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을 말한다! - 건국대[2006-11-27 오후 2:59:11]
[주요 대학 입시처장 릴레이 기고(4)]건국대 2007 정시 논술 이렇게 치른다
건국대학교에서는 인문사회계열 중 다군에 지망한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논술고사를 실시한다. 우리 학교의 논술고사는 학생들의 글읽기 능력과 논리적인 글쓰기 능력을 측정하여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 것에 목표가 있다. 논술을 통하여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얼마나 깊이 있는 사고로 표현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 논술 시행의 취지이다.

우리 대학은 논술고사를 도입한 97년부터 지금까지 일관된 방향으로 문제를 출제해 왔다. 동서고금의 고전에서 지문을 주고 학생들로 하여금 어떤 내용을 찾게 한 후 그 내용으로부터 본인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도록 요구하는 지문제시형 논술이 건국대의 특징이며, 이번 2007 정시 논술에서도 이 흐름을 유지할 생각이다. 지문은 고등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며 학생들이 그 책을 읽었다고 전제하지는 않는다.

논술고사의 채점은 한 답안지당 4명의 채점위원이 채점을 하며, 이해력, 논리력, 창의력, 표현력의 네 가지를 평가한다. 논술은 100점 만점으로 채점되고, 전체 전형의 3%를 차지한다. 답안의 길이는 1101자에서 1200자가 되기를 요구하며 1100자 이하이거나 1200자를 초과하면 감점이 될 수 있다. 질문과 완전히 무관한 답안을 적거나 본인의 신분이 드러날 수 있는 내용이나 표시가 들어가면 0점 처리될 수 있으며 글자수를 충족시키고 0점 처리의 대상이 아닌 경우에는 기본적인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이해력은 문제에 대한 이해와 지문에 대한 이해를 측정하여 네 가지 요소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 특히 문제는 2-3줄에 불과하지만 답안에 요구하는 내용이 압축되어 있으므로 조심스럽게 읽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논리력을 측정할 때, 학생들에게 어려운 논리를 사용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논리력에서는 주장에 대한 근거를 적절하게 제시하고 있는가를 평가한다. 미사여구를 늘어놓거나 단순하게 옳은 주장을 하는 것보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창의력에 대하여, 학생들이 '독특한' 주장을 하면 좋은 점수를 받는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남과 다른 주장을 하고 이를 좋은 근거를 통해 잘 뒷받침할 수 있다면 우수한 답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근거제시 없이 주장만 독특하면 엉뚱한 답안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학생들은 창의성의 발휘를 '주장'에서 발휘하려고만 하는데, 주장이 독창적인 것뿐 아니라 근거제시에서 남과 다른 방식의 논증을 전개하는 것도 훌륭한 창의성의 발휘임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

표현력은 일반적인 글쓰기에 적용되는 것으로 원고지 사용법, 단락나누기, 적절한 어휘의 구사 등을 평가한다. 간혹 어려운 표현을 쓰려고 무리를 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어려운 표현을 정확하게 사용하지 못하면 오히려 손해가 될 수도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의 답안을 채점하며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은 학생들이 취하는 입장이 너무 한 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논술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제시된 문제라면 내가 취한 입장과 상이한 입장도 분명 가능할 것이며 그렇다면 내가 취하지 않은 입장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의 고려를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안락사에 관한 문제가 출제되었을 경우, 내가 찬성의 입장을 취하더라도 분명 반대의 입장도 나름대로의 논리를 전개할 수 있을 텐데, 일방적으로 찬성의 논거만 제시하고 반대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면 균형이 잡힌 답안이라고 여겨지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