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7시 부산 기장군 정관면 신정고 강당에서 400여 명의 학부모들이 참석한 가운데 '야간 입학식'이 열리고 있다. 곽재훈 기자 kwakjh@kookje.co.kr
- 급식 시식회·음악회 열어 학교축제 분위기 자아내

"비비디 바비디 부~." 드레스와 턱시도를 차려입은 부산교사합창단이 무대에서 올라 선창을 하자 강당을 가득 메운 학생들이 활짝 웃으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이어 합창곡으로 편곡한 베토벤의 운명교향곡이 시작됐다. 흡사 학교축제 같았던 이날 행사는 부산 기장군 정관면 신정고의 제4회 신입생 입학식이었다.

신정고가 '야간 입학식'을 연 덕분에 평소 오전에 열리는 입학식에 참석하기 어려웠던 수백 명의 학부모가 고교생이 된 자녀를 축하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신정고는 이날 여느 학교와 달리 오후 7시에 입학식을 시작했다. 직장에 다니는 학부모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퇴근시간 이후에 입학식을 연 것이다.

학교 측의 바람대로 이날 입학식에는 학부모와 가족이 400여 명이나 참석해 성황을 이루었다. 유치원에 다니는 동생부터 할머니와 할아버지, 특히 평소 학교 행사에서 보기 어려웠던 아버지들이 많이 참석했다. 신입생 264명보다 축하객이 더 많아 떠들썩한 잔칫집 분위기였다.

이같이 저녁시간에 입학식을 여는 학교는 부산에서 신정고가 유일하다. 지난해 처음 시도한 '야간 입학식'에 학부모와 가족 500여 명이 참석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자 올해도 같은 시간에 입학식을 열었다.

강영길 신정고 교장은 "학부모들이 입학식 때 학교를 방문해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듣고, 학교 시설을 둘러보면 이후 학교와 학부모 간 유대관계와 의사소통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신정고는 학생들이 특별활동을 하는 스포츠클럽이 30개나 된다. 학습과 인성교육을 병행하려는 학교의 의지를 학부모에게 사전에 설명하지 않았을 때는 '왜 공부를 시키지 않느냐'는 불만이 있었지만 지난해부터 부쩍 줄었다"고 설명했다.

입학식에 앞서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매일 먹게 될 급식을 미리 맛보는 기회도 가졌다. 학부모들은 학생들이 평소 먹는 식단을 체험한 뒤 학교급식에 대한 우려를 더는 모습이었다.

신입생 윤준석(17) 군의 아버지 윤효영(47·기장군) 씨는 "직장에 다니다 보니 아들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입학식은커녕 재롱잔치도 한 번 못 갔다. 신정고가 저녁시간에 입학식을 연 덕분에 처음으로 아들 입학식에 참석할 수 있게 됐다"며 "학교 건물도 쾌적하고 급식의 질도 좋아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입학식 전 50여 분간 음악회가 이어졌다. 부산지역 26명의 교사로 구성된 부산교사합창단은 신입생들을 축하하며 교과서에 등장하는 외국곡 메들리를 들려줬다. 초청된 현악합주단은 요한스트라우스 2세의 '천둥과 번개의 폴카' '아리랑'을 연주했고, 삼손중창단도 분위기를 고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