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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국(金明國) 달마도, 조선인조 17세기(1636~1637) 족자 모시에 수목, 101.7×54.9 ㎝,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
달마도는 ‘달마’라는 스님을 그린 그림입니다. 달마는 누구일까요? 아주 빠른 순간에 몇 가닥의 선으로 그린 이 그림을 보면, 그는 이국적인 용모를 하고 있습니다. 팔(八)자 모양의 눈썹은 짙고, 그 아래 흰자위가 많은 눈은 아주 큽니다. 무언가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듯 약간 찡그린 표정입니다.
두 눈썹 사이에는 굵은 주름이 잡혔고, 그 아래 역시 커다란 매부리코가 있습니다. 텁석부리 수염 속에 감추어진 입은 굳은 의지로 꽉 다문 모습입니다.
달마가 어디서 태어났으며 어떤 일을 했는지는 확실히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대신 여러 가지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달마는 옛날 인도 남쪽의 한 왕국에서 셋째 왕자로 태어났다고 합니다. 그 무렵 동쪽에서 온 한 스님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국왕은 이 스님을 궁궐로 초대하여 진귀한 보석을 선물하였습니다. 스님은 세 왕자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왕자들이여, 국왕은 제게 이토록 아름다운 보석을 주셨습니다. 세상에 이보다 좋은 것이 있을까요?”
첫째 왕자가 대답하였습니다.
“이 보석은 세상에 둘도 없는 귀한 것입니다. 이보다 더 좋은 건 없답니다.”
둘째 왕자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하지만 셋째 왕자인 달마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스님, 보석이 아름답긴 하지만, 한갓 물건에 지나지 않습니다.
물건은 갖고 있는 사람만 즐거울 뿐 다른 이들에게는 의미가 없지요.”
“그렇다면 무엇이 보물보다 소중하다는 말인가?”
스님은 달마에게 바짝 다가와서 물었습니다. 달마는 조용히 말했습니다.
“깨달음, 슬기, 그리고 마음입니다.”
스님은 달마의 이 말을 듣고 기뻐서 어쩔 줄 몰랐습니다.
국왕이 세상을 떠나자 달마는 스님을 따라나섰습니다.
“달마여, 내가 죽고 나면 멀리 떠나 내 뜻을 펼쳐라.”
달마는 스님의 말을 명심하였습니다.
달마는 마침내 중국으로 가서 스승에게서 배운 새로운 가르침을 전하고자 하였습니다.
달마가 중국으로 갔을 때, 양나라 황제는 달마를 불러놓고 이렇게 물었습니다.
“짐은 그 동안 많은 절을 짓고, 탑을 쌓았으며, 책을 펴내었도다. 어떤 공덕이 있는가?”
“아무런 공덕이 없습니다.”
달마는 아주 간단히 대답하였습니다. 당시의 중국 불교가 겉치레에 치우쳐 있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달마는 스스로 깨달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제는 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으므로 몹시 화가 났습니다.
달마는 할 수 없이 강 건너 다른 나라로 가려고 하였습니다. 강을 막 건너려는데 한 떼의 군사들이 바람같이 몰려왔습니다. 황제의 명령으로 달마를 죽이려는 것이었습니다. 달마는 강가에 있는 갈대 잎을 꺾어 물 위에 띄웠습니다. 마음을 한 곳에 모으자 몸이 개미처럼 가벼워졌습니다. 갈대 잎 위에 살짝 올라타고 강을 건넜습니다.
그 길로 소림사라는 절에 가서 무려 아홉 해 동안 벽을 바라보고 앉아 마음 공부에 전념하였습니다.
이 그림을 그린 김명국은 조선 시대 중기에 활동했던 화가입니다.
성격이 무척 밝고 거리낌이 없었으며 내키지 않은 그림은 잘 그리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공주의 빗첩에 그림을 그리라는 왕의 명을 받고는, 아름다운 꽃이나 나비 대신 사람 몸에 붙어서 피를 빠는 이를 그린 것으로 유명합니다.
김명국의 달마도는 순식간에 그린 그림입니다. 꼭 그려야 할 인물의 중요한 특징만 나타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나 쉽게 그릴 수 없는 그림이기도 합니다. 달마가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아홉 해 동안 벽을 바라보고 앉아 있었듯이, 화가 또한 그런 인물의 속마음을 드러내기 위해 오랫동안 연습하고 노력해서 얻은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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