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을 말한다! - 부산대[2006-11-20 오후 12:06:12]
[주요 대학 입시처장 릴레이 기고(1)]
부산대학교 논술고사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또는 학교생활기록부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탁월한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서 도입됐으며, ㉮군 일반전형 인문·사회계열(인문대학, 사회과학대학, 법과대학, 사범대학 인문·사회계열, 상과대학), 예술문화영상학과 지원자에 한하여 실시된다.

부산대 논술고사의 목적을 보다 구체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민주시민으로서의 건전한 교양 측정'과 '대학에서 전공을 수학할 수 있는 능력 측정'이 그것이다. 그리고 부산대 논술 고사는 '통합교과형', '자료제시형'의 형식으로 치러진다.

부산대 논술고사의 평가 목표는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 목표는 '문제의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두 번째 목표는 '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종합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세 번째 목표는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네 번째 목표는 '창의적 사고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런 평가 목표는 논술고사를 출제하는 방향을 제시하며, 채점의 기준을 마련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부산대 논술고사를 준비하는 수험생은 이런 평가 목표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부산대 논술고사 채점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우선 지원자의 인적 사항은 공개되지 않는다. 또 채점은 4인 1조로 구성된 채점위원에 의해 두 차례 이루어진다. 한 조의 1차 채점이 끝나면, 다른 조에서 2차 채점을 한다. 두 차례 채점한 결과 일정 점수 이상 차이가 나면 다시 채점한다. 두 차례 채점한 점수를 산술 평균하여 최종 점수를 산출한다.

채점위원들이 긍정적 답안으로 평가하는 것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다.
우선 문제의 논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물음에 답한 내용이 담겨야 한다. 또 사실에 근거한 객관적인 소재를 선택하여 주장을 논증한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 그리고 자기의 생각 또는 주장을 솔직하게 표현한 내용이 담겨야 한다. 여기에 덧붙여 구체적이고 사실적 어휘 또는 문장으로 표현한 글쓰기가 뒷받침돼야 한다.

부산대 논술고사에서 선택적 논술 문제가 출제된 적은 아직 없다. 선택적 논술이란 하나의 현안에 대해서 긍정적 시각과 부정적 시각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여 논술하는 형식을 말한다. 예를 들면 사형 제도에 찬성 또는 반대에 관하여 논술하도록 하는 형식이다. 만약 이런 형식의 문제가 출제될 경우 두 관점 가운데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는 평가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어느 한 관점을 솔직하게 선택하여 자신의 생각과 신념을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정확하게 표현하면 된다.

채점위원들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답안 유형은 어떤 것일까.
대표적인 게 '찍기형' 답안이다. 예상문제의 답안을 그대로 옮겨온 내용이다. 또 다른 유형으로 '좌충추돌형'이 있다. 상반되고 모순된 주장을 담은 것이다. 또 '중언부언형'도 있다. 같은 내용을 무의미하게 반복한 것이다. '횡설수설형'도 있다. 도대체 주장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불분명한 내용을 담은 것이다. 또 '도사말씀형'도 있다. 논리적 비약과 권위적 단정으로 이뤄진 글이다. '뻥튀기형'이라 부르는 유형도 있다. 지나칠 정도로 과대 포장한 내용을 담고 있는 글이다. 이밖에도 '단순과격형', '유식과다형'이 있다. '단순과격형'은 근거 없는 단정적인 주장만을 담은 글이다. 또 '유식과다형'은 어려운 내용만 골라 쓴 글이다.


이런 부정적 형식의 답안은 경우에 따라서 채점에서 제외되기도 하며, 감점의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채점에서 아예 제외되는 답안의 유형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① 개인적인 신변 사항을 쓴 답안
② 두 색 이상의 필기구를 사용한 답안
③ 불필요한 내용을 쓰거나 부호를 표시한 답안
④ 지시한 분량에 크게 미치지 못한 답안
⑤ 논지에서 벗어난 답안

①의 예를 들면 지원자가 수험번호와 이름, 지원학과와 이름, 또는 소속 고등학교와 이름을 밝힌 경우다. 이런 표시는 무의식적으로 또는 실수로 이해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 자신의 신원을 명백하게 밝힌 경우이다.

②의 예를 들면 답안의 일부분은 흑색 필기구로 작성하고, 일부분은 청색 필기구로 작성한 경우이다. 이처럼 필기구를 바꾼 경우도 신분을 노출시키는 신호로 오해될 수 있다.

③의 예를 들면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와 같은 내용을 적거나, 수험생이 스스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어절 또는 문장에 밑줄을 그은 경우이다. 이런 경우도 개인의 신분을 노출시키는 내용 또는 기호로 오해될 소지가 있다. 이런 답안은 채점의 보안성을 해치기 때문에 채점에서 제외되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이다. 그래서 개인의 신분을 노출시킬 수 있는 어떠한 내용이나 기호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④의 경우는 원고지 사용법과 관련하여 자주 발생하는 문제이다. 원고지에 작성된 답안의 내용 가운데 상당히 긴 부분에 교정 부호를 사용하거나 줄을 그어서 삭제한 후에 그 부분을 그대로 둔 답안들이 발견된다. 이럴 경우에 반드시 원고지 빈 여백의 칸을 활용하여 답안을 작성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줄을 긋거나 삭제한 부분은 분량에서 제외된다.

⑤는 앞서 부정적 유형으로 언급한 '찍기형' 또는 '사오정형' 답안에 해당할 수 있는데, 이런 답안은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논술고사에서 요구하는 주제를 충족시키지 못할 수 있으며, 이런 경우의 답안은 논술고사의 주제에서 이탈한 오답에 불과하다.

또 위의 경우처럼 아예 채점에서 제외되지는 않지만 명백한 감점 사유에 해당하는 유형이 있다.

① 글의 제목을 쓴 답안
② 연필로 쓴 글을 지정 필기구로 입혀 쓰지 못한 부분
③ 문제나 제시문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쓴 내용
④ 유사한 내용의 중복 서술
⑤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긴 문장
⑥ 너무 세분된 단락 구분

수험생들은 자신의 답안이 이상의 여섯 가지 경우에 속하지 않는지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논술고사는 결국 문장의 정확한 해석 능력과 지식을 종합할 수 있는 능력, 논리적인 사고능력, 정확한 표현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평소 많이 읽고, 생각하고 쓰는 연습을 하는 것 이상의 방법이 없다.
조태흠 교수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학생지원처장(입학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