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photo.hankooki.com/gisaphoto/20030627/msjang200306271714020.jpg) |
'모견도' 이암·16세기, 종이에 수묵 담채, 50 X 75 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
여러분! 혹시 강아지가 되어 본 경험이 있나요? 꿈 이야기가 아닙니다. 누구나 어린 시절에는 강아지가 되기도 합니다. 할머니나 어머니가 "아이고, 내 강아지!"하며 엉덩이를 두드려 줄 때가 바로 그렇지요.
그런 말을 들을 때 혹시라도 속상해하지는 마세요. 아주 귀엽다는 뜻이니까요.
그림 속에 강아지 세 마리가 있습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보입니다. 그런 데도
킁킁거리며 어미 냄새를 맡고, 달콤하고 따뜻한 젖을 능숙하게 찾아 내는 것을 보면 마냥 신기할 따름이지요.
여러분! 강아지 세 마리에게 이름을 붙여 주세요. 우선 강아지들의 특징을 살펴야겠지요.
흔히 강아지 이름은 색깔에 따라 붙여 주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흰둥이, 검둥이, 누렁이... 그러나 각자의 개성을 살려서 이름을 지어 주는 것이 더 좋겠지요?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세요. 가운데에 있는 통통한 흰둥이는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물러날 줄 모릅니다. 어미의 가슴 쪽으로 끼여든 검둥이도 야무지게 생겼습니다. 셋 중에 가장 어미를 닮은 것 같습니다. 한편, 누렁이는 어미의 잘록한 허리 쪽에서 단잠에 빠져 있습니다. 이런 특징을 연구하다 보면 멋진 이름을 붙일 수 있겠군요.
강아지들에게 이름을 붙여 주면 아마 그림 속의 어미도 좋아할 것입니다.
벌써 자랑스럽고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지요?
개는 인간과 가장 친한 동물입니다. 야생에서 생활하다가 가축화된 것이지요.
개는 집을 지키고 사냥을 하며, 심부름을 하기도 합니다. 주둥이가 뭉툭해서 잘 짖는 개는 집을 잘 지키고,
주둥이가 길고 뾰족하면 사냥에 뛰어나다고 합니다. 그림 속의 어미 개는 사냥개의 일종인 셈이지요.
우리 조상들은 개가 하는 행동을 관찰해 앞날을 예견했습니다. 예를 들면 아무도 없는데 앞마당에서 컹컹 짖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개 꼬리에 지푸라기가 묻어 있으면 손님이 온다고 했지요.
또 개가 풀을 뜯어 먹으면 큰 비가 오고, 떼를 지어 몰려다니면 큰 바람이 올 징조라고 했지요.
과연 정말일까요? 여러분 주변의 개들을 유심히 살펴보도록 하세요.
이 그림을 그린 이암(1499년~?)은 조선 초기에 활동한 화가로, 사람이나 동물 등을 자세히 보고 그리는 데
뛰어났습니다. 그림 솜씨가 탁월해 임금님의 초상화를 그리기도 했습니다.
나라에서 제일 가는 화가였던 셈이지요.
어린이 여러분! 사진처럼 똑같이 잘 그린다고 해서 다 화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사진이 없었던 옛날에는 그런 재주도 필요했지요.
그러나 우리 조상들이 더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그리고자 하는 대상이 가지고 있는 개성을 잘 파악하는 일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대상을 관찰하다 보면 마음을 읽을 수 있지요.
그 마음이 그림 속에 나타날 때 바로 좋은 작품이라고 여겼답니다.
/박영대ㆍ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