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화 인권홍보대사 사임…“인권 어디에 있는지”
디지털뉴스팀
방송인 김미화씨가 국가인권위원회를 비판하며 인권홍보대사직에서 물러났다. 인권위 관계자는 10일 “김미화씨가 인권홍보대사를 그만두겠다고 의사표시를 해와 지난 5일 홍보대사에서 해촉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달 24일 인권위가 경찰의 물대포 진압에 즉각 대응할 것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에게 보낸 바 있다. 당시 김씨는 서한문에서 “엄동설한 무방비 상태의 시민에게 무차별 물대포를 난사하는 공권력의 폭력을 목격하면서 도대체 이 나라 국민의 인권은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다”며 “오늘도 침묵한다면 인권위 홍보대사 직을 즉시 내놓겠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당시 별도의 권고나 의견 표명을 하지 않고 경찰청에 전화로만 물대포 사용 및 과잉진압 자제를 요청했다.

욕설문화는 청소년의 열악한 삶의 질을 보여주는 증상"
학생 언어문화 개선 컨퍼런스
전문가들 "통제보다 존중과 치유가 개선 효과 높다" 한 목소리
입력시간 : 2011.11.30 18:34:17
“청소년의 욕설은 그들의 열악한 삶을 반영하는 하나의 증상(症狀)입니다. 희망을 주려는 노력 없이 욕만 막겠다는 것은 무모하고 위험합니다.”(장근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심각한 청소년 욕설사용 실태 진단을 위한‘학생 언어문화 개선 콘퍼런스’가 교육과학기술부, 충북도교육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주최로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컨벤션홀에서 열렸다. 각계 전문가들은 욕설 문제를 학생의 잘못으로 떠넘기려는 태도는 사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장근영 연구위원은 “한국 어린이,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국 중 가장 낮다. 현재 청소년들의 습관적 욕설은 서로 바닥으로 떨어진 자존감, 동질감을 확인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선진국 중 우리처럼 청소년 언어문제를 정부가 개입해 풀려는 나라는 없다. 건강한 어휘를 쓰려면 계몽과 교육뿐 아니라, 지나친 학습시간과 낮은 삶의 질 개선이 필수라는 인식 위에서 여러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인기 경인교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학교가 ‘기술적으로 공부만 가르치는 곳’이라는 좁은 기능을 하는 사이 당면한 문제들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각 인물의 언어와 인성을 해석, 비평해 언어에 관한 통찰력을 키울 수 있는 수업모형을 개발하고 미디어언어비평 학생 동아리 활동지원, 개별화지도 및 상담처방 등을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KBS한국어진흥원이 공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국 14~19세 1,518명 중 욕설을 ‘하루 10번 이상’한다는 응답은 22.1%, ‘하루 3~9번 정도’는 30.4%에 달했다. 고교생 응답자중 73%는 욕설을 처음 사용한 시기가 ‘초등학교 때부터’라고 답했다. 법무부가 최근 청소년 1,11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평균 11.78세에 비속어 사용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과부는 이날 전문가 진단과 제안을 바탕으로 종합개선방안을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교과부는 10월 욕설 사용정도를 평가해 입시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울산시 울주군 대안학교인 두남학교 학생들이 부산의 구치소에서 감옥체험 프로그램으로 108배를 하고 있다. 이은영 울산시의원 제공
- 시의원, 행정사무감사서 공개
- 교육청 "폭력재발률 감소 목적"

울산의 한 대안학교가 학교 부적응 학생을 대상으로 구치소에서 108배를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비인권적 교육이란 논란을 빚고 있다.

울산시의회 교육위원회 이은영 의원(민주노동당)은 25일 울산시교육청에 대한 행정사무 감사에서 "울산시 울주군 두남학교가 학교 부적응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부산의 구치소를 방문해 수감실 앞에서 108배를 하는 '푸른둥지 교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에 따르면 이 학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학생들의 징계 수위에 따라 3단계로 나눠 한 달에 2~4회씩 4일간의 일정으로 33회에 걸쳐 '감옥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의원은 "학생이 이 프로그램을 마치고 학교에 복귀해도 '감옥에 갔다 온 아이'로 찍혀 왕따를 당하고 있는 데다 학부모의 반발도 심하다"며 즉각 개선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울산시교육청은 "학생들의 폭력 재발률을 낮추기 위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하지만 학부모의 반발도 있어 미래지향적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대체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두남학교는 2000년 울산시교육청이 학교 부적응 학생의 재교육을

전국 1등 때문에… 어떤 母子의 비극

  • 김성민 기자
  • 입력 : 2011.11.25 03:14 | 수정 : 2011.11.25 11:49

    엄마 "서울대 법대 가라" 아들 때리고 밥까지 굶겨… 잔인한 아들, 끝내 엄마를…
    너무한 엄마 - 고1때 1등급 성적 떨어지자
    "너는 의지가 약하다" 야구방망이·골프채로 때려
    몹쓸 아들 - 안방에 엄마 시신 8개월 방치
    학교 다니고 친구도 부르고, 아무 일 없는 듯… 수능도 봐

    "서울대 법대를 가야 한다." "전국 1등을 해야 한다." 5년 전 아버지가 가출한 뒤 어머니 박모(51)씨와 함께 살던 고교 3학년 지모(18)군은 1등만을 강요하는 어머니의 잔소리에 시달렸다. 어머니가 무서워 성적표를 위조하기도 했던 지군은 결국 패륜을 저질렀다. 지난 3월 13일 어머니를 흉기로 살해했다. 지군은 어머니의 시신을 8개월간 안방에 두고 아무 일 없는 듯 학교를 다녔다.

    지군은 24일 존속살해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지군은 어머니를 살해한 일보다 범행이 발각나 친구들과 헤어지게 되는 것을 더 괴로워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과중한 대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모자(母子)간의 갈등이 극단적인 형태로 표출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부모의 강요로 공부에 매달리게 되는 아이들은 부모에게 적대감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남편과 별거 중인 지군의 어머니는 아들의 성공을 인생의 목표로 삼았다. 아들도 어머니의 기대에 부합하는 듯했다. 지군은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는 내신 1~2등급을 유지했지만 2학년 들어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450명의 전교생 중 30% 안에도 들지 못했다. 지군의 어머니는 성적이 떨어지면 "(공부를) 잘해야 한다" "전국에서 1등을 해야 한다"며 밥을 굶기고 체벌을 가했다. 지군은 그런 어머니가 무서웠다. 무섭고 두려웠다.

    성적표 위조 발각될까 두려워 어머니를 죽인 아들

    성적이 떨어져 명문대를 갈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지군은 수능 모의고사 성적표를 위조했다. 지군은 경찰 조사에서 "내가 받은 전국 4000~5000등 점수를 위조해 62~67등으로 만들어 어머니께 드렸다"며 "성적을 위조해 가져다줘도 만족하지 못하는 어머니의 압박감이 너무 심했다"고 고개를 떨궜다.

    지군이 다니는 고등학교 관계자는 "수능모의고사 등수는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지군의 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지군의 성적은 전국 4000등에도 못 미쳤고 명문대 가기 어려운 실력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12일도 지군은 어머니로부터 "너는 의지가 약하다"며 체벌을 받았다. 엎드려 뻗치는 얼차려를 받았고 야구방망이와 골프채로 엉덩이도 맞았다. 의지가 강해져야 한다며 저녁도 주지 않았다. 지군은 "다음날 오전 8시까지 10여 시간 동안 어머니의 체벌과 잔소리에 시달려야 했다. 몇 백대는 맞은 것 같다"고 진술했다.

    이날 지군은 다음 날이 '학부모 총회'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학부모 총회에 참석한 어머니가 담임선생님과 면담을 하면 그동안 지군이 성적을 위조한 사실이 발각될 가능성이 있었다. 지군은 불안했다. 지군은 부엌에 있던 칼로 자고 있던 어머니의 얼굴을 찔렀다. 당황한 어머니가 "네가 왜 이러느냐. 이러면 잘못된 삶을 사는 거다"라며 저항했지만, 지군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말하는 어머니의 왼쪽 목을 한 차례 더 찔렀고, 숨이 끊긴 어머니를 남겨둔 채 안방 문을 걸어 잠갔다.

    어머니 살해하고도 태연했던 일상생활

    지군은 범행을 저지른 지 3일 후 평상시처럼 학교를 나갔다. 선생님이 부모님을 찾을 때는 "어머니가 해외여행을 가서 연락이 되지 않는다" "앞으로 어머니와 따로 살기로 했다"고 변명했다. 어머니와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인 아버지에게는 "어머니가 가출했다"고 속였다.

    지군은 별거 중인 아버지가 매달 어머니 통장으로 송금하는 120만원을 빼내 생활했다. 아무 일 없는 듯 친구들을 집에 불러 라면을 끓여 먹기도 했다.

    경찰은 "지군이 시신이 썩고 있는 안방 문틈을 공업용 본드로 밀폐해 냄새가 새어나오는 것을 막았다"며 "지난 8개월간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했다"고 말했다. 지군은 지난 11월 10일 시행됐던 대학수학능력시험도 정상적으로 치렀다.

    범행은 8개월 만에 찾아온 아버지에 의해 발각됐다. 지난 22일 집에 온 아버지는 안방을 열어보지 못하게 하고, 자신을 피하는 지군의 행동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했다. 8개월 만에 발견된 시신은 안방 바닥에 누운 채 바짝 말라 미라처럼 변해 있었다.

    지군은 경찰 조사에서 "꿈에서 엄마가 자주 나타났다. 너무 괴로워 나도 죽고 싶었지만 내가 이기적이라 죽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또 아버지에게 "그동안 아버지만 이기적으로 살지 않았느냐. 이제 날 버리지 말라"고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대입 스트레스를 앓는 부모와 자녀들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0년에는 명문대 휴학생 이모(당시 23)씨가 "명문대를 가라, 못난 놈"이라며 엄하게 교육을 시킨 아버지와 어머니를 토막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2009년 10월 수원에서는 한 대학생이 "성적이 나쁘다"며 핀잔을 주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시신을 4개월 동안 집에 유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작년 10월에는 예술고등학교 진학을 반대하는 아버지가 공부하라고 말한 것에 불만을 품고 중학교 2학년 이모(당시 13)군이 집 안에 불을 질러 일가족 4명이 숨지는 사건도 있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런 사건은 수년간 지속된 갈등이 존재하고, 갈등을 중간에서 중재하는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지군의 경우도 부모가 이혼한 탓에 어머니와의 갈등관계를 중재하고 해결할 완충지대가 없었다는 점이 극단적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본다"고 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부모가 아이들을 '명문대생'이라는 목표달성의 수단으로 보는 게 문제"라며 "부모와 자식 간 갈등 관계를 주변에서 조기에 파악하고 상담 등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