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17:32:47
원격감지(2005년)
동토의 땅, 알래스카. 차츰 개발의 손길이 미치고 이에 따라 원주민인 이누이트족의 생활 또한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이들에게 알래스카는 곧 자연이다. 올해 광주비엔날레에서 반가사유상에 여러대의 카메라를 설치한 ‘보디 옵푸스케터스’로 대상을 받은 작가 마이클 주(40)가 알래스카를 찾는 까닭 또한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미국에 사는 아시아계로서 정체성에 고민했다면 이제는 시간의 변화나 순환 같은 자연의 섭리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한국계 미국인인 마이클 주는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 2001년에는 서도호와 함께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로 참가한 개념미술가.

현재 서울 로댕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국내 첫 개인전에는 유독 시간의 순환을 말하는 작품이 많다. 이들 작품 대부분은 알래스카에서 작업을 하거나 소재를 얻었다. 이누이트족이 햇빛 부족으로 1년에 한번 일으킨다는 발작증세, 피블록톡에서 착안한 영상작업 ‘1년 주기 리듬’이나 갤러리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관람객을 압도하는 ‘원격감지’가 그러하다. 로댕갤러리 유리 파빌리온에 설치된 ‘원격감지’는 실물 크기의 순록 모형 8마리가 원형으로 공중에서 달리는 듯한 모습으로 설치돼 있는데 배 부분에 적외선 카메라를 장착했다. 여러 대의 카메라에 촬영된 영상은 전시장 내부에 원형으로 설치된 8대의 모니터로 전송된다.

알래스카와 순환은 요즘 그가 천착하는 주제 ‘영겁회귀’를 단적으로 암시한다. 미국에 사는 아시아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결국 인종의 경계를 넘어서 정체성의 변형, 유동성, 시간의 순환 등으로 점차 그 범위가 커졌다.

초기작도 여러 점 전시된다. 신체성이 두드러지는 재료, 소재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그의 대학시절 전공인 생물학하고도 무관하지 않다. 비커 3개에 자신의 소변을 담고 ‘징기스칸’ ‘베네딕트 아놀드’ ‘마이클 주’라고 라벨을 붙이고 ‘노란, 더 노란, 가장 노란’이라고 제목을 붙인 작품은 아시아인의 인종적 특징을 가리킬 때 쓰이는 노란색의 개념을 빌려 정체성과 사회적 통념의 문제를 이야기하는데 유머가 넘친다. 불상을 소재로 한 ‘눈에 보이는’도 마찬가지다. 불상은 알래스카와 더불어 작가가 요즘 즐겨 다루는 동양의 전통적인 도상 중 하나다. 존엄한 존재인 부처의 장기를 고스란히 보이도록 반투명한 재료를 사용한 작품으로 물질계와 영적 세계, 몸에 대한 동양의 사유와 서양의 해부학적 관점에 대해 질문을 제기한다. 전시는 내년 1월28일까지. (02)2259-7781

〈윤민용기자 vist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