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김주립, 율현중, 한미 FTA 발효, 대외의존도, 자유무역, 개발도상국

제시문(가)

한미 FTA가 3월 15일 공식 발효됐다. 지난 2006년 6월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된 한미 FTA가 협상을 타결한 지 4년 9개월 만에 마침내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FTA는 세계와의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필수요소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 FTA의 긍정적인 면을 보고 이를 최대한 활용해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 선진 통상강국으로 재도약하고자 협상을 타결한 것이다.

한미 FTA 발효로 인해 우리나라는 단일국가로는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시장을 선점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수출 주종 품목인 자동차와 부품, 섬유, 전기ㆍ전자 등의 대미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중소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그 동안 높은 기술력과 품질을 가지고도 회사나 제품의 인지도가 떨어져 대미수출에 어려움을 겪었던 많은 중소기업에게도 한미 FTA는 대미수출의 새로운 활로와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당연히 소비자 후생과 고용창출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생활물가가 떨어져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11개 국책연구기관들은 한미 FTA로 인해 우리 산업의 생산성이 높아져 생산과 수출이 크게 늘어나고 장기적으로 소비자 혜택이 약 35조원 늘어나고 약 35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한미 FTA는 최근의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은 물론 무역 1조 달러시대에 진입한 우리나라에게 2조 달러시대를 견인할 핵심 성장동력이자 선진 통상강국으로의 도약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바로 여기에 한미 FTA 발효의 의의가 있는 것이다.

한미 FTA 발효로 인해 이제 대한민국의 경제영토는 세계의 60%로 확장되었다. 이제는 FTA 발효로 기대되는 혜택을 극대화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정부와 기업은 물론 정치권과 온 국민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한미 FTA 발효로 인한 기대이익은 결코 거져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업은 기업대로 연구와 개발, 경쟁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 미국시장의 점유율을 확대시키는 배가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소비자들도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추구해야 함은 물론이다. 정부도 FTA의 효과가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퍼질 수 있도록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서진교(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제시문(나)

한·미 FTA의 수많은 조항 중에서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영리병원 보장’이다. 영리병원은 문자 그대로 돈벌이를 목적으로 설립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다. 의사 자격이 없어도 만들 수 있다(현행 의료법상으로는 의사와 비영리 법인만이 병원을 설립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미 FTA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보건의료 서비스에서 가지는 정책 권한은, 경제자유구역 법률과 제주특별자치도 법률에서 정한 병원과 약국의 설립 특례에 대해 적용되지 않는다.”(부속서 II)

여기서 병원과 약국의 설립 특례(preferential measures)가 바로 영리병원 및 영리약국 허용이다. 이처럼 한·미 FTA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영리병원 제도에 대한 정책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없게 된다. 이후 영리병원이 어떤 사회적 폐해를 낳더라도 이를 폐지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인천에 영리병원을 시험 삼아 도입해보고, 문제가 많을 경우 없애면 된다고 해왔다. 그러나 한·미 FTA가 발효되면 이마저 불가능하게 된다.

이런 영리병원 조항을 한·미 FTA에 반드시 집어넣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렇지 않아도 한국에서는 전체 의료기관 중 공공 병원의 비중이 지나칠 정도로 왜소하다. 이런 상황에서 영리병원의 입지를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보건의료 부문을 자본의 돈벌이 장소로 만들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쌀도 문제다. 예부터 벼농사는 한국의 소농 가족이 최소한의 생활을 꾸릴 수 있는 수단이었다. 그래서 한·미 FTA 협상단 역시 쌀만은 지키겠다고 약속해왔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국 대사의 외교 전문을 보면 우리 협상단이 그리 정직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서에 따르면, 한·미 FTA 협정에 서명한 지 겨우 두 달이 지난 시기에 쌀과 관련된 논의를 다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미국 고위 관계자에게 이야기했다. 정부가 한·미 FTA에서 쌀은 지켰노라고 국민에게 자랑하던 때였다.

2007년 4월, 한국 정부는 서울에서 한·미 FTA 타결을 선언한다. 그러나 미국의 요구는 그치지 않는다. 한 달 뒤(2007년 5월), 미국 의회는 이른바 신통상정책을 내세우며 한국에 재협상을 강요한다. 만약 재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한·미 FTA는 미국 의회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고 한국을 압박했다. 이로 인해 한·미 FTA 서문에는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지위에 대한 불평등 조항이 삽입되었다.

또한 미국은 2010년 12월 다시 재협상을 요구해서 한국산 소형 승용차에 적용되는 관세를 즉각 철폐하기로 한 조항을 없애버렸다. 2011년 4월에는, 개성공단 제품이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라도 미국에 수입되지 않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송기호(변호사)>


제시문(다)

비교우위이론

1817년 데이비드 리카르도는 그의 저서 <정치경제학과 과세 개론>에 비교우위론을 수록하였다. 리카르도는 잉글랜드와 포르투갈 간의 교역을 예로 들었다. 즉, 포르투갈이 포도주와 옷감을 모두 잉글랜드보다 적은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반면, 잉글랜드는 포도주 생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고 옷감 생산은 비교적 적은 비용이 든다고 할 때, 절대우위만을 고려하면 잉글랜드는 무역으로 이익을 볼 수 없으나 생산에 관련된 제반 비용을 고려하면 포르투갈은 더 큰 이익이 남는 포도주를 수출하고 잉글랜드는 포도주를 포기하는 대신 옷감을 수출하여 상호 이익을 볼 수 있다. 그는 이와 같이 국가마다 비교 우위에 있는 재화와 용역을 특화하여 생산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제시문(라)

자유무역은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가?

1841년 독일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리스트는 영국이 자신들은 높은 관세와 광범위한 보조금을 통해서 경제적인 패권을 장악해 놓고서 정작 다른 나라들에게는 자유 무역을 권장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영국이 세계 최고의 경제적 지위에 도달하기 위해 스스로 타고 올라간 사다리를 걷어차 버렸다고 비난하며 “정상의 자리에 도달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이 뒤따라 올 수 없도록 자신이 타고 올라간 사다리를 걷어차 버리는 것은 아주 흔히 쓰이는 영리한 방책”이라고 꼬집었다.

오늘날 부자 나라 사람들 가운데는 가난한 나라의 시장을 장악하고, 가난한 나라에서 경쟁자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자유 시장과 자유무역을 설교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들은 ‘우리가 했던 대로하지 말고, 우리가 말하는 대로 하라.’며 ‘나쁜 사마리아인’처럼 곤경에 처한 다른 사림들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더 걱정스러운 것은, 요즘에는 아예 자신들이 권장하는 정책이 개발도상국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지본주의의 역사는 완전히 다시 쓰여 졌다. 때문에 부유한 세계에 사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개발도상국들에게 자유 무역과 지유시장을 권장하는 것이 역사적 위선이라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장하준, 나쁜 사마리아인들>


[활동하기]

문제1. 제시문 (가)를 보고 한미 FTA를 찬성하는 근거를 정리하세요.


문제2. 제시문 (나)를 보고 한미 FTA를 반대하는 근거를 정리하세요.


문제3. 한미 FTA를 찬성 또는 반대하는 자신의 생각을 정하고 제시문 (다) 또는 제시문 (라)를 참고해 위에 정리한 상대편의 논리를 반박하고 자신의 근거를 강화하세요.(1천200자)




[해설]

한미 FTA가 발효됐다. 언론에서는 새롭게 발효되는 한미 FTA로 나타날 경제적 효과와 피해 방지를 위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이와 맞물려서 한미 FTA를 반대하고 협정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주장과 움직임 또한 활발해지고 있다.

한미 FTA를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모두 나름대로의 경제적 자료를 제시하며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하고 있다. 데이터와 자료는 그것을 활용하는 측의 입장에서 가공되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근거들을 그대로 수용할 것이 아니라 각자의 주장을 살핀 후 비판적으로 판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자유무역에 대한 입장의 차이, 즉 자유무역은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가 아니면 특정 집단만의 이익인가에 대한 논쟁이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산업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서의 입장의 차이 또한 엄연히 존재한다.

이번에 한미 FTA 발효를 맞아서 자유무역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과 이론, 의견 등을 접해보고 자신의 입장을 정해보는 기회를 갖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제시문 (가)]의 글에서는 미국의 시장을 선점하는 무관세의 이익과 국내 경쟁력을 들어 한미 FTA를 찬성하고 있고 [제시문 (나)]의 글에서는 의료 민영화와, 쌀시장 개방이 이어짐에 따라 벌어진 식량안보를 그 반대의 논리로 들고 있다.

각각의 입장을 옹호 또는 반박하는 과정에서 비교우위이론과 <나쁜 사마리아인>이란 논거를 써서 논리적 주장을 제시해 보는 과정에서 자신의 무역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보자.

< 김주립 경기 율현중 교사 / info@ahaeconomy.com > 2012-03-26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