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zi와 함께하는 논술] 몸이 불편한 친구(장애우)를 특별히 대해야 할까?


[문제] 몸이 불편한 장애우를 불쌍하게 여기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불쌍한 사람이므로 무조건 도와주는 게 옳을까요? 몸이 불편한 친구를 진정으로 돕는 일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다음 글을 참고로 해 자신의 생각을 써 보세요.(600~800 자 안팎)

[글 1]

건널목에서 사람들이 기다립니다. 파란 불이 켜지자 모두 뛰어갑니다.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있는 마르기트도 보도 모서리가 비스듬한 쪽으로 내려갑니다.

빨리 길을 건너려고 힘껏 달리지만 건너편 보도에서 급히 멈춰 섭니다. 턱이 너무 높습니다. 마르기트는 당황해서 주위를 둘러봅니다. 모두 아랑곳하지 않고 바삐 걸어갑니다. 신호등이 빨강으로 바뀌자 마르기트는 눈물이 납니다.(가운데 부분 줄임)

마침내 마르기트는 슈퍼마켓에 왔습니다. 냉장 식품 칸은 금방 찾았습니다. 마르기트가 손을 뻗어 막 우유를 집으려는데, 누군가 우유를 집어줍니다. 점원이 친절한 웃음을 짓고 있습니다.

"난 우유를 집어 달라고 부탁하지 않았어요!"

마르기트는 화가 납니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내 손으로 사과를 집고 싶어요!"

마르기트가 외칩니다. 점원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젓습니다.

/동화 '내 다리는 휠체어' 중에서

[글 2]

"저렇게 길고 가파른 곳을 어떻게 휠체어로 오르내리라는 건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회원 7 명은 지난 주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청계천 복원 공사 현장을 찾았다.

대부분 휠체어를 이용해야만 이동할 수 있는 회원들은 도로에서 하천 주변의 산책로로 연결된 접근로를 보고 혀를 내둘렀다. 회원들은 예상보다 가파른 각도와 68 m에 이르는 일직선형의 긴 경사로는 '보통'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이용하기에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관계자는 "시공사는 최소한의 기준만 명시한 편의시설 설치 규정에 맞추기만 서둘렀지 실제 이용자인 장애인에게 자문 한 번 구한 적 없다."며 "장애인을 위한다며 이미지 관리를 위해 구색만 갖췄을 뿐 무용지물."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시공사 관계자는 "장애인 편의 시설 관련 규정에 맞춰 작업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일일이 장애인들의 자문을 구하면서 공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2005년 6월 27일 기사 중에서

?[글 생각 주머니 - 59] 너무 당연한 결론은 설득력 잃어

[예시글]

‘고기를 잡아주기 보다는 잡는 방법을 가르치는 게 낫다.’는 말이 있다. 평생 고기를 잡아줄 수 없다면 스스로 얻을 수 있도록 가르치란 얘기다. 몸이 불편한 친구를 돕는 일도 마찬가지다. 잠시 동정심을 베풀어 부축해주기 보다는 스스로 설 수 있도록 돕는 노력이 필요하다.

장애인이 좌절하게 하는 사례는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휠체어를 타야 하는 마르기트가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는 횡단보도의 ‘턱’은 그 대표적인 예다. 스스럼 없이 다닐 수 있는 마르기트도 횡단보도의 높은 턱 앞에서는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으로 돌아간다.[글 1]

점자책과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자막 서비스, 장애인 전용 엘리베이터와 횡단보도의 경사로 등 장애인을 위한 시설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장애인의 입장에서 그 시설이 만들어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장애인 전용 시설은 아직 장애인의 입장에서 생각했다기보다는 정책에 따른 편의나 구색 맞추기에 그치는 예가 많기 때문이다.[글 2] 장애인을 위해 시설을 늘리고는 있지만 장애인의 입장에서 접근하기 보다는 한 두 개 정도 구색 맞춰 해줘야 하는 마음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정작 장애를 지닌 친구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이런 마음의 ‘턱’이다. 냉장고의 우유를 대신 집어주거나[글 1] 구색을 맞추기 위해 장애인 시설을 갖추는 일[글 2]은 오히려 장애인에게 상처가 되기 쉽다.

이러한 마음의 ‘턱’을 허물어뜨릴 필요가 있다. 단순한 동정심에서 벗어나 먼저 친구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친구를 홀로 설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이 더 중요하다.

몸이 불편한 친구를 ‘조금의 차이만 있을 뿐 똑같은 친구’로 생각하고 대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차이를 인정하는 것에서 차별 없는 사회가 시작된다. 결국 장애를 지닌 친구들이 스스로 고기를 잡을 수 있도록 마음의 턱을 허물고 친구가 진정 원하는 도움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강평] ‘개인과 사회’ 항목에 해당하는 문제입니다. 인용구를 활용해 첫 문단만 읽어도 글의 전체가 파악될 정도로 깔끔하게 잘 썼습니다. 제시문을 적절히 활용한 점과 주장의 전개도 칭찬할 만 합니다. 다만 문단과 문단의 연결을 더 자연스럽게 한다면 더 좋은 글이 될 수 있겠습니다.

[다음 회 주제] 다음 회에는 ‘공동 주택에서 애완견을 키워도 될까?’에 대해 다루겠습니다. 미리 이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보세요.


입력시간 : 한국2006-04-11 15:11