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논술 교육의 방향[2006-11-08 오후 2:32:07]
[논술 전문가 릴레이 기고(2)]
차가운 물과 뜨거운 물에 대한 일반인들의 상식은 차가운 물이 뜨거운 불을 끄는 데 더 효과적일 것이라 믿는 것이다. 그러나 직접 불을 끄는 것은 물이 아니라 수증기이다. 즉, 타고 있는 물질과 물이 접촉했을 때 생기는 수중기가 불을 끄는 것이다. 수증기는 타고 있는 물질을 감싸 산소 공급을 중단시킨다. 그 결과 불이 꺼지는 것이다. 또한 뜨거운 물은 점착성도 높아서 차가운 물보다 더 빨리 퍼지기 때문에 불을 끄는데 차가운 물보다 더 효과적이다. 차가운 물과 뜨거운 물에 대한 상식만큼이나 일반인들은 논술에 대해서도 비슷한 믿음이 있다. 즉 작문 실력이 바로 논술 실력이라고 믿는 것과 논술은 대학 입학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믿는 것 등이다. 그러나 논술문은 언어적 형태로 표현되기 전에 수많은 사고 과정을 거치고, 논술문 작성자의 가치관이 투영된다. 그 결과 사고과정의 최종 표현으로써 논술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논술 교육은 대학 입학 전형을 위한 논술문 작성에 대한 지도, 또는 논술문항에 대한 답안의 첨삭 지도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즉, 논술 교육 본래의 의미와 목적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왜곡된 인식은 논술 교육을 주관식 서술형 평가나 유형화된 문제를 기계적으로 반복하고, 획일화된 답안을 양산하는 정도의 교육으로 자리 잡게 할 우려를 낳고 있다. 또한 대학 입시에서 논술 비중의 확대는 논술에 대한 지나친 교육적 관심을 유발하였으나 관심에 상응하는 바람직한 논술 교육은 현재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바람직한 논술교육의 방향을 모색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그동안 대학 입학 전형의 요소로만 인식되었던 논술 교육에 대한 반성과 지식정보사회의 새로운 교육으로서 논술 교육, 그리고 사고능력 신장을 위한 논술 교육 등 바람직한 논술 교육의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1. 기존 논술교육에 대한 반성

우선 현재 논술 지도는 서술 지도에만 치우쳐 문제를 파악하는 능력에 소홀하고 있다. 논술을 문제 해결 과정에 대한 사고의 논리적 서술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문제 파악 능력은 논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대입 논술문항이 비교적 어려운 제시문으로 구성된 이유는 제시문을 통해 문제를 파악하는 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의도이다. 즉, 읽기 능력과 분석 능력 등을 문제파악 능력으로 검증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또한 논술 문제를 '무엇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본다면, '무엇을'은 문제 파악 능력이고, '어떻게'는 논리적 사고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의 문제는 서술방법 즉, 표현력만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다. 논술 교육의 의미가 사고력 신장에 있음을 고려할 때, 사고 능력이란 표현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현재 논술 지도의 주류인 첨삭·결과 중심의 논술 교육은 서술의 과정을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서술된 결과물만을 지도한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정서법, 올바른 문장, 자연스런 문장과 같은 지도는 서술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정서법이나 문장 지도는 논술 지도와는 다른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기초적인 단계의 지도이다. 중요한 것은 문장지도가 아닌 논리적인 사고를 구성하는 과정에 대한 지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즉 논술문 작성은 문장 서술의 결과를 생산하는 기계적인 과정이 아니라 '사고의 서술'이라는 측면에서 교육하여야 한다. 따라서 논술 지도는 분석 능력, 이해 능력, 종합 능력, 판단(비판) 능력, 창의적 사고 능력 등 다양한 사고 능력을 지도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2. 정상 교육 과정으로서 논술 교육의 필요성

논술은 모든 교과지식들의 기반 위에서 출발한다. 논술을 통한 문제 해결 과정은 다양한 교과(국어·역사·철학·사회·수학·과학 등) 영역들의 통합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교과 영역들과의 교차를 의미하기도 한다. 단언적 지식들이 절차적 지식으로 조정되고 통합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언어구사 능력이 필요하다. 철학적 배경 지식과 다양한 사회 현상을 탐구할 수 있는 기본 능력, 그리고 수학적 사고력과 과학적 문제 해결 과정이 있어야만 문제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즉, 논술 교육을 통해 개별 교과 지식들이 사회적 맥락에서 새로운 지식으로 창출되고, 언어적으로 표현됨으로써 고등사고력이 신장된다는 점에서 정상적인 교육 과정으로서 논술 교육이 필요하다.
지식정보사회에서 정체된 지식은 지식의 흐름에 뒤처진다. 뒤처지는 것은 기본적인 인지구조가 아니라, 사실적인 내용이다. 그러므로 사실적 수준에서 표면적 구조에 관심을 두고 있는 학습 형태는 변화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논술 교육은 분절화된 교과 과정에서 사실적 내용의 확장과 인지구조의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게 한다. 즉, 논술 교육은 숲과 나무를 동시에 볼 수 있게 하는 지적 안목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준다. 지식정보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한 부분에 속하는 분절화된 교육·훈련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논술 교육에서 교과들의 통합을 추구하는 것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전략(지식)들을 더 넓은 세계(문제)에 적용(통합)-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논술 교육 과정에서는 자료의 순수한 논리적 근거뿐만 아니라, 개인의 심리적 근거에 따라 자료를 조직할 기회를 제공한다. 교과별 지도는 지적인 측면에 강조를 두고 교과별 특성에 따른 영역 구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논술 교육의 과정에서는 교과 지식(순수한 논리적 지식)과 심리적인 논의(개인적 가치 차이의 반영, 도덕적 기준에 따른 판단)를 연결하여 학습자의 인성지도에도 교육적 효과를 증대시킨다.
또한 논술 교육은 일상생활의 구체적인 경험 및 실질적인 상황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학생들은 추상적인 개념의 학습을 요구받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교육적 환경의 경험과 탐색을 통해서 그들 자신의 사고 형태를 개발하도록 요구받는다. 교과중심 지도가 시험 및 경쟁과 같은 외적 동기에 의존하여 학습동기를 유발시킨다면, 논술 교육은 추상적인 것보다는 구체적(실생활과 관련된 문제)인 것을 강조함으로써, 학생들의 참여를 촉진시키고 협동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보다는,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를 가르쳐 학습동기를 유발·촉진시킨다.
지식의 폭발적인 증가는 학교에서 가르칠 내용의 폭발적 증가를 의미한다. 이것들을 모두 학교에서 가르치기는 어렵다. 따라서 지식정보사회에서 교육은 학습자들에게 스스로 학습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이어야 한다. 분절화된 교과지식만으로는 자칫 지식정보사회에 적응하는데 역부족이다. 이러한 현상은 자칫 교육에 대한 문화지체 현상을 낳게 하여 교육의 한계를 드러내게 할 수도 있다. 논술 교육은 일상생활의 구체적 상황을 바탕으로 한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학습 환경에 대한 안목을 길러주고, 쏟아지는 지식·정보를 적절하게 수집·통합·활용하게 해준다.

3. 바람직한 논술 교육의 방향

현재 논술은 대학입시 평가 요소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대학 입시의 평가 요소에 적응하기 위해 논술 교육이 행해지고 있다. 그러나 사고 능력은 지식정보 사회를 살아가야 하는 학생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능력이다. 따라서 논술 교육은 대학입시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교육 과정으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 즉, 지식정보 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기 위한 분석력, 종합력, 창의력 등의 사고력 신장에 논술 교육의 목표를 두어야 한다.
결과보다는 과정 중심의 논술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논술 교육은 원하는 답을 맞게 찾아내기 위한 교육이 아니다. 이해 능력을 신장시키는 교육, 분석 능력을 신장시키는 교육, 판단 능력을 신장시키는 교육, 종합 능력을 신장시키는 교육, 창의성을 신장시키는 교육이 논술 교육이다. 즉, 논술교육은 사고 과정 자체를 지도하는 교육이어야 한다.
장건태
에플논구술연구소 책임연구원, 맥 입시전략연구소 원장, 영남사이버대학교 논술지도학과 강사, 경원대학교 사회교육원 논술지도사 강사, 유니텔 교원 직무연수 논술 과정 강사, 한국학원총연합회 논술강사 연수 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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