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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네이버에 연재되는 웹툰 중에 <나는 귀머거리다>라는 작품을 재밌게 보고 있다. 작가가 청각 장애인으로 살면서 겪었던 어려움이나 에피소드를 무겁지 않고 가볍게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댓글에는 청각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그들의 삶이나 애환을 이해할 수 있게 되어서 고마워하고 위로하는 내용이 많다.
그 중 최근 에피소드는 언어와 교육에 대한 거였다. 듣지 못하니 언어 발달이 당연히 어렵고, 늦어지기도 한다. 슬픈 것은 그 결과가 단순히 어색한 문장을 만들어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언어가 없다는 것은 생각할 수 있는 틀이 없다는 것이고, 표현할 수 있는 틀이 없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만큼 언어가 사람의 발달과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고, 장애인들은 단순히 몸이 불편한 것을 넘어 더 큰 문제를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시사하는 바는 아주 크다. 유전자 이상으로 선천적인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쿠슐라가 세 살 무렵에는 비장애인 아이보다 몇 몇 분야에서 더 뛰어난 발달을 보이고, 열 세살까지 비장애인 아이들과 같은 학교에 다닐 수 있었던 이유, 비록 그 이후로는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에 다녔지만- 글을 쓰고, (특별히 도움이 필요한 일 아니면) 스스로 삶을 영위할 수 있고, 수영과 기술도 배울 수 있었던 까닭을 이 책은 생후 4개월부터 꾸준히 읽어주었던 그림책에서 찾는다.
쿠슐라는 자기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아이였다. (나중에야 밝혀졌지만 그녀는 양팔에 뼈 하나가 없었다고 한다.) 눈의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되기까지도 긴 시간이 걸렸다. 자연히 영아기 때 기어다니며 보고, 만지고, 물고, 빨면서 배워야 할 것들을 그녀는 배우지 못했다. 대신에 쿠슐라의 부모는 딸의 장애가 무엇인지 모르던 시절부터, 그림책을 읽어주기로 했다. 사실 달리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쿠슐라의 부모는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그녀를 안고서는 그림책을 읽어줬다.
그 과정에 있었던 일이 쿠슐라의 병원 기록, 신체발달, 정서발달 및 읽었던 그림책을 중점으로 해서 시기별로 정리되어 있다. 세상과 직접 접촉할 수 없었던 쿠슐라를 위해 쿠슐라의 부모와 일가 친적, 이웃들이 얼마나 헌신했는지, 그리고 쿠슐라가 시기별로 어떤 그림책을 통해 세상을 만났는지, 그래서 장애를 어떻게 극복해 나갔는지 흥미롭게 서술했다. 비장애인 아이의 발달과정과의 비교도 있고, 아동의 발달이론에 쿠슐라의 성장을 비교해본 내용도 있다.
사실 저자가 책 말미에 적었던 것 처럼 쿠슐라가 운이 좋기도 했다. 부모님의 강단과 주변의 아낌없는 지원, 그리고 (사랑의 결과인지 타고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려워도 조금씩이라도 노력하는 본인의 끈기있는 성격까지. 하지만 이런 특별한 조건 들을 제외하더라도 우리는 이 책에서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세상과 단절된 아이가 그림책을 통해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면, 세상과 단절되지 않은 아이는 그림책을 통해서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까. 책이 사람의 성장과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알고 싶은 모든 사람에게 좋은 책이다.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은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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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해야 할 내용들 정리(본문 내용 요약 및 발췌)
[4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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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읽어주기 시작함
[8-9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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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을 단순하게 그린 그림. 배경과 대조되는 밝은 원색의 그림. 혹은 흰 배경에 검은 글씨. 리듬이 있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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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3_책은 언제나 읽어줄 수 있었다. 그래서 책은 쿠슐라와 바깥 세계를 연결하는 하나의 고리가 되었다. ... 부모의 품에 안겨 말을 듣는 데서 오는 편안함과 안도감이, 정상적인 의사 소통이 끊어진 아이가 겪어야만 하는 외로움과 불안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9-18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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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배경에 선이 분명한 밝은 색의 그림. 경쾌한 압운. 사람들의 생활이 드러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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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을 의성어로 표현한 책.접힌 곳을 펼치면 숨겨진 그림이 등장하는 책. 숨어있는 초록 앵무새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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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쪽마다 내용이 독립적인 책을 선호했지만 일상을 그린 책에서 등장인물이 같다는 걸 알아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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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0_아이에게 처음부터 이렇게 가장 좋은 것과 만나게 하면, 그 아이는 커서 진부한 것과 겉만 그럴 듯한 것을 싫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18개월-만3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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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주위의 사물을 찾는 것을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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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이 뚜렷한 책. 단순하고 잘 꾸며진 이야기가 담긴 책. 잘 갈고 닦은 표현. 풍부하고 정확한 언어의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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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향으로의 이야기 진행. 생생한 묘사와 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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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의 아이들은 점점 자기 주위 세계를 인식하기 때문에, 이를 정확히 묘사한 것을 즐김. 어린 아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세상. 일상에 있는 공감 가능한 이야기. 진짜 이야기의 세계. 줄거리와 사건을 이해하고 등장인물과 자기 자신을 동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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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율있는 글. 언어 자체의 즐거움.
[만 3년 3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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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야기를 읽기 시작함. 낯익은 배경에 새로운 이야기, 맛있는 것, 독특하게 정돈된 그림을 좋아함. 다른 사람의 못된 행동이나 터무니 없는 이야기, 괴물 이야기를 좋아함. 괴물이야기를 보고 괴물이 되어 장난치는 것을 즐김. 상상 속의 그림이라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임. 책과 실제 생활을 왔다갔다하는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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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있는 행동과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절정. 그 나름대로의 가치, 글에 충실하여 글을 해석하는 그림, 간결하고 리듬있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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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와 크기에 대한 감각을 키울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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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시를 외움. 리듬과 운율.
[만 3년 3개월-만 3년 9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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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소리내어 읽는 것이 어른이 책을 읽어주는 시간과 비슷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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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학전 어린이의 동화는 마지막에 모든 것이 잘 끝나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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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이야기를 다른 작가가 각색해서 쓴 글. 새로운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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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페이지와 뒷 페이지가 연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관찰력이 뛰어난 네 살짜리 어린이에게는 이것이 아주 중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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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아주 좋아함. 예쁘고 풍부한 사물이 있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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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경험, 상상력, 그림보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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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우기 쉽게 되풀이 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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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6_”아이에게는 <꼬맹이 가족>처럼 ‘단순히’ 일상을 보여주는 책과, <피터 래빗 이야기>처럼 금방 알 수 있는 걸 넘어서 생활을 넓혀주는 책 모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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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7_어른이 자신을 갖고 읽어 줄 때 아이들은 무서워하지 않는다. 사실 아이들은 이 이야기(괴물 이야기)를 아주 좋아한다.
[기타]
p.151_아이는 책과 현실 세계를 왔다갔다 하기 때문에 책은 아이의 세계와 깊이 연관되어야 한다. ... 책에서 본 것과 실제 생활에서 본 것이 서로 연결될 때 그림책의 생명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
p.152_그래서 우리 글이 담긴 그림책을 많이 읽어 주고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출처] <쿠슐라와 그림책 이야기>, 도로시 버틀러, 보림|작성자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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