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결국 돈!
▲유명짜한 스타와 예술가는 왜 서로를 탐하는가…존 워커|현실문화연구

‘아티스트가 아니라 아트 스타라고 부르자’

영국의 미술비평가 존 워커가 쓴 ‘유명짜한 스타와 예술가는 왜 서로를 탐하는가’는 미술과 스타의 불륜 또는 로맨스를 고발한다. 원제는 ‘Art And Celebrity’(2003)로 ‘미술과 명사(名士)’쯤 된다. 작품이 탁월해서 작가가 명성을 얻는 게 아니라, 작가가 유명하므로 그의 작품이 비싸지는 공공연한 비밀의 초상화를 그려낸다.

1988년 미국의 키치 미술가 제프 쿤스는 마이클 잭슨에 대한 조각 시리즈를 만들었다. 그 중 하나가 2001년 뉴욕 소더비에서 약 5백62만달러에 팔렸다. 그 마이클 잭슨은 화가들을 동원해 자기 자신을 그리게 했다. 93년 그가 어린이 성추행 혐의로 가택수색을 당했을 때, 그의 집에서 2층 높이의 초대형 그림과 ‘찬미하는 아이둘러싸인 잭슨’ 시리즈가 발견됐다.

스타와 미술의 공모 관계는 할리우드도 마찬가지다. 커크 더글러스, 리처드 기어, 실베스타 스탤론 등등은 미술품 수집광이다. 이들은 특정 생존작가들과 친분을 쌓으며 그들의 작품을 모은다. 그 결과는 뻔하다.

앤디 워홀은 ‘사교병’을 인정한 작가다. 그는 밤마다 리셉션·나이트클럽·파티에 참석한다. 추정컨대 워홀이 그리지 않은 인물은 유명인이 아니다. 저자는 워홀에 대해 “당신도 나의 작품을 소장할 수 있다며 상류사회의 비위를 맞추는 초상화가”라고 내친다.

반면 작품은 일류이되 작가가 스타는 아닌 콘래드 앳킨슨과 테리 앳킨슨, 빅터 버긴, 한스 하케, 마거릿 해리슨, 메리 켈리, 피터 케나드, 존 스티제이커, 제이미 왜그 등은 미술학교 월급으로 작품활동을 연명하고 있다.

저자는 “미술을 선전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현대미술가의 명성은 언론·화랑, 그리고 유명인들과의 교배수정을 통해 얻어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홍옥숙 옮김. 1만6천5백원

〈김중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