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아, 시랑 놀자] 해질 무렵-할머니 2
손자가 할머니 그리워하는 마음…가슴 찡해

::: 해질 무렵-할머니 2 :::

송재진

할머니를
만났어요,
네 거리 시장에서.

기역자로 굽은 허리
눈에 익은 옥색 비녀

"할머니!"
부를 뻔했어요,
돌아간 할매 꼭 빼닮아…….

아침 해가 떠올라 환한 길을 걸을 때와 뉘엿뉘엿 ‘해질 무렵’은 같은 곳을 걸어도 기분이 달라요. 해가 지려고 하는 저녁 나절, 그것도 네 거리 시장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한다면요. 여기저기서 서두는 기색이 보이지요.

“자반고등어 떨이요!” “시금치 한 단 하던 거, 두 단 드려요!” “아줌마 이리 와요, 싸게 드릴게.” 어두워지기 전에 싸게라도 팔아야 하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높아지지요. 저녁 밥상에 놓아야 하는 물건은 때를 놓치면 안 되는 것이니까요. 시장 보러 나온 아줌마들도 그런 것쯤 미리 꿰고 덤을 바라거나 더 싸게 사려고 하지요. 시장에 나와 보면 알게 된답니다. 와글와글 시끌벅적 사람들이 참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고 여태 게을렀던 나를 깨닫는 마음을 얻어 갑니다. 백화점에서는 얻을 수 없는 깨달음이지요.

할머니를/ 만났어요./ 네 거리 시장에서// 기역자로 굽은 허리/ 눈에 익은 옥색 비녀// “할머니!”/ 부를 뻔했어요./ 돌아간 할매 꼭 빼닮아…….

‘해질 무렵’ 시장에서 이런 일이 있었답니다. 시장통의 그 많은 사람들 중에 허리가 굽고 옥색 비녀 꽂은 할머니가 돌아가신 우리 ‘할매’를 닮아 나도 모르게 “할머니!” 하고 부를 뻔했다는 것이지요. 이 시를 읽으면서 손자가 할머니를 그리는 마음이 잘 나타나서 마음이 찡했습니다. 세상에는 가끔 닮은 사람이 있긴 하지요. 그렇지만 그 할머니는 우리 ‘할매’랑 너무 닮았던 것이지요. 마지막 행에서 ‘말줄임표’로 마무리지은 걸 보아도 시인의 다 채우지 못한 마음이 나타나 있어요.

‘할매’라는 말은 할머니를 낮춰 부르는 말일 수 있지만 실은 정 깊은 따뜻한 말이기도 합니다. 그 ‘할매’의 사랑을 듬뿍 받았을 손자는 오래도록 할머니를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할머니의 사랑은 엄마의 사랑과는 다를지 모릅니다. 할머니의 사랑은 무엇보다 크고 깊습니다.

●송재진(1959년~): 전남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회초리도 아프대’ 등이 있습니다.


입력시간 : 2007-01-25 1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