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경매시장 가보니 "6억7,000! 받습니까?"
곳곳에 젊은 직장인들도

미술품 감상도 하고 짭짤한 투자수익도 얻어볼까. 그림 한 점에 수억원씩 하는 고가미술품이 아니어도 그만이다. 미술품 경매장 가는 길에는 재미와 흥분, 미래 투자가치에 대한 달콤쌉쌀한 꿈이 영근다. 촬영협조: ㈜서울옥션/최규성기자
“6억5,000, 6억6,000. 네, 6억7,000 받으시겠습니까?”

지난달 중순 서울 종로구 사간동 K옥션에서 열린 새해 첫 미술품 경매. 추정가 4억8,000만원에서 시작해 1,000만원 단위로 올라간 박수근 작품의 최종 응찰자가 2명으로 압축된 채 추정가 상한선을 훌쩍 넘긴 지 10여 차례. 100명 남짓 응찰객과 정보 수집차 들른 일반 관객으로 꽉 찬 장내가 흥분과 기대감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경매사의 목소리도 팽팽하게 날이 섰다. “다시 묻습니다. 6억7,000 받습니까?”

영원 같은 몇 초가 흘렀을까. 선택의 기로에 선 응찰자의 패들(paddleㆍ응찰할 때 사용하는 팻말)은 끝내 다시 들리지 않았다. 경매사의 낙찰봉이 마침표를 찍듯 탕 울렸다. “00번 6억6,000에 낙찰입니다.” 실망한 표정이 역력한 응찰자의 고개가 외로 푹 꺾이는데 객석에서는 “세상에, 강남 불패가 아니고 박수근 불패네” 탄성이 터져 나왔다.

미술품 경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 연말 서화부문 경매 최고가 경신기록이 쏟아지면서 미술품이 돈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된 덕이다. 더구나 수준 높은 예술작품을 소장, 향유하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

수억원을 호가하는 작품이야 어차피 상류층이 움직이는 ‘그들만의 리그’이지만 경매에서 낙찰되는 작품의 60%이상은 가격이 500만원 이하(서울옥션 추산). 해외 유명 브랜드 가방 하나가 200만~300만원을 호가하는 것에 비하면 크게 부담스러운 가격이 아니다.

미술품 경매장에서 응찰의사를 밝히는 데 쓰이는 패들.
이날 경매에는 개인 수집가, 화상, 직장인처럼 보이는 젊은 여성, 이제 갓 미술품 경매에 입문한 주부 등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점 당 채 1분이 안 되는 경매 속도를 따라잡느라 경매사에게 눈과 귀를 고정시켰다. 왕년의 인기 탤런트 김민자씨의 모습도 보였다. 불과 4, 5년 전만해도 50, 60대 남성이 좌석 대부분을 채웠던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적게는 수십만원, 많게는 수억원의 돈이 걸린 치열한 심리전의 현장이지만 경매장 분위기는 사뭇 캐주얼했다. 지름 4㎝ 남짓한 앙증맞은 회청색 술잔이 경매에 올려지자 “너무 이쁘다” 탄성이 터지더니 곧 이어 520만원에 낙찰되자 “그래 봤자 술잔”이라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앞뒤가 납작한 조선시대 편병에는, 대뜸 “색이 안 좋네”라며 다른 응찰자의 구매욕을 떨어뜨린다. 그래서인지 유찰. 낙찰을 받자 경매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벌떡 일어나나가는 사람이나, 함께 온 ‘사부’에게 경매작 품평을 받느라 수선스러운 초보자 모두 주위의 따가운 눈초리는 아랑곳 없다.

경매사로 나섰던 K옥션 김순응 대표는 “응찰자들이 어수선하면 아무래도 분위기가 안 잡혀 진땀 깨나 흘린다”면서도 “그런 다이내믹함이 바로 경매의 매력”이라고 했다.

”미술품은 공산품과 달리 값이 딱 나오지않잖아요. 구매자의 취향과 평론가나 학자의 평가, 역사적 의의, 작가의 유명세 등 다양한 요소가 종합적으로 작용하니까요. 문제는 일반인들이 미술품을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인데, 비교적 객관적인 가격정보를 제공하는 경매가 그 길잡이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게 기쁘죠.”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이성희 기자를 주목하라2006-02-05 오전 10:11:48 추천:0
문서주소 http://majorblog.hankooki.com/document/acoa23092
한국일보 이성희 기자는 스타 기자가 될 자질이 충분하다. 탄탄한 취재에 정확한 정보, 그리고 맛깔난 문장까지.오랜만에 한국일보를 읽는 재미를 만끼했다. 이런 기자는 자꾸 칭찬해주어야 한다.
투자? 재미? 폼? 당신은 어떤 경매?


미술품 경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경매의 종류도 취향 따라 형편에 맞춰 골라서 참가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해졌다. 그래픽: 김진경기자
화랑과 경매의 차이를 아시는지. 화랑이 유망 작가를 발굴해 작품 가격을 형성하는 1차 시장이라면, 경매는 이미 가격이 형성된 작품을 다시 유통시키는 2차 시장에 해당한다.

당연히 해외시장에서는 화상들의 참여가 압도적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경매가, 그것도 일반인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림값을 비공개로 하는 화랑가의 관행 탓에 미술시장 흐름에 어두운 개인들이 비교적 객관적인 가격정보를 제공하는 경매로 몰렸기 때문이다. 덕분에 일반인들의 취향과 편의을 고려한 경매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미술품 경매도 입맛대로, 형편따라 골라보자.

▲ 전문적인 투자를 원한다면

국내 양대 경매회사인 서울옥션(kkk.seoulauction.com)과 K옥션(www.k-auction.com)이 격월로 진행하는 근ㆍ현대 미술품 및 고미술품 경매가 알맞다.

서울옥션은 100회 기념 경매를 23일에, K옥션은 올 들어 두번째 경매를 3월15일로 예정하고 있다. 박수근 백남준 이중섭 천경자 김환기 등 스타작가들의 초고가 작품은 거의 이들 경매회사를 통해 공개된다.

경매에 응찰하려면 유료회원으로 가입한 뒤 사전에 좌석을 예약해야 한다. 연회비 10만원. 유료 회원은 1년간 열리는 모든 경매의 도록과 안내 고지를 받으며 인터넷 홈페이지에 있는 역대 낙찰작품 전체의 낙찰가를 조회할 수 있다. 낙찰가는 관심 작가의 작품 가격 추이를 가늠하는 중요한 자료다.

경매일자가 결정되면 경매에 나오는 모든 작품을 일주일간 미리 선보이는 전시가 열린다. 이때 전시장을 찾아 원하는 장르와 가격대의 작품을 꼼꼼히 체크해두는 것이 좋다.

응찰 방법은 공개(현장에 직접 나와 응찰하는 것)와 서면, 전화가 있다. 신원 노출을 꺼리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서면과 전화는 경매회사 직원이 대신 응찰하는데 똑같은 가격을 불렀다면 서면, 공개, 전화 순으로 우선순위가 주어진다.

서울옥션 홍보담당 구화미씨는 “경매 초보자일수록 공개로 응찰하라”고 권한다. 간혹 추정가(시장가격 예측치) 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서 경매가 시작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내정가(위탁자가 합의한 최저 낙찰가)가 현저히 낮을 때 발생하는데, 현장에 직접 나와야만 이런 행운을 건질 수 있다.

▲ 재미와 실속 찾는 소액 투자자라면

서울옥션에서 2004년 말부터 격월로 여는 ‘열린 경매’가 실속이 있다. 인사동 거리에서 열리는 열린 경매에는 매회 100~200여점의 작품들이 경매에 나오는데 몇만원대부터 200만원대 이하까지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미술품 경매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마련된 행사로, 첫회 낙찰률이 27%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1월 열린 6회 경매 때는 69.3%로 치솟을 만큼 인기를 끌었다.

중저가 작품 위주라 응찰 역시 별도 절차없이 당일 행사장에서 등록하고 참여하면 된다. 참가비는 무료다. 올해는 3월 말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경매는 아니지만 인사동 갤러리쌈지에서 10일 열리는 미술품 할인매장 ‘아트마트’도 소액 투자에 적합하다. 낸시랭 이완 변순철 홍순영 등 젊은 작가를 비롯해 김원숙 이불 박영숙 등 중견작가 작품들도 선보인다. (02)736-0088

▲ 인테리어 소품이 필요하다면

온라인 경매가 제격이다. 서울옥션은 열린 경매를 통해 팔리지않은 작품, 위탁을 받았지만 워낙 무명 작가라 소장 가치가 떨어지는 작품들을 온라인을 통해 판매한다.

무명 작가라도 미술대학을 나온 전업 작가의 작품인 만큼 인테리어용으로 손색이 없다. 수시로 등록되므로 회원등록을 해서 응찰하면 된다. 비교적 저렴한 온라인 문화예술품 경매사이트(www.auc25.com)도 있다. 서양화와 골동품, 조각, 민속공예품, 영화필름과 포스터 등 다양한 상품들이 올라온다.

▲ 그래도 폼을 잡고 싶다면

서울옥션이 강남 부유층을 겨냥해 지난해 11월 오픈한 청담동 아르마니 매장 3층 상설경매장을 주목할 것. 젊은 컬렉터들을 키운다는 취지 아래 11일 상설 경매 ‘마티네(Matinee) 세일’을 처음 실시한다.

마티네는 주말 오후의 공연이나 행사를 뜻하는 용어로 경매가 매달 둘째 토요일 오후 4시에 열린다는 것을 암시한다. 와인이 무료로 서비스되고 소규모 파티 같은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젊은 작가들의 판화와 그림 사진 등을 경매에 부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