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대비 시사 이슈 10선[세계일보 2006-12-17]

[이제는 논술이다] 정시대비 시사 이슈 10선 [세계일보] 2006-12-17 22:05

최근 각 대학들은 정시모집 논술에서 시사 이슈를 소재로 한 문제를 자주 출제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동국대 2007학년도 수시2학기 자연계 논술시험에서 북한 핵실험과 관련된 문제를 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각 대학들이 시사 문제를 논술 소재로 활용하는 이유는 사회의 문제점과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 가치가 충돌하는 이유 등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유웨이중앙교육과 비타에듀논술의 도움으로 ‘논술에 출제될 만한 시사 10선’을 짚어보고 어떻게 논술에 응용할지 알아본다. ◆1. 부동산 가격 폭등=올해 정부는 날뛰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여러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부동산 값은 더욱 오르는 상황이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 폭등을 단순히 상품 가격이 오르는 정도로 파악해서는 안 된다. 이는 경제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계층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원인과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정리해둬야 한다. 또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과정에서 일반적인 가격 결정 방법인 ‘수요와 공급’ 이외에 어떤 점들이 영향을 미치는지도 알아두면 좋다. 이와 함께 정부의 부동산정책과 관련해 국가의 개입과 통제가 과연 적절한지를 묻는 문제가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국가가 부동산 가격에 개입하는 행위를 국가 권력의 남용과 개인의 재산권에 연관지어 생각해 봐야 한다. 아울러 한국 사회가 부동산에 대해 과도한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를 인류학과 경제적인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10월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 추정지로 밝힌 함북 길주군 풍계리 일대의 위성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2. 한미 FTA 협상=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찬반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 중 하나다. 이미 협상은 5차까지 이르렀지만 협상 진전은커녕 뒷걸음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대학들은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 중시와 복지국가 체제 완성 중에서 어느 가치가 더 중요한지를 묻는 식으로 출제될 수 있다. 또 한미 FTA가 서비스와 노동, 교육, 문화, 고용 등 한국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고 그 대응책을 묻는 논제 등도 나올 수 있다. 이때 주의할 점은 한미 FTA는 각 경제주체의 이해관계에 따라 완전히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나라와 비해 상대적 우위에 있는 산업은 FTA에 따른 이익 증대를 기대해 찬성할 수 있지만, 그동안 보호무역 장벽 등에 기댔던 산업은 큰 타격이 예상돼 적극 반대하고 있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단순히 무역수지가 얼마나 오르내리느냐 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한국 산업의 균형 잡힌 발전과 FTA 피해 예상 계층에 대한 배려 등까지 고려하는 답안을 구상해야 한다. ◇한미 FTA는 5차 협상까지 진행됐지만 농민과 노동자들이 끊임없이 반대 시위를 벌이면서 한국 사회의 갈등으로 부각되고 있다. ◆3. 북한 핵실험 강행=북한 핵실험 사태가 논술 문제로 출제된다면 구체적인 핵실험 과정·결과보다는 국제 관계에서 통용되는 힘의 논리, 대화와 타협을 통한 문제 해결 방식의 한계, 현대사회에서 평화의 의미 등 원론적인 질문을 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먼저 북한 핵실험과 관련한 가치 개념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서 시작해서 북한이 왜 국제사회의 만류를 무릅쓰고 핵실험을 강행했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대학들은 북한 핵실험과 관련된 논술에서 단순히 남북관계의 변화만을 묻지는 않을 것이다. 핵실험은 동북아의 정치·경제는 물론이고 미국을 포함한 세계 정치 질서에까지 영향을 주는 중요한 문제인 만큼 거시적으로 생각해보는 습관이 중요하다. 또 북한 핵실험 관련 부분을 사회 교과서에서 찾아본 뒤 이론을 정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지난 9월 전국 80여개 대학교 인문대학장들이 ‘인문학의 위기’를 선언하면서 우리 사회에서는 침체된 인문학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인문학을 되살리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4. 인문학의 위기=이제 ‘인문학의 위기’는 학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이 고민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지난 9월26일 전국 80여개 대학 인문대학장이 모여 인문학의 위기를 선언한 뒤부터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인문학의 위기는 효율과 시장 만능주의가 대학을 휩쓰는 현실과 맞물려 호응을 더해갔다. 이처럼 인문학이 강조되는 이유는 인문학이 현대사회를 유지하는 실용학문의 근간이 될 뿐 아니라,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윤리와 도덕적 기준 등 인간성을 회복시키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은 균형적으로 발전해야 하는데도 현대사회는 물질문명의 발달에만 치우쳐 결국 사회가 제 기능을 잃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수험생들은 인문학의 위기와 같은 추상적인 논제가 나올 때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면서 설명해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된장녀 논란’은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지면서 남성들의 위기의식이 반영돼 나온 신조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5. 된장녀 논란=올해 인터넷에 등장한 신조어 중 ‘된장녀’는 2006년 인터넷 유행어 1위에 등극할 정도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유행어가 시대상을 반영하는 상징이란 점을 고려한다면 수험생은 된장녀 논란에 대해 가볍게 넘어가서는 안 된다. 흔히 외국 커피 전문점과 패밀리 레스토랑에 자주 출입하며 명품 브랜드에 집착하는 여자들을 비하하는 말로 쓰이는 된장녀는 허영심 많은 여자들의 물질주의와 가식 문화를 비꼬는 상황에 사용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진 것에 대한 남성들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된장녀 논란에 드러난 남녀 차별이나 갈등을 사회학적 측면에서 분석해 보고 인터넷에서 ‘~녀’ 시리즈가 논란의 대상이 되는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아가 통합교과적 관점에서 인류 발달사를 예로 들면서 과학기술의 발달과 관련지어 여성의 권익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 더욱 좋다. ◇저출산·고령화는 한국 사회의 활력을 떨어뜨려 결국 국가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6. 저출산·고령화 문제=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이미 많은 대학에서 논·구술 문제로 나왔지만 여전히 출제 가능성이 높다. 전후 베이비붐 세대가 사회변혁과 경제부흥을 이끌어냈 듯이 저출산·고령화는 거꾸로 한국 정치와 경제의 활력을 잃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화와 관련한 논술 문제를 작성하려면 그 원인과 실태, 예상되는 문제점 등을 총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그동안 의료 기술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조금씩 고령화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사회에 저출산 분위기가 확대되면서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저출산이 확대되는 원인으로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면서 출산 연령이 높아지는 데다 남녀 간 가사노동 분담이 여전히 불균형하고 육아 관련 복지 정책·시설 등이 미비해 여성들이 아이 낳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그 문제점으로는 청년층의 노인 부양 부담 증가, 사회적 활력 감소, 과중한 복지 부담, 노인 인력 및 여가 활용 관련 대책 등이 예상된다. 또 해법을 제시할 때는 원론적인 방법에 머무르지 말고 근무시간의 탄력적 운용, 육아 휴직제 정착 등 구체적으로 서술하는 것이 좋다. ◇최근 고구려와 발해 등을 소재로 한 사극이 인기를 끄는 것은 일본의 과거사 왜곡과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 의도 등에 따른 주변국에 대한 반감과 민족감정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7. TV 드라마 사극 열풍=그동안 지상파 방송들이 편성한 사극들은 대부분 조선시대 왕과 관련된 내용이 많았지만, 최근엔 고구려와 백제 등 북방 대륙의 역사가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북방 사극들은 실감나는 전투 장면과 박진감 넘치는 서사구조를 통해 남성 시청자들의 눈길을 끈 것이 인기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동북공정을 통한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 시도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 역사 왜곡을 통해 동북아의 주도권을 쥐고자 하는 주변 국가들의 행보에 대한 반감도 주요한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따라서 논술에서는 왜 사람들이 북방 사극에 그토록 열광하며, 역사 드라마가 주는 긍정적·부정적 효과가 각각 무엇인지 묻는 문제가 나올 수 있다. 특히 국민감정에 편승해 역사적 고증을 거치지 않은 내용을 포함하는 사례에 대한 견해를 묻는 문제도 출제 가능성이 높다. ◇유비쿼터스 기술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사생활 침해와 계층 간 정보 격차 심화 등의 부작용이라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8. 유비쿼터스=정시모집 논술고사에서 과학 분야 이슈들은 과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가치 판단을 묻는 문제가 주로 출제되며, 단골 소재가 유비쿼터스이다. 최근 들어 신기술로 각광을 받고 있는 유비쿼터스는 컴퓨터, 휴대전화, 자동차, 각종 전자기기는 물론 사람의 몸속에 RFID(전파식별) 칩을 넣어 사용자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말한다. 하지만 역기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전자기기나 상품, 인간의 몸속에 심어놓은 칩을 통해 사생활 정보가 기업에 노출되고, 이로 인해 구조적인 차별이 생길 수 있다. 또 국가나 계층 간 정보화 격차가 더욱 심하게 벌어지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따라서 유비쿼터스를 단순히 과학이나 IT(정보기술) 분야의 이슈로만 보지 말고 인간의 삶에 어떤 파장을 줄지 깊이 있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기술의 인간 파괴 위험성을 진지하게 헤아려 보고, 통합교과형 논술에 대비해 이를 윤리(개인주의), 일반사회(다양한 인간관계와 사회 조직, 정보 보호 및 감시), 정치경제(노동 문제) 등 여러 교과와 연계해 보는 것이 좋다. ◇지난 11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 3만여명이 비정규직 권리 보장 입법 등을 요구하는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있다. ◆9. 비정규직 문제=지난달 월30일 비정규직 근로자의 처우 개선과 고용 안정을 골자로 하는 비정규직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노동계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 문제는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지 오래다. 한국 사회는 비정규직 문제를 인권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관점과 경제정책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견해가 충돌하고 있다. 비정규직은 기업으로서는 효율성을 극대화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수단이 되지만, 노동자로서는 고용 불안과 실업의 고통을 안겨주는 제도가 된다. 이처럼 둘 사이에 합의를 도출할 접점을 찾기 쉽지 않기 때문에 비정규직 문제는 사회 갈등을 야기하는 대표적 사례가 되는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선 정치·경제, 법, 윤리 등 사회 교과에서 배운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 및 양극화, 기본 인권 개념, 노동권, 차별의 문제 등을 짚어봐야 한다. ◇올해 사행성 성인오락기 ‘바다이야기’가 전국을 휩쓸면서 우리 사회의 도박에 대한 인식을 반성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10. 바다이야기 사건=현대사회에서 도박은 산업의 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으며, 때로는 스포츠 경기나 게임으로 인식될 때도 있다. 정부는 당초 ‘바다이야기’를 게임산업으로 육성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서민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입히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런 문제는 윤리 과목에서 배운 금욕주의, 쾌락주의의 관점에서 해석해 보고 심층적으로 사고해 보아야 한다. 또 정부 정책 결정의 문제점을 짚어 보고, 자유주의 시장경제 정책이 건전하게 이루어지려면 어떤 조건들이 필요한지 살펴볼 수 있다. 이 밖에 외환은행 론스타 헐값 매각 의혹을 통해 본 자본의 속성, 무함마드(마호메트) 풍자 만화 사건을 통해 본 표현의 자유,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주목받는 환경과 개발 문제, 반기문 차기 유엔 사무총장 선출에 따른 국제 정세와 한국의 과제 등도 출제될 수 있는 주요 주제들이다. 조풍연 기자 jay24@segye.com ⓒ 세계일보＆세계닷컴(www.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세계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