열을 하고 내부 콘크리트 벽면을 그대로 노출해 날것 그대로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두 번째 축은 차고와 시계방향으로 45도 틀어 배치한 주거동의 저층부이다. 이는 주거공간이 길가 등의 외부공간으로부터 독립된 느낌을 줄 뿐만 아니라, 저층부의 거실, 식당/부엌, 게스트룸, 현관포치 등이 대지 내 마당과 대칭적으로 바로 면하게 하여 방해받지 않는 기분 좋은 공간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

현관에서 바라본 모습. 2층으로 연결된 계단 너머로 주방의 모습이 보인다. 계단의 디딤에 사용한 자작나무합판과 백색 평철 난간으로 모던한 실내 분위기를 연출했다.

현관부터 부엌, 식당에 이르는 1층 바닥은 투명 에폭시로 마감해 건축주와 방문객이 신발을 신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고, 반려견들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했다.

식당에는 마당 데크로 이어지는 넓은 창호를 설치해 제주도의 풍광을 즐기고 마당으로 편리하게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계단 옆으로 1층 욕실과 화장실이 배치됐고, 그 사이에 세면대를 두어 각각의 고유한 기능에 대한 활용도를 높였다.

세 번째 축은 주거동의 2층을 이루는 매스다. 주거동의 2층은 1층에서 반시계방향으로 12도 축을 틀었다. 그럼으로써 2층 창문을 통해 제주도의 푸른 바다가 집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1, 2층 축의 각도를 다르게 배치한 데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입면상 2층 건물이 1층보다 후퇴되게 하여 부부의 사적인 공간이 외부에서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게 하는 효과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축이 틀어지면서 생긴 자투리 공간은 2층 각각의 실에 면한 조그마한 여러 개의 데크가 됐다.

게스트룸은 단차를 올려 툇마루와 같은 분위기로 디자인했고, 재료 사용을 달리해 1층의 여느 공간과는 구분되게 했다. 또한, 신발을 벗고 들어가도록 해 아늑한 공간으로 느껴지게 했다.

반려견 하레와 구우의 눈높이에 맞춰 만든 창. 창밖에 보이는 돌담과 자갈이 투명 에폭시로 마감된 바닥과 함께 회색 톤으로 이어진다.

건축주는 주거동과 차고에 위치한 창고가 분리돼 있으면서도 이어지는 동선을 만들어주길 바랐다. 건축주에게 창고는 물품을 보관하는 곳이면서 우기나 겨울에 반려견들이 거주할 수 있고, 언제든 작업실로도 활용하기 위한 장소다. 이러한 요구는 주거동과 차고가 축을 틂으로써 그 사이에 생긴 세모난 형태의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충족됐다. 이 공간은 주거동으로 들어가는 현관 포치이면서 주거동과 창고를 이어주는 ‘사이 마당’이다. 이곳에서는 때때로 방문객과 바비큐 파티를 열기도 하고 하레와 구우라는 이름을 가진 반려견들이 노니는 등 다양하게 활용하는 공간이다. 또한, 이 공간은 현관뿐만 아니라 폴딩도어를 통해 작은 게스트룸과도 연결되고, 게스트룸 너머 식당과 부엌까지도 확장된다.

주거동의 2층은 1층과 축이 틀어져 배치됨으로써 1층 지붕에 해당하는 곳에 데크를 놓을 수 있는 자투리 공간이 만들어졌다. 계단에 올라서면 앞쪽에 데크로 나갈 수 있는 큰 창호가 자리하고 있다.

2층은 계단을 중심으로 복도가 양쪽으로 나뉜다. 계단 좌측으로 보이는 복도에는 식당과 연결되는 개구부와 함께 2층 데크로 나가는 창호가 있어 공간에 개방감을 더한다.

2층 개구부에서 바라본 1층 식당

2층 침실 공간에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슬라이딩 창호가 사용됐다. 1, 2층의 축이 틀어지면서 만들어진 베란다 형의 데크가 침실 바로 옆에 있어 쾌적하고 편리하다.

계단의 오른쪽으로 돌아서면 눈높이에 바다풍경이 보이는 긴 창이 있다. 흰색 벽에 자작나무를 재료로 사방돌리기를 한 창문이 마치 벽에 걸린 액자처럼 보인다.

실내 분위기는 대체로 차분하면서 밝은 느낌을 주도록 했다. 건축주 역시 전체적으로 밝지만 무채색으로 안정되고 차분한 느낌으로 실내가 꾸며지길 원했다. 벽면은 전체적으로 흰색 페인트로 마감하고, 1층의 바닥은 투명 에폭시로 마감해 다소 직설적이지만 담백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2층과 다락의 바닥은 강마루로 마감을 통일하고, 문이나 툇마루, 계단, 주방가구, 창호 프레임 등은 흰색이나 검은색, 자작나무 자재를 사용해 밝지만 차분한 분위기를 일관되게 조성했다.

2층 계단의 오른편에 난 계단을 오르면 다락으로 이어진다. 다락과 1~2층 보이드 사이를 벽으로 막지 않아 외경사 지붕이 계속 연결되어 공간이 전체적으로 넓어보인다.

제주도 돌담과 사이좋은 집

소소헌은 멀리서 보면 마치 작은 집이 여러 채 모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주거동의 기단부와 상층부, 주거동과 차고의 외벽에 마감재를 달리했기 때문이다. 주거동의 기단부에는 제주 현무암을 사용했다. 마감재 사용을 분리한 것은 도로에서 시작해 마당에 인접한 대지의 경계부에 세워진 낮은 돌담과 시각적으로 이어지는 느낌을 주려고 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렇게 함으로써 집이 커 보이지 않도록 해 작은 마을에 잘 어우러지도록 하고자 했다.

남서 방향에서 바라본 소소헌의 모습. 소소헌은 멀리서 보면 마치 작은 집이 여러 채 모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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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콘크리트, ALC주택] 올망졸망 돌담과 어우러진 제주 소소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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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집, 전통을 잇다 / Compact Karst House

Vol. 192-05 / 전원속의 내집

지역적 특성에 따라 오래 전부터 석조주택이 대부분이던 땅. 그곳에 지어진 2층 규모의 주택은 전통을 잊지 않고 현대적인 요소를 가미한 요즘 돌집이다.


취재 김연정    사진 Janez Marolt

 


▲ 전통적인 카르스트 지형 내 석조주택을 재정의해 설계한 주택의 외관

 



▲ 남측면에 둔 대형창을 통해 자연의 풍광을 내부로 받아들인다.

 


카르스트(Karst) 지역은 한때 베네치아(Venice) 사람들이 수상도시를 건설할 때 널리 사용했던 참나무과 나무들로 뒤덮여 있다. 이 나무들을 통해 흘러드는 바람은 땅의 흙을 벗겨내고 석회지반을 드러냈다. 이 같은 지형에서는 작고 간소하며 창을 거의 내지 않은 석조주택이 발달했고, 그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이러한 전통에 따라, 건축가는 젊은 건축주의 요구와 현대 기술의 원리에 맞는 아담하고 간결한 디자인의 석조주택을 설계하고자 했다. 먼저 전통적인 카르스트 지형 내 석조주택을 재정의하고, 이 지역에서의 현대적인 전원생활을 위해 경사지붕의 작은 돌집을 지어 시범주택 개념을 적용해보았다. 그리고 단일한 내부 공간에 두 개의 목조 볼륨을 삽입하고 그 사이를 연결하기로 했다.
1층은 어디에서도 멋진 자연풍광들이 보이는 공적(公的) 혹은 반(半)공적인 공간으로 작용하는 데 반해, 2층은 천창만을 둔 매우 사적인 공간으로 계획되었다. 공간에 삽입된 두 개의 목조 볼륨들이 공간을 양분하는데, 1층에는 식당 겸 주방과 욕실이 있고 2층에는 부부 침실과 아이 방을 배치했다. 또한 ‘집 속의 집’이라는 콘셉트는 2층의 각 침실이 그저 단순한 ‘방’이 아닌, 말 그대로 자신만의(상징적인) ‘경사지붕 목조주택’에서 잠을 잔다고 느낄 수 있게끔 돕는다. 그리고 두 방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는 아이들의 놀이방 역할을 하게 된다. 주택에 낸 세 개의 대형 창은 서쪽으로 이탈리아의 언덕배기 교회를, 남쪽으로는 숲을, 동쪽으로는 출입 기단을 향해 시야를 열어준다.
이 밖에 카르스트 지역만의 옛 석조지붕을 그 재질과 색채, 재료, 가파른 기울기 등을 통해 재해석함으로써, 현대적이고 구체적인 기술적 독창성을 엿볼 수 있다. 입면과 지붕의 경우, 개별적으로 보지 않고 재료로 연결함으로써 전통적인 카르스트 마을의 핵심적인 이미지를 담았다.
이 주택의 디자인은 현대와 전통 사이의 관계를 다룬다. 즉, 그 기원이 되는 이름 모를 전통건축의 특징에 의문을 가지면서도 적절한 현대적 해석으로 둘 사이 관계를 해결하였다.

 



▲ 옛 석조지붕의 재질과 색채, 재료, 가파른 기울기 등을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Vrhovlje, Slovenia
대지면적  : 336㎡(101.64평)
건축면적  : 82.5㎡(24.95평)
연면적 : 93㎡(28.13평)
건축주 : Borut Pertot
설계담당 : AljoŠa Dekleva, Tina Gregorič, Lea Kovič, Vid Zabel
설계 : Dekleva gregorič arhitekti    www.dekleva-gregoric.com

 

 


SECTION



PLAN – 1F  /  PLAN - 2F



◀ 계단의 뒷면을 책장으로 활용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 내부는 집 속에 목조주택 한 채가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 블랙 컬러의 싱크대와 나무 식탁이 조화를 이룬 주방의 모습


▲ 화이트 컬러로 깔끔하게 수납장을 짜넣은 침실에는 천창을 통해 늘 환한 빛이 들어온다.


▲ 두 방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는 아이들의 놀이방 역할을 한다.


▲ 내·외부가 하나가 된 듯, 거실창을 통해 바라다 보이는 풍경이 아름답다.

 


Dekleva gregorič arhitekti 건축집단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Ljubljana) 에 기반을 두고 있는 Dekleva gregorič arhitekti는 2003년 Aljoša Dekleva와 Tina Gregorič에 의해 설립되었다. 사무실을 이끌고 있는 두 사람은 류블랴나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영국 런던의 AA스쿨(Architectural Association School of Architecture)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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