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석산의 실용적인 글쓰기] 아름다운 문장보다 논리가 중요하다
주장에 대한 근거 대는 ‘논증’ 연습 또 연습
특정사건에 대해 ‘왜’라고 물으며 일기 써야

▲ 탁석산
지금은 글을 써야만 통하는 시대다. 원인은 사회발전에 따르는 합리성 요구의 증가와 사회의 시스템화에 있지 않을까 한다. 이제 사회는 사람들이 논리적으로 글쓰기를 요구하고 있다. 합리성이나 시스템은 논리를 토대로 하는 것이며 논리는 말이 아닌 글에서 더 잘 구현되기 때문이다. 그럼 일생을 통해 수행해야만 하는 글쓰기는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1문학적 글쓰기와 실용적 글쓰기를 구분해야 한다. 흔히 글쓰기라고 하면 아름다운 문장을 쓰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미문(美文)은 묘사를 본업으로 하는 소설이나 시와 같은 문학에서 추구하는 것이지 실용적인 글에서는 요구되지 않는다. 즉, 실용적 글쓰기는 자신의 주장을 남에게 설득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필요한 것은 미문이 아니라 논리인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대부분의 경우 실용적인 글을 쓰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여전히 매끄러운 문장을 만들려고 한다. 이것이 결정적인 걸림돌이 된다.

교통방송에서 정보를 전하는 리포터가 아름답고 수식이 화려한 문장을 구사하려고 애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정보는 사라지고 수식만 남게 된다. 이런 식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2실용적 글쓰기의 핵심인 논증을 익히고 또 익혀야 한다. 우리가 쓸 수밖에 없는 실용적 글들을 보자. 감상문, 논술, 보고서, 자기소개서, 기획안, 프레젠테이션 등등. 이 많은 실용적 글쓰기를 무슨 재주로 감당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라.

실용적 글쓰기에는 매뉴얼이 존재한다. 즉, 전제와 결론 혹은 근거와 주장으로 구성되는 논증이라는 것이 모든 실용적 글쓰기의 핵심이다. 이 논증만 자기 것으로 만든다면 모든 실용적 글쓰기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논증이란 단순히 말하자면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고 그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를 대는 형식이다. 그런데 자신의 주장을 결론으로 삼고 근거를 전제로 삼는 논증이라는 것을 습득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논증이란 개념 자체가 생소할 뿐 아니라, 막상 배워서 시도를 해도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전거 타기를 생각해보라.

처음에는 넘어지는 것이 얼마나 두려웠던가! 하지만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면 나중에는 두 손을 놓고도 탈 수 있게 된다. 논증 습득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학문이나 이론이 아니라 기술에 해당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낯설고 두렵지만 연습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3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글쓰기에 마음이 급한 사람들이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는 많이 써봐야 한다는 충고를 받아들여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훈련을 쌓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많이 써본다는 것이다.

즉, 일기를 쓰라고 강요받으며 책을 읽으면 반드시 감상문을 쓰라는 과제를 받게 된다. 하지만 실용적 글쓰기를 잘 하려면 쓰기 전에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즉 논증을 만드는 법을 익혀야 한다는 것인데 일상에서 시작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리고 그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즉, ‘왜?’라고 묻는 것이다.

일기를 사건 순으로 건조하게 쓰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사건에 대해 ‘왜?’ 라고 묻고 그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학 선생님이 싫다면 왜 싫은지 그 이유에 대해 써본다는 것이다.

4독서는 글쓰기의 한 과정일 뿐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흔히 많이 읽어야 글을 잘 쓸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부분적으로 맞는 말일 뿐이다. 책을 아주 많이 읽었는데도 글을 잘 못 쓰는 사람을 찾기는 매우 쉽다. 왜냐하면 독서는 독서 자체로 완결되는 행위이지 독서가 글쓰기를 함축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독서는 독서고 글쓰기는 글쓰기란 말이다. 그렇다면 독서를 글쓰기에 끌어들이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독서를 비판적으로 하는 것이다. 즉, 책을 읽을 때 끊임없이 ‘왜?’ 라고 물으면서 책에서 제기된 문제를 논증으로 재구성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저자가 환경위기가 과장되었다고 주장한다면, 왜 그런 주장을 하는가를 따져서 근거를 써보는 것이다.

책을 몇 권 읽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한 권의 책일지라도 얼마나 비판적으로 깊이 읽었느냐가 중요하다.

한국외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