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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가 보는 세상](2)도심하천이 갖는 의미 - 청계천의 문화변천사 | ||||
하지만 조선 후기 내내 개천은 한성의 각종 생활하수를 받아내면서 자연퇴적물뿐 아니라 하천에 투기되는 각종 쓰레기가 쌓이는 곳이기도 했다. 평소 물이 적을 때는 오염이 심해 악취가 나기 일쑤였던 이 하천은 장마철에 갑자기 물이 불어나면 조선의 수도를 극심한 혼란에 빠뜨리는 물난리의 주 요인이었다. 영정조 시대에는 견디다 못한 왕이 전국의 장정들을 불러들여 기어코 개천의 바닥을 긁어내는 준설작업을 두 번에 걸쳐서 했다. 이것은 당시에 이루어진 가장 큰 규모의 작업들 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20세기 들어 서울 인구가 늘어나면서 지방에서 유입해 들어온 하층민들은 도심에서 쉽게 주거지를 찾기 어려웠다. 그때 개천 양안의 언덕과 퇴적물층 일대는 그들이 각종 판잣집 등 무허가 임시가옥을 설치할 수 있는 드문 땅이었다. 개천 일대에 거주하는 이들 중에는 비공식적 경제활동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았다. 거지, 창녀, 노점상, 그리고 도둑을 비롯한 범죄행위자도 적지 않았다. 위생상태는 당연히 열악했다. 여러 가지 전염병을 도시로 퍼뜨릴 위험을 지닌 곳이었다. 그러다보니 장마철 홍수로 인한 도심 범람 문제와 질병문제, 열악한 하천일대 주민들의 환경에 대한 대책이 필요했다. 일제시대부터 청계천을 덮는 복개공사에 관심이 일었던 것은 그런 이유였다. 해방전후와 6·25를 거치면서 청계천이란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게 된 이 도심 하천변에는 전국의 이촌향도 인구들이 계속 모여들었다. 청계 3가 일대에서 종로 3가까지 흔히 ‘종삼’이라 불렸던 곳은 창녀촌과 거지, 소매치기, 야바위꾼 등의 집합지가 되었다. 그러는 동안 서울의 도시구역은 넓어지고 인구는 더욱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20세기 초 20만여명이었던 서울 인구는 6·25 직후는 1백만명, 1990년대 중반에는 1천만명을 돌파했다. 거듭되던 4대문안 물난리를 바로잡으면서 부족한 도심부의 땅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는 방법, 그리고 가능하다면 부족한 도로를 늘려 설치할 땅을 얻는 방법은 그렇지 않아도 각종 질병과 사회악의 온상으로 점철된 청계천을 복개공사로 덮는 것이라는 생각이 힘을 얻었다. 그래서 1960년대 하반기에 청계천은 복개되고 그 위로 자동차 전용 고가도로가 설치된다. 청계천 물은 더 이상 먹는 물도 아니고 도심 하수의 근간도 아니었다. 물론 공업용수를 대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이 시대에 청계천은 도심 하천으로서의 기능을 거의 상실한 것으로서, 필요하지 않은 존재였다. 고가도로가 놓인 청계로 일대는 남대문 시장에서 동대문 시장을 잇는 산업자본주의 한국의 공업과 산업을 지원하는 복합적인 수공업 겸 시장 벨트가 되었다. 기계제작소, 기계공구와 부품상가, 조명상가, 건축자재상, 인쇄소, 제책소, 각종 주물제작 및 조립가게, 의류재료상가, 기타의 업종들이 그들을 지원하는 크고 작은 금융기관 지점, 밥집, 다방, 목욕탕, 운송을 담당하는 지게와 자전거와 손수레와 오토바이, 기타 요소들을 매개로 촘촘하게 거대한 도심형 산업의 생태 그물망을 이루게 되었다. 거기서 고가도로는 산업경제 발전의 상징이 되었다. 90년대는 한국 자본주의가 고도화되는 시기다. 그리고 정보통신 혁명이 전지구화를 가속시켜 그 충격이 거셌던 시기다. 서울의 인구성장은 정점에 이르렀다. 굴뚝으로 내뿜어지는 검은 연기는 근대화의 첨병에서 악의 상징으로 변했다. 한 뼘이라도 땅을 더 얻는다는 사실에 전 국민이 가슴 설레던 간척사업들이 이제 환경 파괴의 주역으로 인식된다. ‘삶의 질’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했다. 국내 임금이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서울 안에 있던 제조업체의 상당수는 외곽으로 이전했거나 아예 다른 나라로 나가게 되었다. 이시대 도시민들은 도심에서 하천의 물을 보면서 산책하며 자연을 숨쉬고 싶은 욕구를 키웠다. 전원주택과 산자락, 계곡의 콘도미니엄 붐이 일었다. 강물이 보이는 한강변 아파트의 가치가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이제 도심 하천의 의미는 상하수도도 아니고 이촌향도자들의 임시주거지나 도시 비공식 영역의 온상도 산업경제의 이동 벨트도 아닌, 눈으로 바라보고 즐길 수 있는 낭만적 경관의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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