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이 밝힌 `내가 뽑은' 합격생들>

연합뉴스 | 한미희 | 입력 2011.05.29 05:42 | 수정 2011.05.29 11:29 | 누가 봤을까? 10대 남성, 광주




성균관대 '시관, 성균관 유생을 이야기하다'

입학사정관제 다양한 사례 소개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제가 왜 합격했는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성균관대 입학사정관들이 입학사정관제로 입학한 재학생들을 만나 한결같이 들은 얘기라고 한다.

사정관들은 입학사정관 전형에 '정답이 없다'고 말하지만 합격생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정말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했다는 점이다.

'시관(試官), 성균관 유생을 이야기하다'(성균관대 출판부 펴냄)는 성균관대 입학사정관(시관) 9명이 만난 재학생 11명의 이야기이다.

2009~2011년 서로 다른 사정관 전형을 통해 성균관대에 들어 온 그들은 각자 다른 개성과 관심사, 전공을 갖고 있다.

책에는 그들을 평가했던 시관들이 전형 당시 학생들이 제출했던 보고서와 면접을 떠올리면서 학교생활을 하는 그들을 다시 만나 나눈 이야기를 담았다.

성적이 좋지 않아 애초 원했던 과로 가지 못했거나 몸이 아프기도 하고, 고된 서울 생활에 향수병을 앓기도 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등 고충을 겪기도 했지만 여전히 뚜렷한 목표를 향해 열심히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을 전한다.

소아마비를 갖고 태어난 전현정 씨는 소위 '뛰어난 스펙'은 아니었지만 '뜨거운 불 속에서 달구어지는 토기'에 자신을 비유한 진솔한 글로 사정관을 감동시켰다.

뛰어난 글쓰기 능력과 봉사활동 경력이 돋보이지만 지망하는 화학 전공과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었음에도 자신이 장애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던 신약을 개발하고 싶다는 꿈과 의지를 내보여 결국 합격했다.

신원을 밝히길 극구 거부한 유학동양학부 10학번 학생도 입학사정관 전형 지원자라면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큰 입상 실적도, 활발한 교외 활동도, 특별한 봉사활동 경력도 없는 '평범한' 활동기록 보고서를 제출했다.

대신 한자능력시험, 한국사능력시험, 역사체험캠프, 논술 토론대회 참여 기록과 함께 자신이 쓴 논문과 글 20편을 제출했고 동양학에 대한 관심과 그동안의 노력을 담담하게 적은 글이 시관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컴퓨터 프로그래밍만이 유일한 관심사인 김동성씨는 '오타쿠'(한 분야에만 집중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 형이었고, 상담사나 심리치료사가 꿈인 채나연씨는 장애 1급인 아버지 때문에 힘들게 자라면서 소외 계층에 눈을 돌려 고등학교 이후 지금까지 '그냥 좋아서'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한 사정관은 29일 "과거의 선발 방식이 '점수'를 선택하는 것이었다면 입학사정관제는 '사람'을 선택한다"며 "학생의 다양한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종합적 평가'와 개인에 대해 점수가 말해주지 않는 맥락을 해석하는 '개별적 검토'를 통해 선발한다"고 소개했다.

eoyy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