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안에 들어야 '연봉 1억'..의사보다 되기 힘든 나무의사

김방현 입력 2020.10.24. 05:01 수정 2020.10.24. 07:16

나무의사, 지난해 1차 시험 합격률 0.1%
산림청 "시험 어렵다니 난이도 조정하겠다"

산림청이 도입한 나무의사 제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시험이 너무 어려워 합격자가 적게 배출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반면 “나무의사도 전문가인데 시험을 너무 쉽게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산림청 "나무 의사도입 이후 최종 합격률 4%"

식물보호기술자가 병든 나무를 치료하고 있다. [사진 산림청]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산림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나무의사 자격제도 도입 후 합격자 현황'에 따르면 제3회까지 치러진 나무의사 시험 응시자 총 4300명(누적) 중 1차 시험과 2차 시험을 모두 합격한 사람은 171명으로 4%에 머물렀다.
4300명 중 제1차 시험에 통과한 사람은 567명이었다. 특히 지난해 치러진 제2회 제1차 시험에선 1147명 중 1명이 합격했으며, 재시험을 치른 끝에 913명 중 25.1%인 229명이 합격했다. 김 의원은 "힘든 여건에서 적지 않은 교육비를 투자했으나 시험 난이도 조절 실패로 허탈감을 준 것은 문제"라고 했다.

나무의사 제도, 수목 체계적 관리 위해 2019년 도입
나무의사 제도는 2019년 6월 시행된 개정 산림보호법에 따라 도입됐다. 이 법은 '나무의사(또는 수목치료기술자)' 자격증을 가진 사람만 나무를 관리·치료할 수 있도록 했다.

나무의사가 되는 과정은 만만치 않다. 우선 산림청이 지정한 교육기관(전국 10곳)에서 150시간 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해충학 등 11개 과목을 배우고 실습하는 교육이다.

1차 시험은 수목병리학·해충학·생리학·토양학·관리학 등 5과목을 치른다. 100점 만점 기준으로 과목당 40점 이상, 전 과목 평균 60점 이상 얻어야 합격하는 절대평가 방식이다. 2차 시험은 실기와 논문이다. 실기는 병이 든 나무를 진료하는 방법을 테스트하고, 논문시험은 질병 상태에 대한 올바른 처방전 작성이 핵심이다. 산림청은 연간 두 차례 나무의사를 선발하고 있다.

지금까지 나무병원은 수목보호기술자, 식물보호기사, 식물보호산업기사 등 3가지 자격증 가운데 적어도 하나를 가지고 있으면 운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무의사제도가 도입된 이후 시험 합격자만 나무병원을 열 수 있다. 나무의사는 지역이나 장소 구분 없이 나무를 치료할 수 있지만, 주로 아파트 단지 등 도시 주변 생활권 나무를 관리한다. 전국 곳곳에 있는 보호수 관리 등도 한다.

"전문가 선발…시험 쉽게 내면 안돼"

서울 양재동 양재시민의 숲에서 열린 ‘숲으로 가자! 놀자, 쉬자, 웃자’ 행사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나무의사 되어보기’ 체험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림청 조연희 사무관은 “그동안 나무 관리를 비전문가가 하다 보니 체계적이지 못하고 농약 오남용으로 수목이 죽거나 자라지 못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기 일쑤였다”며 “숲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 나무의사 제도를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 사무관은 “기존 나무 치료 종사자 이외에 일반인에게도 나무의사가 될 기회를 제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도 있다”라며 "시험이 어렵다고 하니 난이도 조정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반면 시험을 쉽게 출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2019년 나무의사 시험에 합격한 김철응(52)씨는 “응시자 대부분이 관련 분야 종사자가 아니다 보니 나무의사 시험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나무의사도 일종의 전문가인데 어느 정도 수준을 갖춘 사람을 선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나무의사 수입은 나무병원을 운영하면서 활동하면 연간 1억원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